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KBS교향악단 사장 박인건
소통 통해 과거의 명성 회복
국영방송국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오케스트라이자 국립오케스트라의 전통과 명성을 이어온 KBS교향악단은 1956년 창단되어 KBS 소속으로 공연과 방송 연주를 해오다가, 1968년 국립극장으로 운영권이 이관되면서 국립교향악단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1981년 다시 KBS로 운영권이 넘어와 시청자센터 소속으로 활동했다.
이런 KBS교향악단이 지난 7월 23일 법인 설립을 마치고 재단법인으로 출발,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재)KBS교향악단 이사회(이사장 이종덕)는 지난 8월 1일 사장 후보자 심사를 거쳐 KBS교향악단의 초대 사장(상임이사, 임기 3년)으로 박인건을 선임했다. 전문예술경영인 박인건 사장은 경희대 음대(바이올린 전공) 및 음악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87년 예술의전당에 입사, 공연기획부장을 거쳐 1999년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부장, 2004년 충무아트홀 사장, 2006년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2011년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 관장을 역임했고,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재)KBS교향악단은 8월 중 사무국 직원 공모와 기존 단원의 전적을 포함한 단원 충원을 실시하고 9월 1일 업무 개시, 기존 교향악단은 8월말 해산되었다. 노사 갈등을 빚었던 그들은 지난 10월 7일 교향악단의 정상화 방안으로 법인화를 통해 '국내 최고의 오케스트라로서 명성과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대전제에 전격 합의했으며, 합의안에는 세계 정상급 상임지휘자 영입, 교향악단 단원 정원의 95% 이상 유지, 교향악단 지원금의 안정적 지원, 소외계층 및 지역 시청자를 위한 음악회와 프로그램 수행, 기존 교향악단원들의 신분 보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기존 KBS교향악단 단원 대부분이 전적과 파견형식으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재)KBS교향악단은 지난 10월 27일 재단법인 KBS교향악단의 신규단원 오디션을 통해 총 14명의 신입단원을 선발하였다. 지난 9월 KBS교향악단은 재단법인으로 출범함과 동시에 악장을 포함한 총 21개 파트, 26명의 단원을 선발하는 대규모의 오디션을 실시해 파트에 따라 최대 38대 1, 평균 1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KBS교향악단 사무국 한켠에 마련된 사장실에서 만난 박인건 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소통'에 대해 누차 강조했다.
"잘 아시다시피 KBS교향악단이 지난 3월부터 파행으로 공연을 못했습니다. 더욱이 단원 간의 불신, 오해 등 소통이 잘 되지 않아 많은 상처가 있었습니다. 현재 100여 명의 단원 중 70여명이 파견 형태로 근무하고, 나머지 신입 단원과 전적 단원은 법인 단원이 되어, KBS교향악단이라는 한 집에 두 가족이 있는 형태가 되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가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자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자신과 직원들이 갖고 있는 미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시일 내의 정상화’라며, 그것은 결국 단원 사이의 상처가 치유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들은 11월 초에 전체 단원과 이사장이 모인 간담회에서 단원들의 이야기, 건의 사항 등을 들으며 2시간 동안 토론을 했고 악장, 수석들, 부악장, 간부 단원 등과 앞으로 교향악단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고.
박인건 사장은 초대 사장으로서 크게 두 개의 목표를 갖고 있다. 첫 번째는 KBS교향악단의 정상화를 통해 단원들이 받았던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과거 KBS교향악단이 누린 최고의 명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세계적인 역량을 지닌 지휘자들과 협연자들을 초청해 정기 연주회의 질을 높이는 지속적인 공연을 하고, 공연의 질만이 높이는 것이 아니라 공연의 양도 늘릴 계획이다.
