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초대
(사)한국작곡가협회 이사장 황성호
한국 작곡계의 중심 통로로서의 한국작곡가협회
작곡가들이 큰 뜻 펼칠 수 있도록 한국작곡가협회에서 많은 도움 줄 것
우리나라에는 음악가들을 위한 여러 단체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작게는 정기적인 연주활동과 작품연구에 중점을 두며 크게는 사회적인 기여, 국제적인 교류까지로 뻗어나가 자신들의 예술 활동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널리 알리는 것을 추구하기도 한다. 작곡가들을 위해 존재하는 국내에서 가장 큰 모임인 (사)한국작곡가협회는 최근 2년간 매우 긍정적인 큰 변화를 겪어 왔다. 제 17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황성호의 노력 덕분에 ‘대한민국실내악작곡제전’을 중심으로 한 산하 단체의 결집과 더불어 온라인을 활용한 협회의 영향력 증대 등의 시도들이 돋보였다.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상업적인 대중음악의 홍수 속에서 순수한 창작 음악이 설 자리에 대해 고민하고 그 기반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관객들의 관심을 유도할 방법을 모색하는 등, 한국 창작 음악계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끝에 좋은 성과를 이루어 냈으리라 본다. 작곡가협회장으로서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현재 창작음악계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인터뷰를 본지에 담았다.
# 한국작곡가협회의 시작과 역할의 목표
시작은 미미한 것처럼 보였으나 그 과정은 매우 역동적이었다. 협회장장 황성호는 한국작곡가협회에 대하여 인터뷰의 말문을 다음과 같이 열었다. “한국작곡가협회는 초대회장 김세형 선생님을 주축으로 1956년에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힘들었던 사회 여건으로 새로운 창작 음악에 대한 환경은 열악했지요. 그리하여 뜻을 모아 여러 선생님들이 힘을 합쳐 한국 창작음악계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결성되었습니다. 작곡가들의 결집은 개인 활동보다 유리했지만 당시만 해도 사회적인 지원 시스템이 취약하여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창작 음악계를 위한 선배 작곡가들의 노력은 78년에 이르러 사단법인을 설립하면서 법적인 인정을 받으며 본격적인 협회역할에 박차를 가한다. 초대회장이었던 김세형은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을 했고 창작음악세미나와 함께 신인 작곡상을 시상, 연주회도 개최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한다. 여러 차례에 걸친 세미나와 더불어 작품 목록집 출판, 학술 심포지움, 기금모금 행사, 대한민국 작곡축제, 러시아 국제음악제 참가 등 한국 창작음악계를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기획들을 실행해 나갔고 작곡가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며 발전해 나갈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작곡가 단체들이 있습니다. 저도 협회 이사장을 맡기 전까지는 이렇게 많은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하다보니, 여러 단체들을 하나로 만들어 목소리를 모을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단체들 간의 유대강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라며 협회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다. 개별단체와 달리 작곡가협회는 작곡계의 중추 역할로서 협회이기에 가능한 일들, 즉 작곡 단체와 작곡가들의 창작 환경 개선과 사회적으로 이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새로운 창작음악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늘려 작곡가들의 작품 발표 기회를 잦게 만들고 또한 재연의 기회를 통해 낯설었던 곡들이 숙성되어진다면 이는 작곡계 활성화의 큰 일보전진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주가들이 많은 창작곡 레퍼토리 중에서 일부 곡이라도 그 가치를 찾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 마련도 중요한 일이지요. 결국 음악을 산업적 관점으로만 바라보려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왜 작곡가 개인의 생각이, 시도와 실험 등으로 비록 낯선 음악이지만 소통되는 것이 중요한 지에 대한 가치 주장도 큰 역할입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신인 작곡가를 발굴하여 고무하여 그들로 하여금 창작 의지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도 목표 중 하나입니다.” 그는 창작음악을 개인의 작업 결과가 아니라 미래 우리 유산으로 보고 관심 갖기를 주장했다. 그리하여 현재 창작음악은 우리 현 시대의 증거이며 이것을 넘어서 전 세계적인 시대 유산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베토벤의 음악이 독일 사람들의 문화유산을 넘어서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인류의 유산이듯이 언젠가 우리의 창작음악도 그럴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모든 창작곡들이 다 그렇게 될 수는 없지만, 몇 작품이라도 그 시대를 증명할 유산이 되도록 사회가 관심을 갖고 도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협회장으로서의 활동을 돌이켜본다면...
