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소프라노 박현주 / 음악춘추 2017년 3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8. 2. 4. 12:45

춘추초대 / 소프라노 박현주
공교한 성악가이며 교육자로서의 소통이 나의 우선순위

폭넓고 깊이 있는 해석으로 다수의 오페라와 콘서트 무대에서 주목받아온 소프라노 박현주의 독창회가 3월 11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에서 열린다. 그녀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소프라노 박현주를 만나 독창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독창회에 대한 이야기
귀국한지는 만 2년이 되었지만, 국내에서의 독창회는 졸업 연주 때 이후로 거의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번 무대에서 G.Faure의 「Poem d`un jour」 , G.Rossini의 「La regata in veneziana」, G.Mahler의 「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등의 가곡과  V.Bellini의 「Sediciose voci..casta diva..ah, bello` from Opera Norma」  G.Verdi의 「E lui desso l`infante from Don Carlos」 등 오페라 아리아를 연주합니다. 반주는 작곡가와 피아니스트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정권 부산대 교수가 맡습니다. 이번 독창회로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 드리려고자 합니다. 또 제가 국내외 무대에서 경험했던 것과 배운 것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오페라 무대보다 독창회가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오페라는 다 같이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관객들의 시선이 분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창회는 90분이라는 시간동안 연주자 혼자서 모든 것을 이끌어 가야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연주자는 곡을 표현하는 것, 그에 더하여 피아니스트의 반주와 호흡을 맞추어 만들어지는 음악적 프레이즈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또한 독창회는 더 많은 집중력을 가지고 연구를 해야 합니다. 오페라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벨리니의 「노르마」 등 작곡가의 이름이 언급이 됩니다. 하지만 독창회는 작곡가의 이름보다는 소프라노 ‘박현주’ 가 언급되기 때문에 제가 연구하고, 해석하는 곡들로 관객들께 감동을 선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창회에서 제가 공부하고 경험한 열매들이 나타나서 관객들이 그 열매를 보고 기뻐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독창회가 좋은 소통의 장, 관객들에게 기쁨을 드리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제 자존감을 가지고 노래를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독창회를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음악에 접근하기
다양한 각도에서 음악을 보려고 합니다. 저는 곡을 처음 접할 때 ‘왜?’ 라는 질문을 먼저 합니다. 가곡은 시입니다. 작곡가가 왜 이 가사에 이러한 음악적인 악상, 피아노의 반주선율과 화성을 넣었을까? 라는 점을 항상 질문해봅니다. 음악을 대할때 그런 것에 대한 질문은 저에겐 이제 어느 정도 습관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음악에 대해 알지 못하면 가는 길이 불분명해집니다. 그렇게 해석을 하니까 나름대로 재미도 있더라고요(웃음). 가곡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기본적인 연구입니다. 그리고 음악을 잘 표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연습입니다. 연습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모든 음악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먼저 자신과의 소통이며, 그와 동시에 관객들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독창회나 콘서트에서 관객들에게 음악 안에 들어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같이 공감하며 교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제가 A라는 표현을 했을 때, 관객들이 그것을 다르게 해석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 들어서 듣는다면,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리고 제 노래가 진정으로 소통이 되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어 더 힘을 내어 노래를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교육관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저는 숙명여대 음대 성악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였습니다.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연구실은 저의 은사, 테너 이순희 선생님께서 쓰시던 곳입니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선생님이 저에게 보여주신 모습은 끊임없는 연구와 열정 이였습니다. 저는 그것을 흉내도 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그 자리에 있다 보니  ‘선생님이 가지고 계셨던 모습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선생님께서 걸으신 그 열정과 연구의 길을 감히 따르고자 노력중입니다만, 쉽지 않습니다.
레슨에서 호흡하는 방법, 단어표현 등을 말로 설명하지만, 이해를 못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저는 백 마디의 말보다는 하나의 행동이 더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하여 먼저 연습하며 노력하는 마음과 자세를 보여주려 합니다. 이러한 실천이 아이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학생들이 저의 행동을 보면서 ‘이러한 점을 배워야겠다.’ 라고 생각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또, 저는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은 학생들을 너무 어린 학생들로 대하지 않고, 동료음악가처럼 대합니다. 그런 저의 자세, 생각들이 학생들에게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서로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사제지간에는 성인으로서의 마인드, 자세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 교육자들이 각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만 종전의 유럽에서 무대에서의 연주경험을 많이 쌓은 가수가 학교에서 마에스트로 (장인)개념의 좋은 교수가 되는 경우처럼, 좋은 연주자는 잘 갈고 닦아진 검처럼 좋은 교육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주자들은 무대에서 많은 경험을 합니다.  경험으로부터 오는 배움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성악가로의 길을 열도록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과 연주를 같이 병행을 한다는 것은 어려우면서도 행복한 것 같습니다. 저는 연주를 잘 할 수 있는 연주자로서의 교육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것을 위해 제가 관리를  하고 컨디션 조절을 합니다. 저는 가끔 학생들에게 "훌륭한 연주를 보여준다는 자체가 좋은 레슨이고, 교육이다." 라고 말합니다. 또한 어느 한곳으로 열정만을 앞세운다면 교육자로서도 연주자로서도 열매가 없을 것입니다.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저는 학생들과 나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눈높이를 맞춰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생이 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신 스스로를 어른으로 대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어른으로 대하면 책임감이 커지고, 또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에 자신을 먼저 어른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사고는 학생들의 학교 교육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한곡의 노래를 제시하여 알려주었을 때, 학생들은 순수함으로, 또 그 어른됨의 책임감으로 그 곡을 책임지고 공부를 해야 합니다.


