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인천시립합창단 전임 작곡가 우효원 / 음악춘추 2012년 12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12. 6. 14:41

인천시립합창단 전임 작곡가 우효원
한국적이며 세계적인 새로운 음악 추구

 

ACDA(American Choral Director Association)는 1959년 창립된 세계 수준의 합창기구로, ACDA 컨벤션 콘서트는 세계 합창인들의 꿈의 무대와도 같다. 설립 50주년이 되는 해인 2009년 개최된 National Convention의 콘서트에 국내합창단으로서는 최초로 초청 받은 인천시립합창단은 세계 각국과 미국 전역에서 모인 수많은 지휘자들과 합창 관계자들로부터 최고의 무대를 선보여 극찬을 받은 바 있다. 그 때 그들이 선보인 작품이 바로 우효원의 「메나리」와 「8소성」 등이다.
인천시립합창단과 세계 유명합창단들을 통해 초연된 우효원의 많은 곡들은 세계 각국의 최고의 연주 단체들을 통해 널리 연주되고 있다. ACDA, Polyfollia(프랑스최대합창마켓) 등에서 크게 호평 받았으며, 2009 IFCM(세계합창총연합회)의 저널(EASTERN LIGHTS)을 통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소개되기도 했다.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작품들을 위해 항상 새로운 작품을 위해 연구하는 합창 전문 작곡가 우효원은 누구일까.

 

***합창 작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학교 1학년 때 영락교회에서 윤학원 선생님이 지휘하셨던 시온성가대의 소프라노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내가 대학교 4학년 때 조선일보 신인 음악회에 출연한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 윤학원 선생님께서 내 작품을 보고 싶다고 하셨고, 그 때부터 학부 때 멋모르고 쓴 합창곡을 시온성가대에서 선보이기 시작했다. 윤학원 선생님께서 작곡을 하는 학생들에게 워낙 관심이 많으셨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대학을 졸업할 즈음, 선생님께서 이끄시던 레이디 싱어즈가 예술의전당에서 노래할 크리스마스 작품들의 편곡을 내게 맡기셨다. 그래서 1996년부터 레이디 싱어즈 전임 작곡가로 활동하기 시작해 1999년부터 인천시립합창단의 전임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다.

 

***추구하는 작품 스타일은?
새롭고 한국적이며 현대적인 것을 모토로 한다. 꼭 5음 음계를 써야 한국적인 것이 아니라 한국 사람인 우리의 생각이 들어가면 한국적인 작품이라 생각한다. 외국에서 다양한 나라의 합창곡을 접하는데, 민속적인 음악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가장 큰 경쟁력이 된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그저 서양음악의 어법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한 단계 더 창의적인 것을 보여주려면 우리만의 것을 넣어야 하고, 그런 곡일수록 세계에서도 선호한다. 외국에서도 많이 연주되고 있는 「메나리」는 사실 나 스스로도 이런 곡을 외국에서 연주할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한국적이다.
나는 인천시립합창단이 내 작품을 노래한다는 사실에 머무르지 않고 외국의 합창단들과 공유,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다.

 

***전임 작곡가로 일년에 몇 곡 정도씩 작업하나?
매 정기 연주회 때마다 내 곡을 연주하긴 하지만 정확히 일년에 몇 곡이라고 말하긴 애매하다. 한 곡을 몇 년째 수정해서 다시 올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편 곡만이 아니라 뮤지컬 오라토리오 「모세」, 지난 10월 정기 연주회에서 발표한 「천지창조」에서는 11곡을 한 무대에 다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메나리」는 2005년쯤 작곡한 것인데, 지금까지도 그때 그때 무대에 따라 수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ACDA 미국지휘자협회에 인천시립합창단이 초청 받았을 때 25분 안에 여러 곡을 연주해야 했는데, 「메나리」 연주 소요 시간이 14∼15분이라 9분대로 줄이기도 했다.

 

***매번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 그 아이디어들은 어떻게 얻나?
우선 다른 음악을 많이 듣는다. 그리고 윤학원 선생님, 인천시립합창단과 세계 합창 무대에 자주 나가기 때문에 그 곳에서 여러 외국 곡을 접하며 세계적인 추세에 우리 것을 융합시키고자 한다.
항상 윤학원 선생님과 다음 연주회에서는 무엇을 할지 함께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모은다. 사실 매번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한 연주회에서 모든 것을 다 표현하기가 힘들므로 설익을 수밖에 없고, 연주 후 아쉬운 점은 보완, 수정해서 다시 무대에 올린다. 수정하면서 곡이 발전하고 완숙되므로 계속 손을 대는 편이다. 윤학원 선생님께서도 한 번 연주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보완해 무르익은 음악을 만들고 싶어 하신다.
그리고 일상의 순간순간에서도 아이디어를 얻는다. 윤학원 선생님께서도 길을 가시다가 라디오에서 좋은 음악이 나오자 내게 전화해 지금 당장 라디오를 들어보라고 하신 적도 있다. 평소에 대중 음악도 상관하지 않고, 다양한 음악이 합창과 만나서 어떻게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을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고민한다. 

