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초대
바이올리니스트 유희승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정진하는 음악의 삶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는 연극 전용 극장을 비롯해 국립 오페라 극장(Staatsoper)과 국민 오페라 극장(Volksoper), 이렇게 세 개의 국립극장이 운영되고 있다. 두 오페라 극장 중에서 오페레타의 메카로 유명한 빈 폴크스오퍼는 1898년, 당시의 황제 프란츠 요제프의 치세 50주년을 기념해서 세워진 황제 기념 시립극장으로 출발, 연극을 주로 상연하였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오페라가 중심이 되었고,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으며, 현재와 같이 오페레타 중심의 레퍼토리를 갖게 된 것은 제2차 대전 후, 특히 국립 오페라 극장이 재건된 1955년 이후의 일이다. 가장 빈다운 서민적인 오페라 하우스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 극장에서는 「메리 위도우」, 「왈츠의 꿈」, 「집시 남작」, 「박쥐」 등 오스트리아 작곡가인 프란츠 레하르나 요한 슈트라우스의 빈 오페레타를 주로 상연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레퍼토리를 독일어로 공연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빈 폴크스오퍼의 관현악단에서 제1바이올린 수석으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이 있다. 빈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케스트라를 통틀어 한국인으로서는 최초의 종신 단원인 유희승이다.
그녀는 최근 홍콩 밥스티스 대학(Baptist universty)에서 특강과 마스터 클래스를 가진바 있고, 7월 26일 DMZ 도라산역에서 열린 UN참전국 교향악단 평화콘서트에서 협연했으며, 8월 14일에는 고양아람누리에서 KBS 교향악단과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을 선보였다. 폴크스오퍼의 휴가철을 맞아 잠시 한국을 방문한 그녀를 지난 8월 중순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나보았다.
유희승에게 제1바이올린 수석이라는 자리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것은 아니다. 그녀는 2년 동안의 객원 단원으로 시작해 1년 반 정도 계약 단원으로 활동하던 중 지난 해 10월 말 오케스트라로부터 오디션 초대장을 받아 오디션을 치른 후 그 자리에 올라 설 수 있었던 것이다. 폴크스오퍼 오케스트라의 단원들 중에서 객원, 계약, 종신 이 모든 것을 경험한 단원 역시 그녀가 유일하다. 하지만 그녀는 오랜 시간과 험난한 과정(?)을 거쳐 제1바이올린 수석이 되었다는 기쁨을 누릴 겨를도 없이 시험 기간(영어?)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해 보여야 했다. 시험 기간이란 극장의 레퍼토리를 습득하는 기간으로, 종신 단원이 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이다.
“보통은 입단 후 일년 동안 시험 기간을 갖는데, 저는 반년이나 단축된 지난 5월 시험을 봤어요. 그래서 작년 11월에 제1바이올린 수석이 된 후 바쁘게 지냈습니다. 빈의 오케스트라는 우리나라 교향악단과는 시스템이 다른데, 부악장이 없고 수석이 그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제가 담당해야 할 솔로 파트, 그리고 극장의 많은 레퍼토리 등을 공부하기 위해 다른 일들은 접어 두고 시험 준비에 전념했어요.”
빈 폴크스오퍼 오케스트라의 단원은 95명 정도이며, 일년에 35개 정도의 작품을 300회 공연하고 있다. 그녀가 제1바이올린 수석이 된 후 공연한 작품은 슈트라우스의 「박쥐」,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피가로의 결혼」,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비제의 「카르멘」, 파울 링케의 「루나 부인」, 칼만의 「차르다스」 등이다. 그리고 시즌마다 뮤지컬 역시 한 작품씩 선보이고 있는데, 그 동안은 「사운드 오브 뮤직」, 「마이 페어 레이디」 등 전통적인 뮤지컬을 올렸으나, 올해에는 처음으로 현대 뮤지컬인 「스위니 토드」를 공연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카르미나 부라나」를 발레로 공연했고, 어린이를 위한 발레 공연도 있었다. 이렇듯 빈 폴크스오퍼에 소속된 오케스트라로 오페라 레퍼토리가 주를 이루지만, 심포니 연주회 역시 중간 중간에 프로젝트로 따로 개최하고 있다.
사실 그녀가 처음부터 오페라 오케스트라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빈 국립음대 재학 시절 오케스트라 수업에서 심포니와 오페라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했고, 그 수업은 지휘, 연출, 연주 모두 학생 중심으로 이뤄졌다. 심포니 오케스트라에만 관심이 있었던 그녀는 그 수업을 통해 몇몇 오페라 레퍼토리를 접했지만 솔직히 당시에는 학업이 과중하고, 언어 실력도 부족해서 오페라 수업에 큰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폴크스오퍼에 객원으로 처음 발을 들여 활동한 2년 동안 그녀는 점차 오페라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고, 지금은 오페라 무대가 주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마술피리」, 「박쥐」처럼 극장에서 자주 공연하는 레퍼토리는 리허설 없이 바로 무대에 서요. 그런 무대는 성악가, 지휘자가 매번 바뀌는데, 그들도 저희 극장의 스타일에 따라와 주는 것이지요. 다양한 오페라 레퍼토리를 접하여 음악적인 해석 부분에서 도움이 많이 되는 것을 느낍니다. 오페라에는 가사가 있기 때문에 왜 그런 선율이 쓰였는지 보다 더 이해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무대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보는 재미도 있고요(웃음).”
그러면서 그녀는 극장 오케스트라의 스타일에 맞추는 것도 중요하므로 폴크스오퍼에서 객원, 그리고 계약 단원으로 활동했던 지난 3년 반 정도의 시간이 없었다면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테크닉도 필요하지만 음악의 도시 빈에서만 들을 수 있는 고유의 음색, ‘비너 클랑’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제1바이올린 수석이라는 자신의 포지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빈 오케스트라에는 부악장이 따로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1바이올린 수석인 제가 제1바이올린 파트를 잘 챙기고, 악장과 저희 파트의 화합, 그리고 각 파트 수석들과의 하모니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이 곳에서 본 분위기로는 저희 오케스트라가 각 파트의 수석이 확고하다 보니 부악장이란 직책이 따로 없고 다같이 수석이란 타이틀을 쓰는 것 같습니다.”
글_배주영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3년 9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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