황성호는 2013년 1월부터 현재까지 2년간 협회장으로 활동해왔다. 지난 2년을 돌아보았을 때 협회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었는지, 그 효과는 어땠는지 궁금해졌다. 30개가 넘는 산하 단체를 이끌며, 각 단체에 중복된 회원들을 제외하고 회원 작곡가만도 약 600명이 넘는 대규모의 협회를 이끌어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하지만 그는 작곡가들뿐만 아니라 연주회를 보러올 일반 관객들 모두의 이목도 집중시키길 원했고 따라서 특히 온라인에서 구심점이 되는 것에 신경을 썼다고 전한다. “기존 협회 홈페이지를 더욱 활성화 시켰고 페이스북을 개설,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거의 모든 작곡 발표들이 협회 페이스북을 통해 공지 되게끔 유도했습니다. 그리하여 협회는 이를 이용해서 아주 쉽게 2013년도 작곡계 통계 조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1년 동안 몇 개의 작품이 발표되었고, 몇 개의 작품이 초연이 되었고, 어떤 장르의 음악들이 발표되었는지에 대한 부분들을 정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따라서 만약 이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앞으로 통계에 잡히지 않게 되겠지요(웃음).” 또한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유투브에서도 협회의 채널을 따로 개설하여 협회 소속 산하 단체의 음악회들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면서 유투브 채널의 생각지 못한 효과를 증명한 일화를 들려주었다. “지난 11월 미국 시카고의 방송 채널 WFMT에서 한국 창작음악을 취재하러 온 적이 있었습니다. 관계자들은 협회 측에 인터뷰할 작곡가들을 선정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저희의 답변은 ‘우리가 유투브에 올려놓은 영상들이 있으니 그것을 보고 직접 선택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관계자들이 직접 영상들을 보고 작곡가들을 선택했지요. 이는 우리 창작음악과 작곡가들을 쉽게 소개하면서, 더 나아가 찾아오게 한 것이었습니다. ‘공평한 기회와 객관성 유지’ 가능한 협회는 작품에 있어 판단하지 않고 제시하여 선택하게 하는 것이 기본 생각입니다.”
이 외에도 협회는 작년 5월부터 근 한 달에 한 번씩 뉴스레터를 발행, 음악회 스케쥴이나 작곡계 소식, 문화 정책 정보들을 신속히 전하고 있다. 이에는 새롭게 발족한 학생 기자단의 역할도 중요했다. 이는 언젠가 협회 회원이 될 젊은 작곡학도들을 협회 사업에 동참시켜 그들의 의견도 반영하려는 시도로, 그들의 음악회 평과 블로그 글들은 기성 작곡가들에게 늘 날카로운 시선으로 의식되어 긴장되면서 소중한 부분이다. 그는 “진정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특정 집단이 아닌 모두의 통로가 되어 그들 모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일했습니다”라고 말하며 2년간의 활동 업무들을 회상했다. 협회장으로 재직하면서 머릿속에서 늘 잊지 않았던 점이 진정으로 이 협회가 산하단체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하니, 그간 천천히 쌓아온 노력들이 훗날 어떤 결실을 맺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또한 그는 작곡가협회의 이름으로 KOCOA 총서라는 것을 만들어 출판 사업에도 힘썼다. 그 첫 번째 작업은 바로 ‘21세기 한국 가곡집’을 내는 것이었다. 올 해 중순 발간된 이 책은 우리의 문학과 음악이 만나는 소중한 가곡 분야를 다시금 활성화시키고자, 잊혀져가고 있는 가곡에 대한 향수를 끄집어내고자 시작된 작업이다. 지속적으로 다양한 창작음악 총서를 발간하여 연주회도 꾸준히 가질 수 있게 된다면 관객과 음악가들 모두에게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요즘에는 두 번째 총서에 들어갈 작품들을 모으고 있는 중에 있습니다. 작곡가들이 자기 아이에게 들려주는,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곡을 중심으로 말입니다. 아이들이 치는 작품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작품 발표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애정 어린 피아노 작품집을 내자고 했습니다. 이러한 일은 작곡가로서 우리 사회에 기여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피아노곡을 한국 작곡가가 아니면 누가 써야 할까요? 지속적으로 사회와 통할 수 있는 주제들로 창작음악 총서를 엮어, 협회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앞으로도 하나하나 더해지기를 희망합니다.”
한국작곡가협회는 위와 같은 사회적인 역할을 도모하기 위해서 제도적인 뒷받침도 탄탄히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 사업들을 모니터링하며 문화부의 한국창작음악활성화 정책에도 참여, 작곡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 모든 사항들은 뉴스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글_김주형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5년 1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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