 

***작곡하며 특히 힘들었던 작품이 있다면?
매번 힘들고 곡 마감일에 쫓긴다. 나도 영감이 갑자기 떠올라서 “바로 이거야!”하며 작곡해 봤으면 좋겠다(웃음). 나로서는 매번 작품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지만 인천시립합창단처럼 훈련이 잘된 팀이 연주해 주니 감사하다. 내가 부족한 작품을 주더라도 윤학원 선생님, 그리고 인천시립합창단이 오랜 시간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창작도 큰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임 작곡가라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위촉받은 작품을 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같이 연구를 하면서 만들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곡이 성숙되는 부분이 크고, 작곡가인 나도 많이 배운다. 좋은 작곡가를 길러 낼 수 있는 이런  전임 작곡가 자리가 국내 합창단에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텍스트는 어떻게 선택하나?
세계 무대에서 연주될 수 있는 곡이 되도록 애를 쓰기 때문에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 합창단도 노래할 수 있도록 가사에 신경 쓰고 있다. 사실 작곡을 하다 보면 시를 새롭게 조합하는 경우가 있는데, 시인들이 자신의 시를 훼손하는 것을 매우 싫어해 나로서는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시를 갖고 작곡한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내가 직접 텍스트 작업도 한다. 예를 들어 「메나리」 같은 경우는 “아, 어” 같은 모음 위주의 가사를 사용했고, 「8소성」의 가사는 “디리디리, 두루두루” 같은 스캣(scat)이었다. 이번 「천지창조」는 라틴어 성경을 갖고 새로 조합해 가사를 만들었던 터라 사전을 찾으며 가사를 쓰는 시간이 작곡하는 시간보다 더 많이 걸리기도 했다.

 

***합창 음악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합창으로 세상의 모든 빛깔, 소리,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어떤 목소리로 말하느냐에 따라 다른 감정이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합창은 다른 악기들을 수용할 수 있는 폭이 매우 커서 합창을 중심으로 하여 못 만들어 낼 음악이 없는 듯하다. 음악적으로 무한한 잠재력, 표현력을 갖고 있는 것이 합창이라고 생각한다.

 

***인천시립합창단의 특징을 말하자면?
내가 지금까지 말한 것과 같다. 윤학원 선생님과 나, 그리고 합창단이 계속해서 새롭고,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이고, 그러면서도 대중적인 것을 모토로 한 이 방향으로 십년 넘게 달려왔다. 우리는 현대음악을 소수의 음악 마니아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수준을 갖추면서도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그리고 워낙 새로운 음악을 추구해 오다 보니 인천시립합창단이 새로운 것도 흡수를 잘하고,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작업 중인 작품은?
인천에서 2014 아시안 게임이 열리게 되어 인천과 관련된 작품을 작곡할 계획이다. 최근 아마추어 합창단인 인천시민합창단이 동마다 생겨나고 있다. 그 동안 프로 합창단을 위한 곡, 성가 음악은 많이 썼지만 일반 아마추어 합창단, 시민들이 쉽게 부를 수 있는 합창곡을 쓰는 일에는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어 내년에는 시민 합창단이 부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인천 아시안 게임과 관련하여 인천 칸타타 등을 만들어 볼까 한다.
그리고 지난 10월에 발표했던 「천지창조」도 더 다듬어 내년쯤 다시 올릴 생각이다.

 

***서울신학대학교와 코러스센터 작곡 아카데미에서 합창 전문 작곡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미국 노스 텍사스 대학의 교수이자 ACDA 의장인 맥코이 교수님이 한국에 자주 오시는데, 그분도 합창 작곡만 전문으로 가르치는 곳이 없는데 한국에는 있다며 부러워하셨다. 그리고 외국 합창단이 인천시립합창단에 클리닉을 받으러 오는 등 외국에서 한국 합창에 관심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합창 작곡가가 많이 양성되길 바란다.
코러스센터 작곡 아카데미는 6학기로 진행되며, 윤학원 선생님과 나, 이현철, 오병희 선생님 등이 지도하고 있다. 사실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해도 합창곡을 거의 안 써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연주되는 음악을 쓰는 훈련이 안 되어 있는데, 이 곳에서 공부한 학생들의 좋은 작품은 출판되고, 인천시립합창단의 정기 연주회에서 발표되기도 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일단 많이 작곡해 보라고 강조한다. 이를 테면 지금까지 자신이 써보지 않았던 100가지 스타일의 곡을 써보는 것이다. 한 번에 너무 좋은 곡을 쓰려고 하다 보면 그 안에 갇히기 때문에 일단 음악을 많이 듣고, 보고 흉내내 봐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자기 스타일을 찾고,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다.

 

글_배주영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