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레이더
서울대 음대 ‘스튜디오 2021’
현대음악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풍토 조성
서울대 음대 작곡과의 주관으로 2003년 가을에 시작된 현대음악 시리즈 ‘스튜디오 2021’. ‘스튜디오’는 장인들의 작업 공간, 즉 작업실(studio)을 의미하며, ‘2021’은 음악사적으로 검증된 20세기 작품들과 현재 작곡된, 그리고 앞으로 작곡될 21세기 작품들을 뜻한다. 10년 넘게 연 5∼6회 음악회를 마련해 오고 있는 ‘스튜디오 2021’은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연주회 및 강연을 통해 현대음악을 소개해오고 있다. 대학에서 기획하는 ‘교육적’인 행사라는 점, 그리고 ‘현대음악’의 ‘실험성, 보편성, 다양성’을 끌어 안고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작곡가와 연주자, 음악학자가 한데 모여 서로 다른 입장에서 어떤 방법으로 작업하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스튜디오 2021’을 이끌어 오고 있는 음악감독 이신우 교수와 공동 프로그래머 최희연 교수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서울대 음대를 대표하는 현대음악 시리즈
‘스튜디오 2021’의 출발은 이렇다. 작곡가 이신우 교수는 같은 대학에 재직 중인 피아니스트 최희연 교수와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을 무대에 올리기 전 실내악 버전으로 올리길 원했고, 작곡과 동료였던 최우정 교수는 리게티의 호른 트리오에 관심을 갖고 이 곡을 연주해볼 무대를 찾고 있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해보자는 생각에 소규모 예산으로 공연 2개를 올린 것이 ‘스튜디오 2021’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작곡과 주관 행사에서 음대를 대표하는 현대음악 시리즈가 되었으며, 국내에서 이렇게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는 현대음악 시리즈는‘스튜디오 2021’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좋은 연주자와 프로그램도 한 몫하고 있지만 작곡, 이론, 연주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음대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2012년부터 ‘스튜디오 2021’의 공동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는 최희연은 덧붙여 이렇게 이야기 했다.
“2002년에 이신우 교수님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할 당시 ‘작곡가와 연주자의 공동 작업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으로 함께 했는데 수확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예전부터 작곡가와 연주자가 긴밀하게 연주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당연했는데, 오늘날에는 왜 작곡가와 연주자의 사이가 멀어졌는지에 대해 늘 물음을 갖고 있었어요. 그리고 연주자로서 창작품을 연주할 때 작품과 작곡가를 이해하고자 작곡가와 대화하는 일에 적극적이었고요. 저와 이신우 교수님이 서로 이러한 포인트가 맞아서 ‘스튜디오 2021’에서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최희연)
이에 이신우 교수는 “작곡과가 주관하는 행사이더라도 연주 파트너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평소 최희연 교수님이 뉴 뮤직에 관심이 많고, 연주자로서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것을 알고 있었기에 2012년부터 공동 프로그래머로 모신 것”이라고 소개했다. 최희연 교수는 2003년에 ‘스튜디오 2021’의 첫 무대를 장식한 연주자이기도 했다.
“저희가 함께 작업을 하면서 추구하는 것은 현대음악이 어디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음악사의 흐름에서 나타난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다리를 보여주면서, 역사 선상의 현대음악을 살펴 보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2021’이라는 이름처럼 20세기와 21세기를 이어보자는 것이지요.”(최희연)
현대음악이라는 것이 기존과 다른 새로운 음악이다 보니 어떻게 무대를 만들어 전달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이해도가 달라진다. 그래서 ‘스튜디오 2021’에서는 20세기 작곡가 중에서 이제는 비교적 고전으로 느껴지는 쇤베르크, 쇼스타코비치의 작품부터 현재 작곡되고 있는 작품까지 다룸으로써 현대음악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당연히 즐기는 풍토를 만들고자 진행해 오고 있다.
그들은 ‘스튜디오 2021’의 전체 콘셉트, 그리고 작품 선정을 함께 의논해 결정하고 있으며, 음악적으로 풀어내는 것은 이신우 교수가 중심이 되고, 적절한 연주자를 섭외하는 것은 최희연 교수의 몫이다.
그러면서 최희연 교수는 “연주자가 어느 정도 작곡도 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고, 한국에서도 그런 쪽으로 인식이 변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100개의 현대 작품이 작곡되었다면 그 중에서 모차르트, 베토벤의 작품에 비견될 만한 작품은 정말 소수겠지요. 막 생산된 현대 작품들은 고전, 낭만 시대의 작품들처럼 오랜 세월을 거쳐 검증 받지 못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연주자들이 좋은 작품을 선별할 수 있는 눈을 지녀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고요.”(최희연)
‘스튜디오 2021’에서는 시즌마다 주제를 설정해 집중 조명하고, 외국 작곡가, 연주자를 초청해 그들의 현대음악 레퍼토리를 서울대 구성원(교수진, 학생)과 함께 연주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으며, 서울대 작곡과의 교수 및 학생의 작품들만이 아니라 국내 작곡가들의 작품도 발표하고 있다.
이신우 교수는 특히 인상적이었던 프로그램으로 바로 작년, 작곡과 학생과 기악과 학생이 1대 1로 함께 작품을 만들고 연주한 ‘비르투오조 시리즈’를 꼽았다. 작곡가가 연주자의 아이디어를 참고해 작곡하고, 연주자도 작곡가의 의도를 반영해 연주하다 보니 작품과 연주의 완성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2012년 쇤베르크의 「달에 홀린 피에로」 전곡을 무대에 올린 것도 뜻깊은 무대였단다. 이는 음악학자 오희숙 교수의 강연과 클라리네티스트 Chen Halevi, 지휘자 Ekkehard Klemm의 리허설 지도 등을 통해 한 학기 동안 작품에 대한 공부 및 연습 과정을 거친 후 서울대 음대 기악과, 성악과 학생들이 세 개의 팀을 구성하여 전곡을 무대에 올린 것이었다.
“학생들이 처음에는 이 작품을 매우 어려워했어요. 기존의 벨칸토 창법이 아니라 속삭임이나 탄성, 외침 등이 포함된 낭송조의 창법인 슈프레히슈티메(Sprechstimme)라서 낯설어 했지요. 하지만 한 학기 동안 마스터 클래스, 워크숍, 코칭을 받고 공연했더니 학생들이 성취감을 느끼고, 보다 더 뉴 뮤직에 흥미를 갖게 된 듯했습니다.”(이신우)
그리고 최희연 교수는 2006년 ‘스튜디오 2021’의 하계 아카데미에서 프랑크푸르트 음대의 교수인 지휘자 게르하르트 뮐러-혼바흐가 SNU 뉴 뮤직 앙상블을 지휘했는데, 당시 발표된 작품들 중에서 서울대 작곡과에 재학 중이던 김택수의 「Part」라는 현악4중주 작품이 인상적이었다며 말을 이었다.
“그 때 서울대 미술관에서 음악회가 마련되었는데, 게르하르트 뮐러-혼바흐 교수님이 치밀하게 리허설을 진행해 주신 덕분인지 학생들의 연주 완성도가 매우 높았고, 학생들도 저런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내심 놀랐습니다. 그리고 일상적인 연주 무대가 아니라 미술관에서 연주회가 마련되어 새로웠고, 울림도 좋아 인상적이었고요.”(최희연)
글_배주영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4년 2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이신우, 최희연
이신우
최희연, 이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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