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아시아·태평양 국제쇼팽피아노콩쿠르
세계의 우수한 젊은 피아니스트들을 발굴, 육성하는 장
쇼팽이 태어난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1927년부터 5년에 한 번씩 개최되고 있는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는 세계적인 피아노 콩쿠르 중 하나로 유명하다. 역대 입상자 명단에서는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마우리치오 폴리니, 마르타 아르헤리치 등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의 이름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명성에 걸 맞는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가 대한민국, 대구의 계명대학교에서도 개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1961년에 종교음악과로 출발한 계명대학교의 음악·공연예술대학은 2012년 현재 관현악과, 성악과, 작곡과, 피아노과, 오르간과, 연극예술과, 무용학과의 7개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계명오페라단, 계명교향악단, 계명합창단, 계명실내악단, 계명심포닉밴드 등 교내·외에서 행해지는 많은 연주를 통하여 국내 음악계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음악공연예술대학 산하에 계명쇼팽음악원과 계명리스트음악원을 두고 있으며, 특히 1999년 음악공연예술대학에 설립된 계명쇼팽음악원은 계명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폴란드 국립쇼팽음악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학·석사 연계취득에 관한 교육과정 공동운영 프로그램으로 우수한 인재를 배출해 내고 있다.
이러한 계명대학교가 그간 축적해 온 저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우수한 젊은 피아니스트들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서 폴란드 국립쇼팽음악대학교, 폴란드 국립쇼팽협회, 바르샤바 쇼팽협회와 함께 아시아·태평양 국제쇼팽피아노콩쿠르를 개최해 오고 있다. 2009년 처음 개최되어 올해 그 두 번째 장을 마련하는 아시아·태평양 국제쇼팽피아노콩쿠르는 지난 9월 5일 예선(녹화 자료, 서류 심사)을 마치고 10월 18일부터 26일까지 본선 및 결선이 열릴 예정이다. 올해 대회에는 18개국 96명(주니어부 50명, 시니어부 46명)이 참가했으며, 그 중 12개국 45명(주니어부 23명, 시니어부 22명)이 예선을 통과한 상태이다.
아시아·태평양 국제쇼팽피아노콩쿠르의 대회장인 계명대학교의 신일희 총장과 계명·쇼팽음악원의 이영기 원장, 음악공연예술대학의 김창재 학장, 사무총장 신희원 교수를 통해 이번 대회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세계 각지의 젊은 피아니스트들, 올 가을 대구에 모이다
“제1회 대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3년간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가짐으로써 이번 제2회는 더욱 국제 대회다운 면모를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올해에는 멀리 캐나다, 호주, 유럽 등지에서도 피아니스트들이 참가했으며, DVD 심사 결과 심사위원들로부터 주니어부와 시니어부 모두 수준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를 들어 기쁩니다. 이러한 국제 대회는 시간이 지나고 경륜이 쌓이면서 권위가 생기기 마련인데, 2회 때 이런 수준에 도달한 것은 음대 교수님들의 노고 덕분이지요.”(신일희 총장)
대회를 알리기 위해 지난 여름 직접 유럽 각국을 방문하여 대회 안내 홍보물, 참가 신청서 등을 배포하며 동분서주한 이영기 원장은 “처음 이 콩쿠르를 치를 당시에는 교내 교수님들도 생소했기 때문에 홍보와 진행에 어려움 점이 있었지만, 이번 대회는 학장님을 중심으로 하여 음대 구성원이 합심한 덕분에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양적, 질적으로 국제 대회에 걸맞아 성공적이라 판단된다는 이영기 원장은,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명성 있는 국제 대회의 입상 경력이 있고, 국내의 참가자들도 경력이 화려하기 때문에 공개로 진행되는 본선과 결선에서 어떤 경연이 펼쳐질지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상내역을 살펴보면 주니어부 1등은 상장 및 상금 5천 유로, 2등은 상장 및 상금 3천 유로, 3등은 상장 및 상금 2천 유로, 심사위원 특별상 중 폴로네이즈상은 상장 및 상금 1천 유로, 마주르카상은 상장 및 상금 1천 유로이며, 특히 올해에는 시니어부의 상금을 대폭 높여 시니어부 1등은 상장 및 상금 2만 유로, 2등은 상장 및 상금 1만 유로, 3등은 상장 및 상금 5천 유로, 심사위원 특별상 중에서 소나타상은 상장 및 상금 2천 유로, 폴로네이즈상은 상장 및 상금 2천 유로, 마주르카상은 상장 및 상금 2천 유로이다.
그리고 본 콩쿠르의 입상자들에게는 특전으로 10월 25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갈라 콘서트를 제공하고, 각 부문 1등에게는 10월 26일 오후 7시 시상식 직후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위너스 콘서트(Winner’s Concert)를 제공한다. 이 위너스 콘서트의 지휘자는 곽승(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이며, 연주는 대구시립교향악단 60여명이 맡게 된다. 그리고 시니어부 우승자에게는 11월 15일 폴란드 바르샤바 레두토웨홀에서 우승자 독주회의 특전을 제공한다.