한국음악계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다양하면서도 반드시 질적으로 좋은 음악들이 있는 무대가 많았으면 합니다. 작은 무대더라도 기획력이 있고, 테마가 있는 무대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일에서 학위수여 후 오페라 가수로서 15년 동안 활동하였기 때문에 오페라에 대한 갈망은 항상 가득 차 있습니다. 오페라는 서유럽 음악입니다. 서유럽에서의 저변만큼 오페라가 확대되어 있지 않지만, 좋은 기획력을 가진 단체들, 가수들이 나와서 성공적인 공연들을 할 수 있는 장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그러한 장들이 많이 나오려면 저부터 좋은 가수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음악계에 대한 생각이 많은 부분에서 비평을 할 수 있지만, 저는 생각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정하여 그 길을 걸으려고 합니다.



소프라노 박현주
소프라노 박현주는 숙명여자 대학교 성악과 및 동대학원(사사: 테너 이순희)을 거쳐 쾰른 국립음대 최고 연주자과정(사사: 소프라노 Monica Pick-Hieronimi)을 졸업하였다.
일찍이 37회 동아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였으며 독일 베르크하임 콩쿠르 1위, 쾰른 국제 음악콩쿠르 1위 및 관객상, 일본 시즈오카 국제 오페라 콩쿠르 1위 등 국내외 여러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였다. 또 독일 NRW주 올해의 스타상, 2009 대한민국 오페라상 여자 성악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광복 50주년 기념 오페라 페스티벌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데뷔한 그는 국립오페라단 「노르마」의 노르마 역, 「카르멘」의 미카엘라 역, 「카르멜파 수녀들의 대화」의 블렁쉐 역, 「돈 카를로」의 엘리자베타 역을 맡아 노래하였으며, 광복 70주년 기념 창작오페라 「주몽」의 예향 역, 호남오페라단 창작 오페라 「루갈다」의 루갈다 역, 고양 아람누리 주최 오페라 「나부코」의 아비가일레 역, 광복70주년 예술의전당 주최 오페라 「마술피리」의 파미나 역, 부산문화회관 주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역으로 활약하였다. 이 외에도 「안티고나」의 안티고나 역, 「알치나」의 알치나 역,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피가로의 결혼」의 백작부인 역, 「여자는 다 그래」의 피오르딜리지 역,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루치아역, 「몽유병의 여인」의 아미나역, 「호프만의 이야기」의 올림피아 역, 「마탄의 사수」의 앤헨 역, 「나비부인」 쵸쵸상, 「쟌니스키키」의 라우렛타 역, 등 다수의 오페라에 주역으로 출연하였다.
또한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지휘한 뮌헨 필하모닉, 단 에팅어 지휘의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보훔 필하모닉, 쿠르트 마주어 지휘의 드레스덴 필,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도쿄필하모닉, KBS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 경기필하모닉, 부천시향, 광주시향, 전주시향 등과 함께 헨델의 「메시아」, 바흐의 「크리스마스 칸타타」,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베토벤 「교향곡9번」, 베르디의 「레퀴엠」, 말러 「교향곡 4번, 8번(천인교향곡)」, 브람스의 「독일레퀴엠」 등의 작품들 및 수차례의 리더아벤트와 오페라 갈라콘서트 무대를 가지는 등 국내외 여러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는 현재 숙명여대 성악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글: 구수진 기자. 사진: 김문기 부장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7년 3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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