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초대 / 소프라노 김성은
진정한 예술가의 삶이란 매일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것
이태리 베로나 아레나극장에서 동양인 최초로 연주하며 현지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소프라노 김성은은 유럽무대에서 활약했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성악가이다. 작년부터 국내활동을 시작한 그녀를 만나 국내 관객들에게도 소개하고자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김성은은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을 이야기 하면서 “음악가의 삶이란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가는 나의 길에서 내일은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것이다.”라고 대답 하면서 진정한 예술가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다. 그녀와의 인터뷰를 지면에 싣는다.
선생님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저는 노래를 좋아하고 잘하시는 어머니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가까이 접하고 살았습니다. 학교와 교회에서 노래를 잘하는 학생으로 알려져서 장기자랑 순서에는 항상 노래를 부르게 되었는데,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저에게는 그 시간이 무척이나 싫었습니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고도 운명적으로 성악을 공부하게 되었고, 부산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대학에서 열정적이신 서경희 선생님을 만나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본격적으로 음악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3학년 때,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대학교 정기연주회 독창자로 서게 되었는데 이때 부산 음악인들로부터 장래가 유망한 성악가라는 관심을 받았고, 신문과 방송에서도 저에 대한 기사를 보도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저의 음악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유학도 생각하기 시작 했습니다.
하지만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유학을 가기 위해서는 유학시험을 통과해야 했고, 그 당시 여러 가지 여건상 부산에서 이탈리아어를 배워 시험에 합격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1987년, 대구 전국 성악 콩쿠르에 출전하여 대상을 타면서 해외를 나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모든 일이 잘 진행되면서 그해 10월에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한국에서 보다 더 저의 탤런트를 인정해 주는 이탈리아에서 날개를 단 듯 모든 일이 잘 진행 되었습니다.
유럽에서 연주활동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세요.
요즘은 한국 출신의 많은 연주자들이 유럽에서 오랫동안 연주활동을 이어 가지만, 예전에는 공부를 마치고 연주 생활을 하다가 적절한 시기에 귀국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그런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도 연주스케줄이 지속되고 또한 무대에서 많이 경험하고 배우며 경제적으로도 홀로 설 수 있었기에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꾸준히 나아갔습니다. 어떻게 이 많은 세월이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오지모 아카데미와 베르디 국립 음악원을 졸업한 저는 1991년 도전 했던 바르셀로나 비냐스 콩쿠르 1등과 오페라 특별상(돈 파스콸레 노리나역) 수상으로 스페인 극장에서 오페라 데뷔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1993년 이탈리아 토티 달 몬테 국제 오페라 콩쿠르에서 몽유병 여인 아미나 역에 발탁되어 이탈리아에서도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또한 1995년 도밍고 콩쿠르에서 우승 하면서 도밍고와 함께 연주할 기회도 얻고, 한국에서도 주목 받게 되었고 유럽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저의 활동이 시작 되었습니다.
물론 그곳에서 활동하면서 문화적, 언어적 차이 때문에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어떤 지휘자는 "너는 머리로 노래하는 역할은 잘하는데, 가슴으로 감정을 쏟아내야 하는 역할에는 부족함이 있다."라고 조언을 해주었는데, 이것은 표현을 절제하고 억제 하며 살아온 우리나라 문화와 인식적 차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저의 모습을 지적한 것이었습니다. 유학 초기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한동안은 한국에 대한 것을 잊어버리자.’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들도 시간이 지나 연륜이 쌓이고 그들과 함께 섞여감에 따라, 성장하고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선생님의 활동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저는 작년부터 한국에 머무르면서 국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들어와 활동하려고 했을 때, 마치 다시 유학을 온 것 같은 낯설음과 설렘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학시절 함께 공부했던 동료들의 격려와 충고로 국내에서의 활동을 순조롭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서울과 부산에서 독창회, 순천 시립과 창원 시립에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했고, 부산에서 「라 보엠」 미미 역으로 공연을 했습니다. 또한 부산시립교향악단과도 여러 공연을 가졌습니다.
사실 한국에서의 활동을 두고 저 또한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니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일들이 모조리 안한 것들이더라고요. 실수할까 싶어 주저했던 것들 말이죠. ’라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선생님의 글을 보고 용기를 얻어 국내활동을 시작하자고 마음먹었고, 3년 전부터 준비를 하기 시작 했습니다.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무대에 오르실 때, 어떠한 점에 중점을 두시나요?
