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부산문화회관 관장 박성택 & 이 마에스트리 대표 양재무
운영체계 변화시켜 부산 공연문화 활성화에 이바지
부산을 상징하는 부산문화회관은 대극장 및 대전시실, 중극장, 소극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동안 음악, 무용, 연극 등 다양한 공연예술을 선보여 왔다. 1988년 개관하여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한 부산문화회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동안 공무원이 맡아 왔던 회관의 관장 자리를 개관 이후 처음으로 개방형 직위로 전환해 민간 공모로 선정, 초대 개방형 관장에 박성택 전 예술의전당 사무처장이 임명된 것이다.
지난 7월 10일부터 부산문화회관을 이끌고 있는 박성택 관장은 1987년 8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근무를 시작해 총무부장, 기획부장, 전시사업팀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9년 말부터 2012년 초까지 예술의전당 사무처장으로 활동했다. 국내 최고의 공연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예술의전당에서 오랜 시간 몸담았던 그가 부산에서 극장 경영인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관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 정도 된 박성택 관장을 이 마에스트리의 양재무 대표가 만나 대담을 진행했다.
양재무_ 부산문화회관의 첫 개방형 관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취임한 지 한 달 정도 되셨는데, 그 동안 아주 바쁜 일정을 가지신 걸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어떤 일을 하셨나요?
박성택_ 부산문화회관의 관장으로 오기 전에 국내 거의 모든 공연장의 상황은 대부분 파악을 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부산 오페라 하우스 건립 컨설팅을 위해 부산을 자주 오가며 부산문화회관을 가까이에서 봤지만 막상 관장으로 와서 더 깊이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보니 잘해온 부분도 있고 조금 시대에 떨어졌다고 할까 능동적이지 못해 손볼 게 많더군요. 제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일하다 와서 기대를 많이 하시는 지역 분들도 계시지만 타지 사람이 관장으로 온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과 자꾸 접촉하려 하고, 지역 분들과 친숙해지려고 하다 보니 한 달이 금방 지났네요.
양재무_ 아무래도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 긴장하기 마련이지요. 이미 서울 예술의전당을 성공적으로 이끄셨고, 국내에 새로 세워진 많은 연주회장을 컨설팅해 주신 관장님의 노하우가 부산에 잘 뿌리 내리면 좋겠습니다. 부산시에서도 그런 기대를 갖고 박성택 관장님을 임명한 것으로 알고 있고요.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부산이 대한민국 제2의 도시지만 시민들의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인식이 오히려 다른 대도시보다도 낮은 것 같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보면 부산에 중요한 문화예술을 공급해야 하는 관장님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롭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부산 시민들을 부산문화회관으로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택_ 부산에 와서 놀란 것이 지역민들, 그리고 예술계 종사자들이 부산의 예술 수준이 서울, 수도권보다 기대에 훨씬 못하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말을 듣고는 오히려 부산예술인들이 좀더 분발해서 이 지역, 특히 제2의 도시에 걸 맞도록 서울에 버금갈 뿐아니라 글로벌 부산으로 향하는 예술적 부흥을 이끌어 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산 사람이라고 하면 흔히들 야구만 좋아한다고 하는데, 제가 볼 때는 부산시민들의 문화예술 수준이 낮은 것이 아니라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부산에 수적으로는 많은 공연장이 있지만 제대로 경쟁력을 갖춘, 전문성이 있는 공연장이 없고 부산문화회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공연 기획이 없으니까 좋은 공연이 만들어지지 않고, 그러니까 좋은 관객도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관객에게 좋은 공연장이란 즐기기 편하고 오기 쉽고, 고객으로 대접해 주는 곳인데, 부산에는 아직 그런 공연장이 없습니다. 부산문화회관이 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공무원이고, 이들은 1∼2년 정도 근무하다 다른 곳으로 발령받습니다. 즉, 공연 기획자, 무대 기술자 등 전문가가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부산 시민들에게 회관은 시청, 구청 같은 관공서의 이미지입니다. 이 곳을 전문 경영인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시민들은 위한 공간으로 만든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부산문화회관도 리노베이션을 잘 하면 좋은 공연장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을 처음 만났을 때 회관의 어디 문으로 들어오셨냐고 물어봤고, 여러분은 뒷문으로 들어왔다고 하셨지요? 실제로 시민들도 다 골목에 위치한 뒷문으로 들어오고, 광장이 있는 극장 전면에 위치한 정문으로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동선 형성이 잘 안 된 것이지요.
