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작곡가 나인용 / 음악춘추 2016년 9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7. 5. 22. 12:24

춘추초대 / 작곡가 나인용

음악춘추 2016년 9월호
작곡가 나인용의 50년 작곡 인생을 회고 한다.


올해로 80세, 작곡 인생 50년을 맞는 작곡가 나인용 선생님을 만나서 이번 9월 24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회고 음악회를 갖는다. 그간 교향곡, 협주곡, 기악곡, 오페라, 합창곡, 교회음악 등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불문하여 100여 곡의 작품을 작곡해 온 작곡가 나인용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통해 ‘한국적 현대음악’의 정립을 이끌어 온 한국 현대음악사의 산 증인이다. 아직도 곡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나인용 선생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팔순 기념 음악회를 맞이하는 소감
지금도 80세가 되었다고 하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옛 말에 몸이 늙어도 마음은 젊다고 하는데, 아마 지금 제 마음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웃음). 작곡을 50년간 했는데, 그동안 정신없이 살아왔습니다. 되돌아보니 만족스러운 작품을 얼마나 작곡했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면서 그동안의 작품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저는 팔순이 되었다고 해서 조용히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고 특별히 자랑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제자들과 딸(나경혜 교수)이 그냥 지나가기 아쉽다는 말을 해서 이번 회고 음악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음악회에 발표되는 작품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이번에 50년간 작곡인생을 회고하면서 대편성의 곡들을 연주할까도 했지만, 독주, 이중주, 삼중주, 4중주, 합창합주로 편성의 다양성을 가지고 회고 해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양한 편성의 곡을 연주하면 듣는 사람들이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프로그램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 첫 곡인 「Monologue III, 12 Pieces for Solo Violin」는 Violin 이태정 선생님이 연주하는데, 12개의 짤막한 곡조로 구성되어 있는 조곡입니다. 이 곡은 작곡할 당시에 짤막한 음악적 요소들을 다양하게 보여줄 음악을 작곡하자는 의도를 가지고 성격이 서로 다른 12곡을 작곡하였는데, 이번에는 12곡 중에 7곡만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곡은 「Dialogue for Flute and Violin」는 Flute 김경아, Violin 이태정이 연주합니다. 이 곡은 철학자 플라토의 대화라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인간은 나서부터 누울 때까지 서로 관계하면서 살아가는데, 때로는 서로 조화로운 대화를 하면서 마음에 합해질 때도 있고 서로 부딪히고 갈등하여 부조화한 대화를 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을 2가지 악기가 대화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생각하면서 작곡을 했습니다.
세 번째 곡은 「혼자 for Baritone, Violin & Piano」는 Baritone 김홍규, Violin 이태정, Piano 이윤희가 연주합니다. 제가 시인 중에 최문제라는 현대시인의 시를 보고 마음에 들어서 이 곡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시는 인간이 죽음 앞에서 홀로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 인데, 암을 투병하던 시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쓴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더 마음에 와 닿아서 인간의 종말이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운가하는 아이디어로 곡을 쓰게 되었습니다. 바리톤에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함께 하여 트리오로 곡조를 엮어 갔습니다.
네 번째 곡은 「Mong(몽) II for Vibraphone, Clarinet, Violin and Cello」이라는 콰르텟 곡이며 Vibraphone 박혜령, Clarinet 정성윤, Violin 권오현, Cello 이준화가 연주 합니다. 강석희 선생님의 디멘션에서 위촉을 받아 작곡했던 곡입니다. 제가 夢(몽) 시리즈를 몇 곡 작곡했는데, 몽은 꿈이라는 뜻입니다. 생시는 의식이 있는 세계, 자기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고 의식대로 작품을 씁니다. 하지만 꿈은 무의식에 있는 것입니다. 무의식은 합리성도 부족하고 의도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우연성 음악입니다. 저는 이 곡에 우연적인 요소를 세 군데에 주었습니다. 첫 번째 부분은 바이브라폰 부분인데 아이디어는 작곡가가 주되 변주는 연주자에게 맡겼습니다. 나머지 두 군데는 네 사람이 작곡가가 준 아이디어를 연주자의 능력, 재능, 혹은 그 시간에 느끼는 것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네 연주가가 주어진 아이디어를 가지고 마음대로 주고받으면서 연주를 하는데, 이러한 결과가 하나의 꿈, 판타지가 된다는 것입니다. 작곡가가 의식적으로 곡을 작곡한 것과는 다르게 아이디어는 주되 연주자가 변주를 만들어낸 음악인 것입니다. 거기서 작곡가는 하나의 판타지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는 「합창과 앙상블을 위한 ‘심판의 날’」이며 지휘 조장훈, 앙상블 연세동문오케스트라, 합창 연세현대음악합창단이 연주합니다. 서울음악제에서 위촉을 한 작품인데 1974년인 우리나라 시대상황이 상당히 어려울 때 작곡한 곡입니다.
저는 1973년에 교수로 부임하여 음악대학 학생 지도교수가 되었는데, 저와 함께 13명교수들이 학생들의 문제를 협의하고 지도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당시 시대에는 정치적 대립으로 인하여 학생들이 시위운동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힘든 시대상황을 바탕으로 금란여고 교목인 친구가 가사를 써주었습니다. 가사의 내용은 1부는 하나님께서 아름다운 세상을 창조하심에 대한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2부는 현실을 고발하며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을 사악한 세대가 죄와 사망으로 이끌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3부는 오 주여 나를 구원 하옵소서 살려주옵소서라는 구원에 대한 갈망을 노래했습니다. 이곡을 국립합창단에서 1974년 서울 음악제에 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연주를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합창지휘를 하던 곽상수 선생님이 1992년에 연세대학교 콘서트 콰이어에서 연주를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치열했던 시대상황을 모르던 학생들이 연주를 하라니까 이해를 하지 못해서 픽픽 웃기도 했었지요. 아마 학생들이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다음에는 내가 창단한 ‘소리’라는 기악 앙상블에서 기악곡조로 편곡 해달라고 말을 하여 합창과 함께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회고 음악회를 하면서 딸이 꼭 연주를 해보고 싶다고 해서 연주자를 구해서 이번 회고 음악회에 마지막 프로그램에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원로 작곡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의 창작음악계
한국의 창작음악계는 홍난파 선생님으로 시작하여 이흥렬, 나운영 등 1960년대 후반 현대음악이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우리세대 와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1980년대까지는 현대 음악을 새로운 기법으로, 새로운 음향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모든 작곡가들이 애를 썼고 그 움직임이 오늘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우리세대의 작곡가들은 현대 기법의 절정에 와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젊은 작곡가들은 이미 생각이 많이 달라져있습니다. 기법 위주의 세계적인 현대음악 어법으로만 쓰는 것이 다가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기법 자랑하는 시대는 끝나고 개성시대가 왔다고 생각되어 오히려 더 재미있어져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현대음악 어법을 사용하면서도 토속적인 배경이 있기 때문에 한국적인 색채를 많이 지니고 있습니다. 마치 매끄러운 자기보다는 장독대 같은 느낌이 난다는 것이지요(웃음).


