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바리톤 한경석 / 음악춘추 2016년 4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7. 1. 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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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한경석

총신대 교수로 새로운 음악인생을


*** 음악의 시작과 학창시절

오디오를 좋아하였습니다. 그래서 저의 꿈은 공대에 진학하여 마크 레빈슨 같이 세계적인 앰프를 만드는 것 이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색약’이라는 이유로 공대에 진학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어려서부터 듣게 된 음악의 매력에 빠지게 되어,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서울대 음대에 합격을 하였고 상대적으로 음악을 늦게 시작한 탓에 학창시절에 다른 학생들과 실력에 큰 차이를 느낀 저는 연습실에서 하루 종일 연습만 하였습니다. 방학 때도 항상 연습을 하였습니다. 학창시절 저를 한 마디로 정하면 ‘성실한’ 학생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웃음) 학창시절에 학교에서 하는 여러 행사들에 열심히 참가하였습니다. 또 대학원 때는 정기오페라 「돈 조반니」에서 주역을 맡기도 하였습니다. 서울대와 동 대학원에서 공부한 후 도독하여 독일 Stuttgart 국립음대에 입학하였습니다. 사실, 전자공학으로 유학을 가고 싶었지만, 음악에 대한 미련은 저를 독일로 건너가게 하였습니다.


*** 선생님이 생각하는 음악은 어떠한 것인가요?

음악은 철저한 타이밍과 수학적인 계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주자는 관객들과 감정을 공유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연주가는 음악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며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은 계산된 타이밍을 바탕으로 한 감정이 있을 때 큰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또 음악적인 뉘앙스가 중요합니다. 대가들이 감동을 주는 이유, 역시 뉘앙스에 있습니다. 뉘앙스가 선명해지면 볼거리가 많아지고, 전하려는 메시지 역시 선명해집니다. 모든 음악은 박자가 존재합니다. 그 박자 안에서 자신이 다른 연주자와 차별화를 둘 때 그리고 곡에 자신의 타이밍과 뉘앙스를 가졌을 때 많은 관객들이 공감합니다.


*** 여러 무대에 서셨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또 무대에 오르실 때 어떠한 점에 중점을 두시나요?

저는 오페라를 공연할 때 단순히 소리로만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포함한 총체적인 캐릭터를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돈 카를로스」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것은 좋은 기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당시 연출가인 스위스 분이 저를 보면서 “동양 사람이 왜 오페라를 하냐?” 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다른 성악가들의 리허설을 보라고 하면서 저에게 많은 리허설을 배려해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큰 호응과 박수를 받았고, 연출가는 첫 공연이 끝난 후 저에게 축하의 악수를 청했지만 저는 “봤습니까?” 라고 말하고 악수를 거절하였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지닌 음악인이 있다는 점이 충격이라서 그런지 이 오페라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항상 좋은 연주를 갈망하기 때문에 생각이 많아집니다. 연주를 준비할 때는 정신을 집중하고, 더 나아가 곡이 가진 표현과 감정을 충실히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바라는 것은 연주하는 곡에 저만의 감정과 뉘앙스를 올바로 담아 관객들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연을 준비할 때 마음만큼 잘 안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 어떠한 음악가로 남길 바라시나요?

성실하고 진실한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모든 작품을 성실하게 대하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해 무대에 올라서지 않으면 저 자신뿐 아니라 관객들에게 부끄러워 질 것 같습니다. 또한 열심히 연주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열심히 하는 연주자들을 보면 왠지 겸손한 것 같아요.

플라시도 도밍고가 인터뷰에서 “어느 무대를 서든, 다시 새로 공부하는 것 같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가치관과 생각이 바뀝니다. 그래서 똑같은 오페라를 해도 느낌이 다른 공연을 할 수가 있습니다. 지휘자 첼리비다케는 음악의 느낌이 연주할 때마다 다르기 때문에 녹음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음악은 통조림이 아니다.’ 라고 말한 바가 있습니다. 저는 그 생각이 마음에 듭니다. 저는 대가들을 보면서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들처럼 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을 따라 모범이 되는 연주가, 교육자가 되고 싶습니다.


*** 학생들에게 어떠한 점을 가르치고 싶으신가요?

저는 학생들을 지도할 때, 학생들에게 제가 잘 모르고 애매한 것, 확실치 않은 것은 가르치지 않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이러한 것들을 가르치면 저도 아이들도 혼돈이 올 수 있습니다. 제가 연주와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것들만 지도하려고 합니다. 또 저는 학생들에게 음악의 기초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초가 안 되어 있더라도 음악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계속 음악을 하다보면 반드시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기초를 다져야 자신의 음악세계를 탄탄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자는 학생들을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을 도와주려면 인내심을 가지고 학생들의 눈높이로 그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되는데, 왜 너는 안 되냐’ 라고 하는 선생은 좋은 교육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도 학창시절에 다양한 면에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인생 선배로서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음악을 많이 들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어릴 시절부터 피아노를 치시는 누님 때문에 피아노 음악과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듣고 살았습니다. 지금도 시간이 나면 음악을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의 전공인 성악곡도 많이 듣지만 그 외에 실내악, 피아노, 심포니 등 다른 악기의 곡들도 많이 듣습니다. 특히 피아노곡을 좋아하는데 이는 솔로 악기들과 달리 피아니스트는 피아노를 통해 완벽하고 다채로운 음색과 화성의 조화로 자기의 음악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창시절에는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고, 용돈을 모아 명동에서 그 당시 LD로 제작된 오페라를 녹화해서 보았고, 카세트도 복사하여 테이프가 늘어날 때까지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음악을 들으면 제목은 몰라도 자연스럽게 흥얼거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릴 적 동생과 많은 성악가들의 카세트테이프를 틀어놓고 서로 가수를 알아맞히기 게임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 때 들었던 음악들이 지금의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요리 연구가는 입맛이 좋아야 하지만 음악인은 귓맛이 좋아야 합니다.


*** 선생님의 음악에 가장 영향을 끼친 분이 있다면요.

저는 여러 선생님들에게 사사하였지만, 프랑스의 세계적인 지휘자 죠지 프레트르와 연주를 한 적이 있는데 이 분의 감각적인 음악세계와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세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또한 이경숙, 김성길, 박세원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경숙 선생님께는 음악의 아름다움과 본질을 볼 수 있는 진지함을 배웠고, 김성길 선생님과 박세원 선생님께는 깊이 있는 해석을 많이 배웠습니다. 저는 이러한 훌륭하신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어 매우 행운이었고 기쁩니다. 또 누님이 피아니스트 한유경, 동생이 테너 한윤석, 아내가 소프라노 신윤정이기에 제가 음악적으로 어려워하면 조언을 많이 해주고, 건전하게 비판을 해줍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조언들이 지금까지 음악을 놓지 않도록 해준 가장 큰 힘인 것 같습니다.


*** 앞으로 한국의 클래식 음악계가 어떻게 나아갔으면 하는지요.

음악의 장르가 다양해졌습니다. 클래식 고유의 색깔을 지킬 때, ‘클래식’이라는 음악 장르가 만들어 진다고 생각합니다. 변화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절대 변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회의 변화에 요구를 수용하면서 변화하지 않기 위해 변화해야 합니다. 정통과 변화에 잘 대응하며 클래식 음악에 승부를 걸어야 클래식 음악계가 발전 될 것입니다.


글_구수진 기자. 사진_김문기 부장.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6년 4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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