김창재 학장은 “콩쿠르 결선 진출자들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게 되는데, 이 때 오케스트라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런 면에서 계명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자 대구시향의 상임지휘자인 곽승 교수와 대구시향이 오케스트라 연주를 담당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콩쿠르의 위상에 걸 맞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연 대회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심사위원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올해 대회의 심사위원 역시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국내외 피아니스트들로 심사위원단을 구성했다. 당 타이 손(바르샤바 국제쇼팽피아노콩쿠르 우승자 및 심사위원), 피오트르 팔레츠니(두니스키-지드로이 국제쇼팽축제 예술감독, 바르샤바 국제쇼팽피아노콩쿠르 심사부위원장, 폴란드국립쇼팽음악대학교 피아노과 교수), 카탈지나 포포와-지드론(바르샤바 국제쇼팽피아노콩쿠르 심사위원, 비드고슈치 음악원 피아노과 과장), 베른트 괴츠케(브라운슈바이크 클래식 페스티벌 예술감독, 국립하노버예술대학 부설 음악영재조기교육학교 이사장), 아오야기 스스무(동경예술대학 피아노과 교수), 미하일 알렉스드로프(모스크바 국제쇼팽협회 예술감독 겸 이사장), 장혜원(서울종합예술학교 학장,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이대욱(2010 윤이상국제콩쿠르 심사위원장, 한양대 음대 교수), 임동민(바르샤바 국제쇼팽피아노콩쿠르 입상자, 계명대 음악공연예술대학 교수)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폴란드 영부인도 직접 내한하여 본 콩쿠르를 참관할 예정이다.
“주최 측인 폴란드에서 계명대를 인정하고 돕는 행사라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는 신일희 총장은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라고 하면 ‘서울’을 떠올리지만, 대구에서도 이러한 국제적인 행사가 열린다는 것을 외부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콩쿠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갈수록 고갈되는 예술적 정서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교육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말했듯이 계명대학교의 음악·공연예술대학 산하에는 계명·쇼팽음악원이 있다. 계명대학교는 1999년부터 폴란드의 쇼팽음악원과 교류를 해오던 중 조금 더 높은 차원으로 도약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국제쇼팽피아노콩쿠르의 개최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폴란드 현지의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교섭, 설득한 끝에 계명대의 능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계명·쇼팽음악원이 개원한 지 10주년이 되던 해인 2009년, 본 대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계명대, 세계가 인정하는 대학을 꿈꾸다
“사실 한국에서 유럽으로 유학을 가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 어려운데, 계명대 음악공연예술대학의 학위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4학년 1학기까지 공부한 학생들 중 선발된 우수한 학생은 마지막 학기에 바로 폴란드의 쇼팽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날 수 있습니다. 덕분에 학생들은 비교적 쉽게 유학을 갈 수 있고, 더불어 유럽의 지리적 특성상 저희 유학생들이 폴란드를 기반으로 해서 독일, 프랑스, 미국 등 전세계로 뻗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계명쇼팽음악원은 전공 실기 수업이 일주일에 두 번이며, 특히 쇼팽음악원의 교수님들이 한국에 상주하면서 모든 전공 실기를 지도하기 때문에 전공 실기의 능률이 오르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덕분에 언어 습득에도 이점이 있지요.”(이영기 원장)
계명대학교가 음악공연예술대학을 비롯해 계명쇼팽음악원과 계명리스트음악원을 설치했으며, 아시아·태평양 국제쇼팽피아노콩쿠르를 개최하는 데에는 신일희 총장의 특별한 문화예술적 비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 총장은 스스로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는 “일반 사람들은 음악이라고 하면 논리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데,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도 음악은 수학적이고 논리적이라 생각한다”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음악은 단순히 예술적이고 정서적인 면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학문보다도 냉철한 논리이고 수학이란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계명대학교는 2011학년도에 국가로부터 ‘잘 가르치는 대학’, ACE 대학으로 선정되어 학부교육선진화 국책사업을 향후 4년간 시행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2010학년도부터 50여 억 원의 국비가 지원되는 교육역량강화사업도 연속해서 추진해 오고 있다. 그리고 계명대학교는 성서캠퍼스에 의과대학, 간호대학, 약학대학과 연계하여 1천 병상 이상의 거대한 메디컬센터, 새동산병원을 올해 초에 착공하여 2015년에 개원할 계획이기도 하다.
“저는 계명대학교가 대구 지역, 그리고 대한민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외국 대학들과의 경쟁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 음악이나 태권도처럼 우리나라 사람만이 특별히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있지만, 국내 대학들이 수학, 철학 등 소위 말하는 서양 학문에서는 국제적인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지요. 저는 계명대학교 학생들이 국제적인 안목과 지식을 갖고 세계 어느 곳에서도 당당히 토론할 수 있는 교육을 시키는 기관으로 만들 것입니다.”(신일희 총장)
그렇기 때문에 신 총장은 과소평가도 과대평가도 바라지 않고 있는 그대로 평가받고 싶어 한다. 단순히 서울에 있는 대학과 지방에 있는 대학으로 나누고 선입견으로 평가되길 거부하는 것이다.
김창재 학장 역시 “계명대가 세계 속의 대학이 되길 바란다”며, 아시아·태평양 국제쇼팽피아노콩쿠르가 해를 거듭할수록 국제적인 행사로 성장해 계명대가 외국에 잘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예술 행사는 학생들의 전인성을 고취하고, 전문성을 확립하는 등의 교육적 의미가 있기에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계명대 음악공연예술대학 역시 외국 대학들과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어, 지난 여름에는 계명대의 학생들이 영국 버밍엄대 음대를 방문해 현지 교수들의 레슨과 수업을 받았으며, 오는 가을에는 그 곳의 음대 학장이 계명대학교를 방문해 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이영기 원장은 “아시아·태평양 국제쇼팽피아노콩쿠르는 계명대, 그리고 총장님의 교육 철학이 담긴 행사”라며, “세계에 산재해 있는 젊은 피아니스트를 발굴, 육성이 가장 큰 목적인 본 대회에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글_배주영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계명대학교 신일희 총장
계명대 음악공연예술대학 김창재 학장
쇼팽음악원 이영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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