또한 그는 법인화 이전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것이며, 이에 따라 단원들도 마음가짐의 변화, 다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야 한국에서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되고, 나아가 아시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법인화된 KBS교향악단은 본격적인 연주 활동을 재개, 첫 연주회로 지난 11월 30일 미하일 플레트네프와 함께 하는 KBS교향악단 재단법인 출범 기념 특별 연주회(협연: 바이올리니스트 알리나 포고스트키나)를 가졌다. 그리고 12월 1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KBS교향악단 재단법인 출범 기념 특별연주회 Ⅱ로 곽승이 지휘하고, 소프라노 이명주, 메조 소프라노 정수연, 테너 나승서, 베이스 김진추, 고양시립합창단, 의정부시립합창단, 그리고 서울모테트합창단으로 구성된 대규모의 연합 합창단이 출연하여 비발디의 《4대의 바이올린 협주곡 나단조 작품3 제10번》,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라단조 작품125 《합창》을 선보인다. 또한 12월 23일에는 KBS홀에서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개최한다. 그들은 법인화 이후 이러한 세 차례의 공식 연주회 외에 지난 11월 한전 신인 콩쿠르 연주로 지방 3회, 서울 2회로 총 5회의 연주, 그리고 찾아가는 음악회로 병원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다.
그들은 우선 내년 6월까지 세계 정상급 지휘자와 협연자를 초청하는 연주 일정을 세운 상태이며, 현재 공석인 상임 지휘자를 내년 상반기 중에 선임해 내년 후반기 일정을 세울 계획이다.
KBS교향악단 사태는 상임 지휘자와의 갈등으로 촉발된 것인 만큼, 현재 가장 주목되는 것은 어떤 상임지휘자가 KBS교향악단을 이끌 것인가이다. KBS교향악단은 내년 상반기 중에 세계 정상급 상임 지휘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으로, 박인건 사장은 이 역시 단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기 연주회에서 여러 객원 지휘자와의 경험을 통해 단원들이 원하는 지휘자를 선임할 것이며, 좋은 지휘자가 있다면 조기 결정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예술적인 것은 예술감독(상임지휘자)이 평가 받아야 할 부분이고, 사장으로서의 제 역할은 직원들과 표를 판매하고, 관객을 늘리고, 기업 협찬을 받고, 행정적으로 꼬여있는 것을 푸는 것 등이지요. 이러한 일들은 사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진짜 할 일은 KBS교향악단이 과거의 명성을 다시 회복하는 것입니다. 저희 스스로 KBS교향악단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음악 애호가 등 외부에서 KBS교향악단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게 해야 하는 것이지요."
사실 KBS교향악단의 법인화 과정에서도 불미스러운 일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는 법인화 과정에서 생긴 논쟁에는 왜곡된 부분도 있고, 간단하게 설명하기 힘들지만 결론만 말하면 안정, 지속적인 예산 확보가 된다는 전제 하의 법인화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며 말을 이었다.
"법인화로 인해 당장 변화된 부분이 무엇이냐면, 예전에는 KBS교향악단 사무국의 직원이 공채를 통해 선발된 것이 아니라 KBS의 직원들이 이 곳에 배치를 받아 일정기간 일하다가 다른 부서로 가는 순환보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법인화된 KBS교향악단의 직원들은 교향악단 일에 관심과 열정이 있고, 교향악단과 생사를 함께 할 사람들이지요. 그리고 법인화 이전에는 결제 하나를 받으려 해도 9명을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담당, 팀장, 국장, 사장으로 축소되었기 때문에 행정, 운영이 신속합니다. 또한 이제는 KBS교향악단의 수익이 발생하면 그것을 단원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법인화되면 예산은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경영진 측에서는 예산을 줄이려는 속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요."
그는 교향악단이 클래식 음악 애호가에게 사랑 받지 못하면 그 존재의 가치 없다고 생각한다며, KBS교향악단이 국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단체가 되어 한국 최고의 교향악단이 되고, 나아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교향악단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목표는 자신 혼자만이 아니라 KBS교향악단 단원들 모두의 공동 목표라 생각한다며 이런 말을 했다.
"단원들에게 오드리 햅번의 마지막 유언을 인용해 말한 적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만 보라'는 것인데, 저는 여기에 '말과 눈을 방해하는 게 귀다. 서로 협조적인 귀가 되자'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사실 KBS교향악단 단원과 회사 간의 소송 문제가 아직 말끔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인데, 이런 문제들도 빠른 시일 내에 원만히 해결되길 바랍니다."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다시 한 번 단원들에게 서로 배려, 소통하자는 것을 당부하는 한편, KBS교향악단을 사랑해 주시는 음악 애호가, 회원들에게는 "장기간의 공연 중단을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새롭게 태어나 열심히 노력할 테니 많은 사랑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글_배주영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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