마에스트로 양재무가 만난 사람들 피아니스트 김혜령
5년 동안 정동길에서 열린 하우스콘서트 ‘건반의 노래’
5년 동안, 매달 꾸준히 하우스 콘서트를 열어 청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노력하는 피아니스트가 있다.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산다미아노 카페에서 매달 셋째 주 수요일 저녁 7시 30분에 이야기가 있는 음악회를 진행하며 하우스콘서트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혜령은 서울예고, 이화여자대학교 피아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독일 쾰른국립음대 전문연주자과정을 최우수 졸업했고 데트몰트국립음대 최고 연주자과정을 졸업하였다. 12월에는 ‘오마주’를 주제로 하여 ‘52회 건반의 노래’를 연다. 이 마에스트리 예술감독인 마에스트로 양재무가 피아니스트 김혜령, 그리고 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김재섭 신부를 만났다.
양재무: 이 음악회를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김혜령: 이 공간이 저녁때는 자리가 많이 비어있게 된다고 들었어요. 아무래도 이곳의 위치가 정동이다 보니, 거주자들도 별로 없고 회사원 분들도 퇴근하면 귀가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니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죠. 또한, 프란치스코 회관이라는 종교성을 띈 장소이니 더욱이 저녁시간에는 조용한 공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거주하시면서 프란치스코 회관을 관리하시는 수사님들께서 소통과 나눔의 공간으로 쓰면 좋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가지시고 그 방안으로 음악회를 열자는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제가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는 2012년 3-4월쯤이었고 그해 9월부터 12월까지 연주를 하는 것으로 조율 하고 시작했습니다. 4번의 연주가 모두 끝났는데 당시에 이곳을 담당하셨던 신부님께서 “반응이 좋으니까 계속 하면 좋겠다.”고 하셔서, 올해로 5년째 하고 있습니다. 오늘 음악회인 11월 연주가 ‘제51회 건반의 노래’입니다.
이 공간에 대해서 소개를 하자면,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안에 있는 북카페 San Damiano(산 다미아노)입니다. 따로 입장료도 없고 커피 한잔 정도 마시면서, 산책하다가 담시 쉬러, 저녁식사 후 차 한잔 마실 장소로, 조용히 공부하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수요일에 꾸준히 공연이 이루어지는데 커피 한잔정도 마시면서 음악회도 감상할 수 있으니 더 많은 분들이 이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양재무: 이곳은 아무래도 정동이라는 장소적인 특성이 있다 보니 다른 상업적인 목적을 가진 장소로는 쓰이기 힘들 것 같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이나 주변에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음악회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팜플렛과 PPT도 선생님이 직접 준비한건가요?
김혜령: 네. 제가 평소에 강의 준비 하는 것처럼 PPT와 팜플렛을 만듭니다. 제가 직접 연주를 하는 것만 다르지 수업 자료인 셈이죠(웃음). 저는 1년 정도 시즌에 맞춰서 프로그램의 플랜을 미리 짜둡니다. 사실 준비할 것도 굉장히 많고 수시로 자료를 준비해도 한 달에 한번 연주하는 것이 금새 돌아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양재무: 일 년에 12번 연주를 하면 굉장히 바쁠 것입니다. 그저께 슈퍼문이 떴는데, 오늘 프로그램에 월광 소나타가 있어서 너무 잘 어울리는 선곡인 것 같습니다. 도심에서 이러한 공간을 누군가가 5년간 지켜오면서 음악을 이어갔다는 것이 굉장히 좋습니다.
김혜령: 이곳의 피아노는 이옥희 선생님, 김시현 선생님이 이끌어 가시는 튜티 앙상블에서 기증하셨습니다. 그리고 음악회도 튜티 앙상블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셨고요. 2010년도부터 지금까지 매월 첫 번째주 수요일에 연주를 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제가 합류하여 고정적으로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양재무: 매 음악회의 테마는 어떻게 정하나요? 피아노곡만 연주하나요?
김혜령: 주로 피아노작품을 위주로 연주하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 추석쯤에 경기민요 전수자와 국악관현악단의 해금연주자, 피아니스트 선생님과 함께 한국 작곡가의 작품도 연주했습니다. 여름에는 가끔 오보에와 함께 연주하기도 했고 작년 겨울에는 여자 성악가와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양재무: 그 곡은 남성의 노래인데 여자 성악가와 연주를 했다니 정말 용감하시네요(웃음). 이 음악회가 조금 더 활성화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혜령: 결국은 입소문이 많이 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짧고 굵게 지나가는 청중보다는 꾸준히 와서 음악을 즐겨주실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양재무: 제가 3년 전에 들었을 때는 이곳에 고정적으로 음악회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분들이 아직도 오시나요?
