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초대
바이올리니스트 송재광
이탈리아 작품으로 전하는 뚜렷한 음악세계
지난 20년간 꾸준히 시리즈 독주회를 통해 폭넓은 음악세계와 개성을 보여준 송재광이 이번에는 코렐리(Arcangelo, Corelli, 1653. 2. 17∼1713. 1. 8), 타르티니(Giuseppe Tartini, 1692. 4. 8∼1770. 2. 26), 레스피기(Ottorino Respighi, 1879. 7. 9∼1936. 4. 18)를 택했다. 이 세 작곡가는 이탈리아 출신이며,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A. Corelli의 「Violin Sonata in d minor, Op.5 No.12 ‘La Follia’」, G. Tartini의 「Violin Sonata in g minor, Op.1 No.10 ‘Didona abbandonata’」, O. Respighi의 「Violin Sonata in b minor, Op.110」을 프로그램으로 한 바이올리니스트 송재광의 독주회가 3월 1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개최된다(피아노: 김진선).
귀국 후부터 꾸준히 가져온 독주회이지만, 올해는 그에게 보다 더 특별한데, 이유는 그가 1994년에 처음 시리즈 독주회를 시작해 올해로 만 20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1994년 모차르트 전곡 연주를 시작해 1년간 5번에 걸쳐 완주했으며, 베토벤,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 프랑스 음악(Ⅰ,Ⅱ), 이탈리아 음악, 슈베르트, 슈만, 프로코피예프, 파가니니, 피아졸라 등의 작품들을 시리즈로 연주하여 장르와 시대를 막론하고 개성이 뚜렷한 자기만의 세계를 확립하는 작업에 정열을 기울이고 있다.
요즘 수많은 시리즈 음악회가 열리고 있는데, 송재광은 그 시리즈 음악회들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다. 1994년 당시 어떻게 이런 무대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출발에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독일 유학시절 선생님들께서 가끔 시리즈 연주를 하셨는데, 당시 사사한 은사님께서 저더러 ‘한국에 돌아가 교수가 된다면 언젠가는 이뤄야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34살에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네요. 근래에 이러한 무대들이 많이 늘어 개인적으로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시리즈 독주회가 일반 독주회를 준비하는 것보다 더 힘든 듯하다며, 일반적인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다 보면 시대적 배합, 작품 배치가 어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리즈 연주회를 오랫동안 해서 터득한 노하우가 있고, 이미 2005년 독주회에서도 이탈리아를 주제로 독주회를 해봤지만, 이탈리아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은 유독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5년 9월 독주회에서 17세기 초에서 19세기 중반 말까지의 이탈리아 작곡가들의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다른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음악의 특징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었는데, 정확히 무엇이라고 설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르네상스, 바로크로 연계되지 않고 장르, 스타일 등 서로 다르거든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악기 제작자인 이탈리아 친구에게 이탈리아 음악의 특징이 무엇인지 물은 적이 있는데, 본인도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소위 말해 이탈리아 사람들이 잘난 맛에 살고, 개성의 차이가 뚜렷하며, 이것이 그들의 국민성이라는 것입니다.”
그가 이번에 연주할 작품들의 공통점은 작곡가들이 바이올리니스트로도 활동했으며, 소나타이고,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곡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코렐리의 ‘라 폴리아’는 유명하다고 하지만 국내에서는 원곡이 아닌 크라이슬러가 편곡한 것이 자주 연주됩니다. 코렐리 버전이 자주 연주되지 않는 것은 자칫하면 연주가 진부해지기 때문인데, 저는 오리지널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선곡했습니다. 그리고 바이올린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타르티니의 「버림받은 디도」 역시 국내에서는 연주가 많이 안 되고, 작곡가의 삶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별로 없습니다. 레스피기의 「Violin Sonata in b minor, Op.110」은 작곡가 스스로 신경을 많이 써서 작곡한 곡이라고 합니다. 이 곡만큼은 좋은 피아니스트와 연주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니까요.”
사실 송재광은 이미 3년 전에 이탈리아 음악이라는 이번 독주회의 컨셉트와 프로그램을 구성했으며, 현재도 2016년 독주회까지 계획을 세운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일 년에 한 번씩 새 곡을 발굴해서 연주한다는 것이 늘 부담이 되긴 하지만, 이미 연주했던 작품을 다시 연주하기보다는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말을 이었다.
“물론 베토벤, 브람스의 소나타 등의 명곡은 다시 무대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30대, 40대, 50대에 연주하는 브람스가 같을 수 없고, 평생 연구할 가치가 잇는 작품이니까요. 프랑크의 소나타를 12년 만에 다시 연주한 때가 있었는데, 우선 작품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가 달랐던 기억이 납니다. 훨씬 더 예술 앞에서 숙연해지고, 초심을 잃지 말야야겠다는 메시지를 받으니까요.”
그래서 시리즈 음악회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그에게 주변의 후배, 동료 음악가들이 자문을 얻는 편이기도 한데, 이와 관련하여 그는 다양한 예를 들려주었다.
“모차르트, 베토벤을 연주하면 브람스도 연주할 수 있는데 모차르트 소나타를 별로 연주해본 경험도 없으면서 바로 브람스의 작품에 도전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작품 중 르클레어나 프랑크의 소나타를 연주하고 싶다길래 드뷔시의 작품은 연주해 봤는지 물었더니 꼭 드뷔시부터 해야 하는지 반문하던 후배도 있었고요. 물론 연주자로서 하고 싶은 곡이 많겠지만 내공이 쌓여야 연주할 수 있는 곡들이 있어요. 그리고 독주회에서 대곡을 두 곡 이상 연주하는 것 또한 위험한 일이지요. 에너지 소모가 크기 때문에 체력 안배에 문제가 생겨 실수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물론 그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예를 들어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를 하던 당시 마지막 음악회에 대곡이 두 곡이나 되어 진이 빠져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덧붙여 그는 대곡이지만 예전에 연주해 본 경험이 있거나, 처음 접하는 곡이지만 짧다고 해서 우습게 생각하면 안 된다며, 프로그램 구성에 있어 어떤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연주자 자신의 취향, 능력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글_배주영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4년 3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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