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작곡가 이영조 / 음악춘추 2012년 4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4. 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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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이영조
예술성 높은 작품 담은 CD 4매 출반

 

“그 동안 넉넉한 집안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일찍부터 예술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주로 영재로 성장했지만, 저희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된 예술교육을 못 받았더라도 재주가 있는 아이들도 발굴해 내고자 했습니다. 영재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란 말이 있는데, 이 영재들을 잘 키우면 지금의 선배들이 한 것보다 더 쉽고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2008년 한예종 음악원의 교수직을 정년퇴임하고 이어서 한예종 산하 예술영재교육원의 원장직을 맡아 국내 영재 발굴에 힘쓴 이영조 선생이 지난 2월 29일자로 연임 임기까지 모두 마쳤다. 그 동안 행정가 및 교육가로서 바쁘게 움직여 온 선생은 다시금 작곡가로서의 본분으로 돌아와 최근 네 장의 음반을 출반하기도 했다.
“이제 나이가 70도 되었으니 하나하나 정리해야 할 것 같아 한동안 못했던 일 중의 하나인 음반 작업을 한 것입니다. 그 동안 영재원장으로서의 일도 보람있고 뜻깊었지만 뭔가 귀향 한 것 같아 좋네요.”


이번에 출반된 음반은 그의 선친인 이흥렬 선생의 동요, 가곡 작품들을 자식들이 합창곡, 피아노곡, 오케스트라 곡 등으로 재편곡한 『이흥렬 ‘섬집아기 자장가’』, 생활 가까이에 둘 수 있는 고급스런 음악을 정리한 『이영조 좋은 음악 Ⅱ』, 교육적이고 국제적인 레퍼토리가 될 수 있는 곡들을 모은 『피아노 음악 Ⅱ』, 연주자가 도전할 만한 높은 예술성의 작품들을 모은 『Korean Requiem』이다.


“이번 음반은 자주 연주된 작품들을 모은 것인데, 쉬운 작품부터 어려운 작품까지 여기 저기서 연주되니 행복하더라고요. 내 작품에 공감하는 연주자와 청중이 있으면 작곡가로서는 가장 큰 기쁨이지요. 하지만 늘 선친께서 대단하시다고 느껴지는 것이, 제가 2시간 길이의 오페라를 작곡해도 16마디로 된 선친의 「섬집 아기」를 못 이기는 것입니다(웃음). 그 작품은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쉽지만 값싸지 않고 예술적인 생명력이 있으니까요.”
이번 음반 출반과 함께 때마침 ‘한·독음악학회’(회장 홍정수)에서 그 동안 몇 년에 걸쳐 준비해 온 『이영조의 음악』 이라는 논문집을 발간하게 되어 책 출판과 음반 출반 기념회가 열릴 예정이기도 하다. 보통의 기념회와 달리 강연과 연주가 곁들여지는 이번 행사는 4월 7일 오후 1시 예술의전당 내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 있을 예정이다.


“국내 음악계에는 허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없습니다. 어깨, 가슴에서 허리 없이 엉덩이로 가는 것이지요. 즉, 바그너, 말러, 브루크너, 슈트라우스, 드뷔시, 라벨처럼 조성이 넓어지는, 중심 조성이 없어지는 시대의 음악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 작품들을 알아야 우리가 20세기 작품을 이해하기 쉬운 것인데, 갑자기 쇤베르크, 윤이상 같은 현대음악이 작곡계의 주류가 되다 보니 대중에게는 가까이 둘 수 없는 음악이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영조 선생은 실험주의 작품보다는 조성과 비조성이 섞여있는 한국적인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해 왔다. 이런 선생의 작품에 대해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비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선생은 “오늘날 우리는 혼합주의, 융합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의식주 등 모든 부분에서 우리 것과 외국의 것이 혼재한다는 것이다. 국내 한 음악학자는 “잃어버린 음악의 고리를 이영조 선생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작곡가에게는 자신의 작품이 초연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재연된다는 것만큼 기쁜 일도 없을 것이다. 5월에는 미국 콜로라도에서 코리안 코러스에 의해 이영조 선생의 합창 음악을 프로그램으로 하여 음악회와 세미나가 개최되고, 국립합창단이 독일 순회 연주회에서 이영조 선생의 「여성합창을 위한 세 개의 시편」을, 그리고 서울시립소년소녀합창단도 독일 순회 연주에서 「세 개의 아시아 민요 ‘아리랑-모리화-사쿠라’」를 초연한다. 또한 이영조 선생의 오페라 「처용」은 6월 8일 국립오페라단의 창립 50주년 기념 갈라 콘서트에서 공연되고, 9월에는 한예종 음악원 개교 20주년을 기념하여 오페라 「황진이」가 막을 올린다.

 

글·배주영 기자 / 사진·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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