김혜령: 네 꾸준히 오고 계십니다. 아직도 클래식 공연장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러한 분들이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다 보면 클래식 음악에 대해 마음이 열려서 직접 공연장을 찾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 기회를 통해서 음악적 소양을 가지고 미리 학습하는 효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재무: 클래식 음악계가 개인주의를 띄고 이런 작은 음악회들이 캐릭터들을 가져서 음악저변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김혜령 선생님이 5년 동안 정말 큰일을 했습니다.
김혜령: 감사합니다. 여기는 프란치스코회에서 하는 영업장이라서 수익보다는 사회적으로 봉사하는 목적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여건 가운데에도 이 카페를 유지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을 통해 문화를 즐길 수 있게 하려는 것 같아요.
양재무: 언제까지 이 음악회를 하고 싶어요? 5년을 했으면 10년도 해도 되지 않을까요?
김혜령: 제가 계속적으로 하면 감사하겠지만 이 공간에서 음악회를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지난 50회째는 제가 이때까지 연주했던 레파토리를 나열해보았습니다. 역시 명곡으로 알려진 베토벤의 <월광>,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쇼팽의 「왈츠」와 「야상곡」, 리스트의 「사랑의 꿈」, 드뷔시의 <달빛> 등이 반응이 좋았고 저 또한 연주를 많이 했습니다. 10곡정도 베스트 곡을 추렸더니 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고요. 제가 연주했던 곡을 들으시고 나중에 라디오에서 혹은 공연장에서 들으시면서 친근감을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양재무: 이 카페를 주관하는 분은 누구신가요?
김혜령: 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신부님이신 김재섭 신부님 이십니다.
이 카페를 담당하고 계신다는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김재섭 신부를 자리에 초청하여 산다미아노 카페와 음악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신부님을 모시고 다시 인터뷰를 재개하였다.
양재무: 신부님 반갑습니다. 제가 2년 전쯤 정동 길을 지나가다가 한 피아니스트가 리허설을 준비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좋은 음악회를 알리려고 오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김재섭 신부: 네 저도 인터뷰 소식을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양재무: 도심 한가운데 있는 장소를 활용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렇게 음악회 장소로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신부님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지 않나요?
김재섭 신부: 이곳은 원래 성바울 서원이었습니다. 이후에 서점으로 활용되다가 회의를 통해 의견을 모은 것이 문화공간으로 이용하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양재무: 어떻게 그러한 생각을 하셨나요?
김재섭 신부: 수익사업을 하고 임대를 해주다 보면 회관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톨릭 기관에 임대를 하거나, 이전에는 서점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북카페로 공간의 용도를 바꾸면서 문화행사도 하고 대관도 하며 복합문화공간으로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음악회도 처음에는 한 달에 한번만 했는데, 3~4년 전부터는 김혜령 선생님이 합류하면서 한 달에 두 번 하게 되고 제가 와서는 장애인 단체인 ‘아트위캔’을 포함하여 원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위해 횟수를 많이 늘렸습니다.
1~3번째주 수요일에만 음악회를 하다가 원하는 연주 팀이 많다보니 매주하게 되고 지금은 11팀이나 있습니다. 기존에 연주하던 1~3번째주 팀은 고정이고 4~5번째 주에는 나머지 팀이 돌아가면서 연주를 합니다. 이렇게 하고도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해서 손님이 별로 없는 주말 저녁에 연주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수요 음악회는 미리 신청을 받고 연주계획을 잡습니다. 이번 12월에 특히 연주가 많은데, 17일과 24일에도 연주를 하겠다고 신청 했습니다. 음악회와 미술 전시를 무료로 제공하며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 이곳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양재무: 이 카페에 인테리어가 정말 세련 됐어요. 마치 외국 갤러리의 카페 같습니다.
김재섭 신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저는 청소하기 힘들지만요(웃음).
양재무: 계속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문화를 알리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오지 않으면 힘이 빠지기도 하겠죠.
김재섭 신부: 수요음악회를 하겠다고 신청하러 올 때도 “우리가 직접 관객을 동원하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제가 미리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중도에 포기하는 연주 팀도 있고 시작도 하지 않는 팀도 있습니다.