또한 중극장은 700석 정도 규모인데, 중극장의 분장실은 개인 분장실 2개뿐이고, 스텝들을 위한 공간이 아예 없습니다. 그래서 중간 규모의 오케스트라가 중극장에서 공연할 때 단원들의 분장실이 부족해 대극장 분장실을 빌려 사용합니다. 하지만 같은 날 대극장에서도 공연이 있으면 분장실 사용에 큰 어려움이 있지요.
양재무_ 삼삼오오 온 관객이 공연이 끝난 후 한꺼번에 몰려 나왔을 때 얼마나 빨리 공연장을 빠져 나갈 수 있느냐가 공연장의 경쟁력인 듯합니다. 예술의전당은 박 관장님이 근무하실 당시 리모델링을 해서 쾌적한 주차 시설 갖추고 있지요.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쾌적한 극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신 것을 제가 봤습니다. 부산문화회관도 앞으로 좀더 문화적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박성택_ 원래 예술의전당 주차장도 출구가 하나라 나가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런 불편한 점은 경영 과정에서 경험적으로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공연장을 설계 할 때부터 극장 경영자들이 참여를 해야 합니다.
부산문화회관도 주차장이 큰 길 쪽에도 있지만 그쪽 주차장은 아예 사용하질 않습니다. 다들 뒤쪽 주차장만을 이용하니까 답답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고, 회관에 식사할 곳이 없어 배고프고, 앉을 공간이 없어 다리도 아픈 상태에서 공연을 관람하니 즐겁지 않겠지요?
그래서 저는 관객의 입장에서 편의 시설을 만들고, 접근성에 대한 배려를 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관객은 고객이며, 고객 중심 운영을 해야 합니다.
양재무_ 제가 공연 기획자들에게 들은 말인데 유럽, 미국 연주자, 연주 단체들은 순회 연주 시 대체로 한국, 일본, 중국에서 각각 두 번 정도의 공연을 하길 원하는데 한국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외에 좋은 공연장이 없어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서울에서 큰 공연을 두세 번 할 만큼 관객이 많은 것도 아니고요. 그런 공연을 대한민국에서 소화할 곳이 서울 외에도 필요하고, 그게 부산이 되어야 하는데, 부산에는 그런 공연장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부산에 좋은 극장이 더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21세기에 문화를 준비해야하고 상하이나 베이징, 홍콩 등이 문화 예술의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데, 여기서 낙오되면 한국문화의 위치는 커다란 타격을 받게될 것 같아 위기의식마저 느낍니다.
박성택_ 지금 부산 동남권에는 국립아트센터를, 그리고 북항에는 오페라 하우스 건립을 추진 중인데 이를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부산의 인구는 서울 다음으로 많고, 공연 예술 제외한 다른 예술 분야는 부산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공연 예술은 수도권, 서울의 위성 도시보다 못한 수준인데, 시에서 공연예술 분야에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공연장을 건립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대체로 그 비싼 돈을 들여서 왜 공연장을 짓느냐고 하지요. 사실 부산에 오페라 하우스를 건립한다고 했을 때 차라리 그 돈으로 야구장을 하나 더 짓는 게 낫겠다고 말한 예술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세대는 자식 후손들에게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이들이 성년이 되었을 때 서울과 부산의 예술 격차를 생각하면 끔찍하다는 것이지요.
양재무_ 예술의전당이 1988년에 개관할 당시에도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으로도 충분한데 예술의전당을 왜 만드느냐며 반대 여론이 있었지요. 하지만 25년이 지난 지금 보면 후발주자였던 예술의전당이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극장이 되지 않았습니까? 예술의전당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서 오히려 벤치 마킹하러 오고 있지요. 오늘의 예술의전당이 있기까지 박 관장님께서 굉장히 큰 역할을 하셨고요.
