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김규동
서울대 음대 교수로 새롭게 출발
“평소 강의나 레슨 시간에 학생들과의 쌍방향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의견의 맞고 틀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음악적인 아이디어와 생각을 함께 나눔으로써 생각의 가지가 뻗어나갈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자는 것이지요.”
개인 작곡 발표회를 비롯해, 다양한 음악회와 국내외 현대 음악제 등에서 작품을 통해 관객과의 만남을 가지며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한편, 2001년부터 명지대 음대에서 후학을 양성해 온 작곡가 김규동이 지난 3월 학기부터 서울대 음대에서 학생들과의 만남을 갖고 있다.
그는 또한 학생들에게 ‘습관’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다. 자신도 학창 시절 곡을 쓰는 것이 힘들어 미뤄본 경험이 있고, 그런 점이 나중에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좋은 꿈을 갖고 음대에 진학했는데 곡을 쓰는 것이 어렵다고 해서 자꾸 미루는 습관이 생기면 그저 중간곡, 기말곡을 쓰기 위해 학교에 다니는 것이 되고, 작곡이 즐겁지 않게 되지요. 작곡이란 작업이 반드시 책상에 앉아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관심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작곡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곡을 쓰려고 하면 막막하기 마련이니까요. 지금 당장은 어떤 작품을 작업하지 않더라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미리 스케치하고 노트에 적어 놓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최근 교수로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김규동은 이에 앞서 작곡가로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 동안 자신의 작풍(作風)이 옳다, 그르다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고착화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고민인 것이다. 그래서 예전과는 다른 작풍을 추구해 보고 싶다는 그는 작곡의 넓이와 깊이에 대해 말을 이었다.
“존경하는 작곡가 선생님들의 연배가 되었을 때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립되고 더욱 깊어질 수 있는 것이지만 아직 제 나이에서 하나의 작풍을 고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찍 자신의 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되면 좁은 시야에 갇힐 수 있으므로 일단 다양한 시도로 넓은 저변을 확보해 보려는 것입니다.”
서울대 음대 및 동대학원을 거쳐 독일 하이델베르크 만하임 국립음대를 졸업한 그는 귀국하자마자 독일의 전형적인 현대음악 스타일의 작품을 발표했었으며, 이후 국악기를 사용한 작품, 조성음악 비슷한 작품 등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며 넓이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 왔다. 그렇게 작곡된 여러 작품 중에서도 2002년에 발표한 「실내악을 위한 ‘아버지의 노래’」에 대해서 소개해 주었다.
“당시 작품 발표회를 준비하던 중 아버지께서 지병으로 돌아가셨고, 그런 상황에서 예정되어 있던 음악회를 준비한다는 것이 버거웠습니다. 작곡을 공부하던 시절 제가 정확히 어떤 작품을 쓰는지 모르셨던 아버지께서는 가끔 가요무대 같은 방송을 보시며 ‘왜 네 곡은 안나오냐?’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말씀이 저에게는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시니 ‘내가 작곡가로서 다른 이를 즐겁게 해준 적이 있는가?’라는 반성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김규동은 평소 부친이 흥얼거리던 선율로 실내악 작품을 작곡했는데, 이 곡은 당시 그가 써오던 작품들과는 다르게 조성적인 요소가 가미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조성이 느껴지는 곡을 써도 되는지 걱정했던 그는, 작곡 발표회에서 「아버지의 노래」를 듣고 어머니가 한 말씀에 충격을 받게 된다.
“어머니께서 ‘현대음악이라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그 음악을 들으니 눈물이 울컥 울컥하고 좋더라’라고 말씀하셨어요. 가족에게 이런 말을 처음 듣는 거라 저에게는 충격이었지요. 그러면서 계속 조성적인 요소가 가미된 현대작품을 계속 썼더니 예전보다 대중이 제 작품에 접근하는 것이 쉬워지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어느 날 제 작품의 정체성이 애매해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 자신에게 솔직한 작품을 쓰고 있는지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제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 하는 것입니다. 아직도 어둠 속에서 촛불만 켜고 보는 느낌이지만 일단 찾고 난다면 신나게 나아갈 수 있겠지요?”
또한 그는 현대 음악이 예전보다 자주 연주되긴 하지만 아직도 활성화되지 않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연주자가 창작품을 자신의 레퍼토리화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일을 위해 연주자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 중이다.
김규동은 친분이 있는 클라리네티스트와 작곡가로서 두오 연주회를 갖고, 국악 작품도 다시금 시도하는 동시에 내년에는 오케스트라 작품에 착수할 계획이다.
글·배주영 기자 / 사진·김문기 부장
(김문기의 포토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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