양재무: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 동안 음악회를 지속한 김혜령 선생님은 정말 큰일을 한 겁니다.
김재섭 신부: 대단한 일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룹을 이루어서 오는데 혼자서 이렇게 오랫동안 하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양재무: 제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이러한 좋은 일을 격려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이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김혜령 선생님, 이곳에 오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김혜령: 이 주변에서 직장 생활 하시는 분들이 식사를 마치고 오시거나 식후에 커피 마시러 오신 분들, 창덕 여중 선생님 모임 혹은 거주하시는 분들이 저녁 산책 나오셨다가 들르십니다. 우연찮은 기회로 오신 분들이 반복적으로 오고 계시는 경우도 많고요.
양재무: 신부님께 제가 드리는 특별한 부탁은 앞으로 김혜령 선생님께 기회를 더 많이 주셨으면 합니다.
김재섭 신부: 저도 이미 고정적으로 연주를 하고 있는 팀은 본인들이 그만하겠다고 하기 전까지는 그만두라고 하지 않을 생각합니다. 너무 많은 팀들이 원하니까 연주기회를 분배하는 것도 생각했었는데, 고정적으로 하던 팀은 꾸준히 연주를 하고 부족한 연주 시간들은 주말을 이용해서 하도록 하려합니다.
양재무: 중요한 결정을 하신것 같습니다. 신부님께서 이곳에서 오래 계셔야 할 텐데요.
김재섭 신부: 제가 지금 장애인 사목을 맡아서 외부로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이 자리에 있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다른 변화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양재무: 김혜령 선생님은 오늘 프로그램이 전부 베토벤 소나타로 구성되어 있는데, 최근에 프로그램을 계획한건가요?
김혜령: 저는 1년 동안의 연주 프로그램을 미리 계획합니다. 이 장소가 북카페이다 보니 책과 관련된 테마를 주로 잡게 됩니다. 11월은 가톨릭에서 위령성월이라고 해서 불멸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래서 <불멸의 편지>라는 책에서 주제를 따게 되었습니다. 영화 <불멸의 연인>도 월광 소나타와 관련이 있습니다.
12월은 ‘오마주’를 주제로 잡았습니다. 리스트의 「BACH주제에 의한 판타지와 푸가」와 슈베르트의 소나타, 바흐의 칸타타 편곡들을 연주하려고합니다.「BACH주제에 의한 판타지와 푸가」는 원래 메르세부르그성당의 오르간봉헌식을 위해 작곡되었고, 본인에 의해 피아노로 편곡된 곡으로서 대성당에서 울리는 오르간의 음색을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일품입니다.
12월쯤에는 사회적으로 안정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집니다. 요즘 심난한 일들이 많다보니 음악회 준비 한다는 자체가 무기력해지기도 해요. 이것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더욱 집중해서 하려고 합니다.
피아니스트 김혜령
피아니스트 김혜령은 서울예고와 이화여대 피아노과 및 동 대학원 졸업하였다. 독일 쾰른국립음대 전문연주자과정(Kunstlerische Ausbildung)을 최우수 졸업하였고 독일 데트몰트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Konzertexamen)을 졸업하였다. 한국음악협회콩쿨 1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 선정 되었으며 대전시향, 플로이에스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국립 몰도바 방송교향악단과 협연하였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연주시리즈 진행 중에 있고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북카페 <산 다미아노>에서 이야기가 있는 음악회 ‘건반의 노래’ 진행(매달 셋째 수요일)하고 있다. 현재 명지대 객원조교수, 가톨릭대, 수원대사회교육원 출강하고 있다.
글_김진실기자. 사진_김문기 부장.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6년 12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피아니스트 김혜령
마에스트로 양재무
김재섭 신부
피아니스트 김혜령
'월간 음악춘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물탐구 피아니스트 정은모 / 음악춘추 2016년 12월호 (0) | 2017.05.22 |
---|---|
커버스토리 소프라노 강혜명 / 음악춘추 2016년 12월호 (0) | 2017.05.22 |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임재원 / 음악춘추 2016년 12월호 (0) | 2017.05.22 |
인물탐구 피아니스트 엄의경 / 음악춘추 2016년 11월호 (0) | 2017.05.22 |
커버스토리 작곡가 이영자 / 음악춘추 2016년 11월호 (0) | 2017.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