오페라를 장기 공연하다 보면, 같은 공연을 반복하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습니다. 놀라운 것은 관객들이 이러한 연주자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느끼고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대에 서는 음악가들은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무대에 서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가수가 목소리에 자신역할의 연기를 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딕션으로 노래한다고 해도 커다란 오페라 극장 끝까지 전달은 되지 않습니다. 목소리에서 연기를 실어야만 관중은 이해하고 감동을 받습니다. 이렇게 연주를 해야 관객들은 극장이 무너질 듯 박수를 칩니다. 그 진심의 박수는 연주자를 또다시 무대에 서고 싶게 하지요.
유학과 해외 활동을 희망하는 학생들과 후배음악가들에게 현실적인 조언.
요즘 젊은 음악가들은 저희가 유학을 갈 때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정보가 진정한 음악가의 길이 무엇인가에 집중해야 하는 그들에게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기돈 크레머는 "음악가들이 대중들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대중을 위한 음악만을 하면 안 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이는 음악가들은 자신이 가진 독창적인 음악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분명 많은 것을 꿈꾸며, 빠르게 명성을 얻길 원할 것입니다. 저는 젊은 음악가들에게 천천히 가도 된다는 격려의 말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공부해야하는 음악은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이기 때문이죠. 재능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끈기를 가지고 꾸준히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태리 베로나 아레나극장에서 동양인 최초로 오페라 「리골렛토」의 타이틀롤인 질다역을 열연하며 현지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소프라노 김성은은 풍부한 음색과 맑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의 프리마돈나로 유럽무대에서 활약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성악가이다.
국내에서 일찍이 부산음악상, 전국대구성악콩쿠르 대상과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예술성을 인정받았으며, 해외에서는 특히 스페인 비냐스 국제콩쿠르 우승 및 특별상 수상,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콩쿠르 대상, 이태리 토티 달 몬테 국제콩쿠르 우승, 스페인 아라갈 국제콩쿠르 우승 등 국제 유수 콩쿠르를 수상 하면서 타고난 음악적 테크닉과 뛰어난 표현력을 겸비한 가수로 평가 받고 있다.
예술의전당 개관 10주년 기념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로 오페라 매니아층의 가슴에 남는 명연기를 펼쳤고 「루치아 디 람메르무어」 출연 이후 홍혜경, 조수미의 뒤를 잇는 ‘한국의 대표 소프라노’라는 언론평을 받았으며 오페라 「루치아 디 람메르무어」의 주역 루치아역으로 ‘완벽한 가창력과 연기력’이라는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독보적이고 뛰어난 캐릭터 소화능력을 선보였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코지 판 투떼」, 「호프만의 이야기」, 「리골렛토」, 「파우스트」, 「마농」, 「마술피리」, 「돈 파스콸레」, 「팔스타프」, 「청교도」, 「로미오와 줄리엣」, 「돈 조반니」, 「리골렛토」, 「몽유병의 여인」, 「후궁으로의 도주」, 「탐메르라노」, 한국 문화유산의 해 기념 창작 오페라 「아라리공주」 등에서 주역으로 활약하며 관객들에게 전율의 순간을 선사하였으며 서정적이고 비단같은 음색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베로나 아레나극장, 베로나극장, 트레비조 극장, 토리노극장, 볼로냐극장, 라벤나극장, 메씨나극장, 트라빠니야 야외극장 등 이태리 대표적인 극장과 마드리드극장, 바로셀로나극장, 빌바오극장, 사바델극장 등 유럽 전역에서 오페라 주역 가수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몬테카를로 오케스트라, 런던 모차르트 오케스트라, 베니스극장 오케스트라, 이태리 국영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천상의 목소리로 유럽을 사로잡았다.
스페인 황실 신년음악회에서 플라시도 도밍고와의 협연하며 전 세계적으로 크게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대한민국 개천절 기념 SBS방송과 이태리국영방송 RAI 합동 이태리 로마 야외극장 공연, 독일 도이체오퍼 베를린 프로덕션 초청 내한공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출연, 바르셀로나 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바르셀로나 자매도시 체결 기념공연, 월드컵 유치 기념 공연 2002 한국을 빛낸 세계 속의 성악가 시리즈 초청 공연, 부산일보사 초청 독창회, 부산대학교 초청 독창회, 아리랑TV 초청 재외 동포 예술제, 유럽 오페라단 주역 가수 초청 갈라콘서트, 인천 미추홀 오페라단 초청 유럽 정통 클래식 리사이틀, 김해문화의전당 10주년 기념 초청 아리아의 밤 등 KBS, MBC, KNN주최 음악회 외 서울, 부산, 울산, 부천, 대구, 대전 등 시립예술단과 함께 연주하며 왕성한 행보를 이어갔다.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명연주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호평 받고 있는 소프라노 김성은은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음악교육과를 졸업하고 이태리 베르디 국립음악원과 오지모 아카데미아를 졸업하였다. 현재 이태리, 브라질, 프랑스,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주요 오페라극장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_ 김진실 기자. 사진_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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