***앞으로의 계획
지금도 현악4중주 작곡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금년에도 12개의 현악기를 위한 곡을 4월에 발표했으며 가곡도 썼습니다. 정년 후에도 오페라를 3개나 쓰는 등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작곡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고 좋은 시간입니다.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곡을 쓰는 것이 소망입니다.



작곡가 나인용
작곡가 나인용은 연세대학교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대학원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1973년부터 연세대학교 작곡과 교수로서 작곡과장, 음악연구소장, 학장 등을 역임하였고 2001년에 정년 하였다. 1979년에는 아시아 5개국중에서 선정된 풀부라이트 초빙작곡교수로서 위스컨신 대학교 (슈페리어), 미네소타 대학교 (둘루스) 와 성 스콜라스티카 대학등 3개 대학에서 작곡실기와 현대 음악을 강의하였다. 1987에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음대 현대음악 연구소에서 연구하면서 대편성 관현악을 위한 “태”를 많은 시간과 열정을 다해 완성하였다. 작곡가로서 나인용은 교향곡, 협주곡, 각종 기악곡과 오페라 칸타타, 합창곡, 독창곡, 각종 교회음악 등100여 곡이 넘는 작품을 지난 50년간 작곡하였다. 또한 아시아 작곡가 연맹 한국위원 회장을 4년간 역임하면서 국제 교류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특히 2001년에는 현대음악 앙상블 “소리” 를 현민자 교수와 함께 창단하였으며 지난 15년간 꾸준히 음악문헌에 기재된 세계의 작품들을 우리나라에 초연 하는 등 현대음악 발전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수상으로는 대한민국 작곡상 (제2회, 제6회), 한국음악상, 영창음악상, 예총 음악상 대상, 음악평론가 협회 음악대상 그리고 3.1 문화상 등을 수상하였다. 한국음악협회 부이사장으로 일하면서 대한민국작곡상, 한민족음악축전, 서울창작음악제의 심사위원장과 서울시문화상 심사위원, 중앙/동아콩쿨 심사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와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서 작곡에 전념하고 있다


글_김진실 기자. 사진_김문기 부장.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6년 9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