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음악학자 나주리 / 음악춘추 2014년 5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4. 6. 1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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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 초대
음악학자 나주리
동덕여대 관현악과 교수로 후학 양성

 

바로크 음악부터 20세기 음악까지 넓은 음악 연구의 스펙트럼을 지닌 음악학자 나주리. 그가 번역 또는 편집한 서적에는 『5개 언어 음악용어 사전』, 『베토벤』, 『역사주의 연주의 이론과 실제』, 『바흐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들』, 『바그너. 영원한 신화』가 있으며, 논문에는 〈20세기 바흐 수용관의 변천〉, 〈힌데미트의 피아노푸가〉, 〈20세기 음악과 회화에서의 푸가〉, 〈로베르트 슈만의 ‘바흐에 대한 경의’(Hommage a Bach): 「BACH에 의한 6개의 푸가 op. 60」〉, 〈바로크 음악과 수사학 -바로크 음악이론의 수사학 수용을 중심으로-〉, 〈‘대중음악가’의 ‘클래식 음악’으로의 경계 넘어서기: 스팅의 경우〉 등 다수이다.
이러한 나주리가 올해부터 동덕여자대학교 예술대학 관현악과 교수로 후학들과의 만남을 갖는다는 소식에 직접 만나보았다.

“동덕여대에 4학기 동안 출강하다가 이번에 교수로 임용되었는데, 출강 첫 학기부터 학생들이 특별할 정도로 인상 깊었어요. 제가 음악학자이다 보니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을 좋아하는데(웃음) 다들 성실하고 향학열이 높더라고요. 그리고 요즘 대학생들에게서 그 나이대의 순수함을 찾아보기 힘든데, 여기 학생들은 학생답고 순수해요. 지난 4학기 동안 잘 따라줬고, 열심히 공부했던 학생들이 이제는 제 제자가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그런 제자들을 만난 것이 저에게는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대화에서 학생들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느껴지던 그에게 평소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자 ‘성실’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음악이라는 분야이다 보니 지금 반짝이는 재주,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있는데, 거기에 자만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성실, 인내하길 바란다며 말을 이었다.
“또는 지금 당장은 어떤 재능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성실한 자세로 인내하면 결국에는 좋은 결실을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학생 시절 재능이 뛰어났지만 사그라지는 경우들을 봤거든요. 서양음악이라는 것이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니고, 결국 서양음악을 공부한다는 것은 남의 옷을 입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그는 추구하는 교육자상에 대해 두 가지를 밝혔다. 첫 번째는 ‘신뢰’로, 학생들의 신뢰를 받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신뢰를 줘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물이 거꾸로 흐르지 않듯, 스승인 자신이 먼저 물을 흘려줘야 학생들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학생들에게 엄하게 대하더라도 믿으려 노력하는데, 학생들도 그것을 알고 신뢰해 주는 듯 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잠재력, 가능성을 간파하고 발굴해 주는 능력을 가진 교육자가 정말 좋은 교육자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반짝이는 것에 같이 현혹되지 않고 긴 호흡으로 인내를 갖고 가능성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학생들이 실기만 연마하다가 대학에 와서 이론적인 것도 공부하는 것이기에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연주자가 아닌 음악학자니까 학생들의 다른 가능성을 봐줄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나주리는 동덕여대 예술대학 관현악과에 대해서 실기와 이론이 단단하게 맞물리고 균형이 잘 이뤄져 학생들의 실력 향상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말했다. 그리고 겉에서 보기에는 소규모이고 화려하지 않지만 수업, 학생 관리, 행정 등의 면에서도 내실 있는 학교라며 말을 이었다.
“요즘 대학들이 강사의 수를 줄이고, 수업을 합치거나 축소하는 등의 일로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 일도 흔한데 동덕여대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존중하는 학교 운영이 이뤄지는 것 같아 좋더라고요. 그리고 관현악과 교수님이 5명인데 합심이 잘되어 학과 운영과 교육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내 음대 중에서 음악이론과 관련된 과를 찾아보기란 힘들다. 그래서 음악학자들의 경우 학부에서 피아노, 작곡 등을 전공하고 석사과정부터 음악학을 공부한 이들이 많다. 나주리는 7살 때부터 부모님의 권유로 피아노를 시작했고, 피아노를 자신의 삶과 같이 가는 동반자로 생각했다. 하지만 한양대 음대 피아노과에 진학한 후 다양한 이론 수업을 접하며 음악이론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한양대가 다른 학교보다 이론 수업이 많았는데, 그런 수업들이 저에게는 ‘악기’로 하는 음악이 아니라 ‘글’로 하는 음악의 눈을 키워준 듯합니다. 악보의 음 짜임을 발견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꼈고, 글을 통해 음악의 역사를 배우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음악학이 그런 것을 공부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막연히 알게 되어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음악학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나주리는 독일로 유학해 음악학을 공부해야겠다는 목표를 갖고 2학년 때부터 독일 문화원에서 독일어를 공부했다. 음악학이 인문학의 일종이라 다독이 필요한 까닭이다. “사실 독일어 숙제는 잘 안 했지만 출석만은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고 고백한 그였지만 그 꾸준함 덕분에 나주리는 2월에 대학을 졸업한 후 바로 유학 길에 올라 그 해 4월에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 음악학 석사과정에 진학했고, 이어 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 철학박사(Ph.D), 음악학을 전공했다.
“사실 저는 재미없는 학생이었어요. 피아노과에서 이런 길을 가려고 마음을 먹는 것이 낯선 선택이었고, 결국 친구들과 다른 길을 가야 하니까 고독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던 거 같아요. 공부, 피아노, 독일어, 독서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싫었기에 M. T., 졸업여행도 안 갔는데, 남들 보기에는 재미없어 보였겠지만 저는 좋았어요. 후회는 없거든요.”
그리고 유학 시절에도 역시나 재미없는 학생이었다며 웃은 나주리는 독일어 공부를 하고 왔지만 언어의 장벽, 문화의 차이, 학문의 깊이 앞에서 좌절할 때가 많아 열심히 공부하는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독일 유학 시절을 꿋꿋이 견딜 수 있었던 데에는 친구들의 도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8년간 가르침을 준 빌헬름 자이델 교수의 영향이 크다.

 

글_배주영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4년 5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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