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박경우가 만난 이 달의 아티스트 - 피아니스트 송유진 / 음악춘추 2013년 4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3. 4. 24.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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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우가 만난 이 달의 아티스트
피아니스트 송유진
 끊임없는 도전 통해 개성있는 피아니즘 완성

                                   

연주를 통해 각 작품의 상이(相異)한 예술적 가치와 깊이, 그리고 생명력과 품격을 드러냄으로써 높은 완성도를 실현할 연주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 진정한 솔리스트로 입신하기 위해서는 예술성과 기량 등 모든 면에 출중한 기반을 겸비함은 물론, 청중을 사로잡을 만한 뛰어난 연출력을 겸비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작품성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자기화 함으로써 가능하다.
여러 해 전, 우연히 찾은 무대에서 전술한 제반 가능성을 실현하는 피아니스트를 만날 수 있었다. 그가 음악적으로 청중을 압도할 저력을 소유한 존재라는 것을 파악하는데 그다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그가 연주하는 각 작품은 생생하고 생동하며 생명력이 내재한 그것이었다. 이후 그의 음악적 행보를 내내 지켜보았다. 왕성한 활동력이나 끊임없는 변신을 통해 진정한 아티스트로 주목할 만한 솔리스트라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그가 바로 필자가 주목하는 피아니스트 송유진이다.
송유진은 부산에서 출생하여 어린 나이에 부산시향과 협연할 만큼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는 고교시절(Walnut Hill High School)부터 미국에서 생활하게 되었는데, 변화경 교수에게 발탁되어 미국행이 결정된 것이다. 이후 뉴잉글랜드 컨서바토리, 피바디 컨서바토리, 맨해튼 음대와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수학하며 그의 잠재된 예술성을 계발하게 된다.
송유진은 국내에서 한국일보 콩쿠르 전체 대상, 틴에이저 피아노 콩쿠르 골드상(3년 연속 1등)을 수상하고, 해외에서는 십여 개에 달하는 국제적인 콩쿠르를 석권한 재원이다.
주로 해외에서 수십 차례에 걸쳐 독주와 협연무대를 가졌으며, 2011년에는 예술의전당 아티스트로 선정되어 독주회를 가진 바 있다.
현재 예술의전당 영재아카데미와 경희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활발하게 교육과 연주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과거 그의 무대를 통해 가능성을 익히 파악하였기에 송유진의 예술적(음악적) 내면이 궁금하였다. 그가 단지 피아노를 잘 다루는 연주자인지? 예술적 깊은 안목과 통찰력을 소유한 연주자인지? 대화를 통해 이를 파악하고자 제안하여 만남을 갖게 되었다.

 

박경우_ 프로필을 보니 어린 나이에 피아노를 접하고 유학하여 오랜 시간 동안 피아노와 더불어 생활했는데, 당시 음악적 환경은 어땠습니까?


송유진_ 저는 피아노를 전공하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태교로부터 시작하여 어린 시절 내내 피아노는 저의 생활 그 자체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어머니께서는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셨는데 자연스레 다른 학생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되었고, 한편 제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부산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서울에서 개최되는 전국적인 콩쿠르 무대에 도전하도록 어머니께서 이끌어 주셨습니다. 당시 부산에서는 인정받았지만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폭넓은 경험과 도전을 위한 어머니의 뜻 깊은 배려였다고 생각됩니다.

 

박경우_ 과거 어머니께서 국내 상위권 콩쿠르 킬러로 명성이 자자하셨음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그분의 자제라는 것은 오늘 처음으로 듣게 되는군요.(웃음) 어떤 계기로 미국에 유학하게 되었습니까?


송유진_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변화경 교수님의 오디션을 통해 발탁되어 고교시절부터 미국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하며 독보(讀譜)와 터치 등 제가 피아니스트로 활동할 모든 기반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백혜선 선생님으로부터 연주자로서 더욱 피아니스틱하고 피아니스트로서 삶의 방향에 대해 영향을 받았습니다. 또한 몇 분의 외국인 교수님들로부터 음악적 사고와 감성을 어떻게 작품의 해석과 연주에 이입(移入)하는가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즉, 여러 선생님들로부터 각기 다른 방향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이 모든 것이 하나되어 저의 오늘이 있기까지 지탱하는 요건들이란 생각을 갖습니다.

