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성남시립합창단 전임작곡가 이선택 / 음악춘추 2012년 12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12. 6. 14:49

성남시립합창단 전임작곡가 이선택
시민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합창곡 창작

 

얼마 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직업별 만족도 순위에서사진작가, 작가, 그리고 항공기 조종사에 이어  작곡가가 4위라는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물론 신뢰도에 대한 부분은 100프로 검증할 수는 없으나 이 결과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이유는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비로소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점이었다. 이번 기획특집을 위해 성남시립합창단 전임작곡가 이선택을 만난 후, 그는 이 결과를 증명하듯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행복한 작곡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의 행복한 대화를 지면에 옮겨본다.

 

** 전임작곡가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합창단에서 필요로 하는 레퍼토리를 새로 창작하거나 기존의 곡들을 클래식부터 가요, 동요에 이르기까지 편곡하는 일을 담당한다.

 

** 합창곡을 작곡할 때 가장 중점에 두는 것은 무엇인가?
요즘 난무하고 있는 전자 음악들 사이에서 대중에게 자연의 소리, 인간의 소리를 풍성하고 아름답게 전달하고자 한다. 또한 시립합창단의 존재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과의 소통이다. 시립합창단의 목적이 시민을 위한 것이라면 전임작곡가로서 그들의 목적에 부합한 곡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웅장하고 화려한 음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나 듣고 따라 부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곡을 써야 시민들과의 소통이 원활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시민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곡들, 또한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모든 연령층을 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작곡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 그렇다면 그 지역의 시민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일 것 같다.
그렇다. 시립합창단은 지역에 맞게 캐릭터를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전임작곡가는 단체의 특징을 빨리 파악해야 함은 물론 지역 시민들의 기호부터 취미, 문화적 수준까지 고려해야 한다. 성남시 같은 경우는 지역의 격차가 있어 일부는 문화수준이 상당히 높은 반면 소외계층도 존재하기 때문에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 프로그램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 합창의 매력은 무엇인가.
전국의 교회 성가대와 아마추어 합창단까지 포함한다면 클래식 분야에서 가장 많은 대중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 합창이다. 그만큼 합창은 어느 누구나, 어디서나, 특별한 준비가 없어도 상상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대중성을 갖추고 있다. 이제 많은 합창단에서 이러한 대중성을 부각시켜 다양한 음악을 연주 프로그램에 포함시킴으로써 더욱 많은 관객에게 흥미로운 공연을 선사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청중과의 호흡에 앞장서고자 모든 이들이 힘을 합하고 있다. 때문에 그 동안 합창이 대중적인 인기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하였지만, 앞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 그러한 대중성을 부각시키다 보니 합창단의 연주회는 최근 10년 새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작곡가로서 부담은 없는가?
이는 전세계 조류이다. 세계 합창 심포지엄을 가 보면 가만히 서서 노래를 부르는 단체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색다른 공연이 많이 연주되고 있다. 그만큼 옛 클래식 작곡가들의 작품만 연주하던 시대는 지나갔고, 이제 연주자들은 프로그램에 따라 연기와 춤도 배운다. 작곡가들도 마찬가지로 정통 클래식만을 다룰 수 없는데, 어려서부터 밴드생활을 해왔고, 대학을 졸업한 후 대중음악을 다루어 온 경험이 지금 큰 자산이 되고 있다.

 

** 이러한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관객이 즐거워하는 음악회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합창곡도 대중가요 못지않게 좋은 곡이 많은데, 클래식은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였다. 앞으로 내가 다루고 싶은 장르 또한 ‘예술가요’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이는 가요와 클래식을 접목한 대중에게 조금 더 친숙한 형태이다. 대중가요의 코드나 리듬의 진행들을 클래식으로 가져와 예술성을 더한 것인데, 어쿠스틱 사운드를 추구한다는 것이 대중가요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언제나 관객들이 일어나 함께 춤출 수 있는 음악회를 꿈꾼다. 현재 성남시립합창단과 다양한 시도를 해나가고 있고, 성남시립합창단은 모든 공연을 기획하고 만드는 공연기획자 까지 상임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지휘자와 공연 기획자, 그리고 단원들과 더불어 더없이 행복하게 다양한 무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 앞으로 합창 음악계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 보완되어야 할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첫 번째로 전임작곡가 제도가 여러 단체에 도입되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합창단은 외부 작곡가에게 위촉을 하여 작품을 올린다. 하지만 이는 예술성을 강조하고 합창단만의 색깔이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지 못하는 곡이 나올 가능성이 크고 각 지역마다 필요한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고 시민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대학에서 조금 더 실질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예전부터 ‘왜 유명한 대중음악 작곡가가 국내 유수의 대학의 작곡과보다는 다른 분야에서 전공했던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걸까?’라는 것과 유명한 가수 또한 성악과에서 탄생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모든 클래식 음악도들에게 정통만을 고수하지 않고, 예를 들어 1, 2학년 때는 정통 클래식으로 기초를 가다듬고, 3, 4학년에 들어서 세부적인 전공을 두어 학생들이 다양한 길을 모색할 수 있는 폭을 넓혀 주었다면 실용음악과, 뮤지컬과가 신설되거나, 비전공자들에게 우리 자리를 내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도 대학 생활을 통해서 클래식의 기본적인 것들을 배운 것도 있지만 보다 실질적으로 사회에서 부딪히며 배운 것이 많기에 앞으로 학생들에게 조금 더 실용성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서 그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직접 사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마지막으로 12월에 성남시립합창단이 계획하고 있는 연주는 무엇인가.
성남시립합창단은 12월 20일부터 22일까지 제116회 정기 연주회로 어린이 창작 합창극을 무대에 올린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합창극으로 이번 무대 역시 기존의 무대에서 벗어나 3D 기술을 사용하는 등 아이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있다.
 
이선택은 서울신학대학교 및 동대학원 교회음악과(작곡)를 졸업하고 국립합창단 및 다수의 시립합창단, 여성합창단 소년소녀합창단 연주 발표, 중앙성가, 은혜로운 성가, GCM성가, 청소년을 위한 합창곡집 등에서 다수의 합창 작·편곡을 해왔으며, 예빈 레코드 엔지니어 및 대표를 역임하고 2006년부터 성남시립합창단의 전임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청소년을 위한 합창곡집』, 혼성합창 『Gloria』, 여성합창 『즐거운 연주를 위한 선택』이 있으며, 현재 한국합창작곡가협회(KCCA) 부회장, 서울신학대학교 강사, 아트포인 싱어즈 예술감독, 연세대학교 음악아카데미 전임작곡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글_ 박진하 기자 / 사진_ 김문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