박성택_ 예술의전당과 부산문화회관이 개관한 지 25년이 지났는데, 예술의전당 출신의 극장 경영자는 현재 15명 정도가 현역으로 다른 공연장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산문화회관에서는 전문 예술 경영인을 한 명이라도 배출했나요? 사실 민간인 관장 한 명이 바뀐다고 이 회관이 본질적으로 다 바뀔 것이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부산문화회관이 전문 예술 조직으로 변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전문 법인을 만들어야 하지요. 그러면 나중에 부산문화회관 출신의 경영인이 나올 것이고, 그 때는 저처럼 다른 지역 출신의 극장 경영인이 부산에 올 필요가 없겠지요.
저는 직원들에게 지금까지의 마인드는 버리고 백화점, 호텔 경영의 마인드를 가지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미 예술의전당에 있을 때 직원들에게 스스로를 공연장이 아닌 호텔 경영, 백화점 경영이라 생각하고 관객이 아닌 고객으로 모시라고 말했습니다.
부산문화회관이 시에서 운영하는 공연장이다 보니 ‘극장 경영’이란 개념보다는 ‘운영 관리’에 가까웠습니다. 공연 시간이 되면 문을 열어 주고, 공연이 끝나면 문을 닫고, 심지어 공연 한 시간 전까지는 로비를 개방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곳에 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로비 개방입니다. 누구나 회관에 와서 쉴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저는 부산문화회관도 예술의전당처럼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되면 시의 재정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부산문화회관에 관객이 많이 올 수 있도록 상업적인 요소를 접목시키고, 이로써 자체 수익을 많이 올리면 시에서 지원하는 예산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지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미국, 호주의 극장 경영 방식인데, 이것을 반대하는 쪽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이러한 공연장이 공공성에 입각해서 운영되어야지 예술의전당처럼 너무 상업적으로 운영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주장은 얼핏보면 그럴 듯하지만 공공성의 개념을 잘 못 이해한 것입니다. 순수예술, 클래식 음악은 무조건 정부 등의 지원으로 연명해야 하고, 예술이 돈벌이에 활용되면 안 된다는 생각들을 하지요. 예를 들어 부산시향의 공연을 5천 원 또는 1만원으로 저렴하게 책정해야 많은 시민이 관람할 수 있다고 말하며 이를 공공성에서라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공연을 무료로 하면 공연장이 관객으로 넘쳐나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이는 공연 상품, 순수예술은 공공재라고 해도 필수 공공재가 아니라 선택적 공공재이기 때문입니다. 즉, 공연을 보지 않더라도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다는 뜻이고, 이는 다르게 말하자면 공연이 비싸도 올 사람은 오고, 무료더라도 안 올 사람은 안 온다는 뜻입니다. 문화 예술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누리는 것은 아닙니다.
비싼 입장료가 주를 이루는 예술의전당은 일년에 250만 명에서 300만 명의 관객이 다녀가고, 입장료가 저렴한 부산문화회관의 누적 관객은 30만 명 정도입니다. 즉, 공연을 수용하려는 사람들은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자꾸 정부나 시에서 공연료를 낮게 책정해 스스로 부담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오히려 공연 가격이 저렴하면 그 공연의 수준을 낮게 평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품질을 곧 가격으로 판단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어떤 이들은 특정 소수를 위해 부산 오페라 하우스 같은 시설을 건립하느냐고 말하는데, 그 논리에서 보자면 소수를 위해 몇 백억 원의 운영비를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은 옳은가요? 저렴한 공연료의 혜택 역시 소수만 보는 것은 마찬가지이죠.
그러니까 제 주장은 이용자, 수혜자에게 부담을 시키라는 것입니다. 부산문화회관에 오는 사람들에게 공연 입장료를 1만 원씩 받지 말고 5만 원씩 받으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럴 경우 비싸서 못 오는 사람이 있으므로 5천 원짜리 입장권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5만 원을 낸 사람 덕분에 5천 원을 주고 공연을 보는 사람도 있는 것이지요.
정리_배주영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3년 9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부산문화회관 관장 박성택
이 마에스트리 대표 양재무
부산문화회관 관장 박성택
부산문화회관 관장 박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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