 

박경우_ 내가 오늘의 만남을 제안했던 이유가 여기서 실마리가 풀리는 것 같군요. 전에 송유진 교수의 연주를 접했을 때, 무언가 연주의 이면에 내재하는 예술적 미적 철학이나 자기 확신 등의 배경이 바로 그분들의 영향인 것 같은 생각입니다. 그 같은 면면들이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국내 및 해외에서 상위권의 각종 콩쿠르를 석권하였는데, 그 중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무엇입니까?


송유진_ 각종 콩쿠르에 참가하여 결선에 오를 때마다 다양한 경험과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그중 이탈리아에서 개최되었던 콩쿠르에서, 결선 하루 전 심적 압박감으로 집중이 잘 되지 않아 해질 녘 산책을 나갔는데 마침 아름다운 광장에 울려 퍼지는 음악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음악이 나에게 많은 위로와 감동을 주었으며, ‘진정한 음악의 가치는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음악의 본질을 망각한 채 결과에만 연연하고 집착하는 저의 모습에 대해 자성(自省)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로써 다음 날 결선에 오직 음악에만 몰입할 수 있었고, 결과 많은 청중과 심사위원들의 반응이 저의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기억입니다.

 

박경우_ 많은 음악도들이 음악 본연의 가치탐구와 이의 실현이 아닌, 오직 입학이나 입상에 연연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한 현실입니다. 당시 그 같은 계기를 통한 자성이 없었다면 아마도 오늘과 같은 진지한 아티스트가 될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지난 유학생활 중 미국과 유럽의 피아노 교육 방식에서 기술적 및 음악적 차이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송유진_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처럼 자유분방한 미국스타일과 전통성을 중요시하는 독일스타일로 구분되겠지만, 우선 무엇을 어떻게 공부하느냐가 중요하고, 음악적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기본이라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을 제대로 이해 및 파악함으로써 설득력 있고 생명력 있는 음악적 상(像)으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박경우_ 오랜 기간 음악을 학습하고 이제는 프로페셔널 피아니스트로서 활동하고 있는데, 삶과 음악 그리고 피아노 교육(음악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어떻게 피력하겠습니까?


송유진_ 어릴 때부터 음악을 사랑하고 학습하게 되면 비록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정서순화와 인격형성에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 시대상황처럼 복잡다난한 삶을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들의 정서가 메말라가고 있고, 특히 디지털 세상으로 치닫는 현실에서 아날로그 음악이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고 생각합니다.

 

박경우_ 급속도로 변화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과학이나 문명의 발전으로 삶이 보다 윤택하고 편리해진 반면, 인간 본연의 정서나 감성이 점차 메말라가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음악 등 예술이 미치는 영향과 이의 가치를 절감하게 됩니다. 누구나 이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실제적으로 예술을 영위하며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드믄 것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예술학교와 대학 등 일선에서 피아노 실기교육을 병행하고 있는데, 어떤 교사상이 되길 지향하는지? 자신이 생각하는 효과적인 피아노 교수법에 대한 자신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송유진_ 학생 각자의 개성과 장점을 파악해서 곡과 연주스타일에 맞추어 가르쳐 주고 문제점이 있다면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끌어 주는 선생님이 되려고 합니다.

 

박경우_ 연주회를 앞두고 수많은 레퍼토리들 가운데 연주할 곡이 선정되면 거의 50%를 이뤘다고들 흔히 말하곤 하는데, 자신의 경우는 어떤 면에 주안하는지? 그리고 지향하는 개인적 연습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소개바랍니다.


송유진_ 우선 곡을 선정할 때 연주회의 성격도 중요하지만, 청중과 함께 호흡하려고 그들의 눈높이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선곡하기도 합니다. 또한 학구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곡과 다루고 싶었던 곡, 저의 장점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곡들도 선정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악곡 선정 후 저만의 방식으로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며, 작곡가의 작곡의도 및 시대적 배경과 환경 등을 생각함으로써 최대한 원곡의 느낌을 생생하게 살려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연주가 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연습에 들어갑니다.

 

박경우_ 본인이 지향하는 음악적 성향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송유진_ 음악을 전공 또는 부전공에 상관없이 어느 계층의 사람이라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거기에 더하여 저만의 개성이 내재하는 표현과 음상(音像)을 통해, 정신적 및 육체적으로 지치고 고된 청중의 마음상태를 위로하고 달래줄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자 지향하고 있습니다.


 

대담·글_박경우(음악평론가, 지휘자, 피아니스트)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3년 4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박경우(음악평론가, 지휘자,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 송유진

 

 박경우(음악평론가, 지휘자,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 송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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