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손원지
겸손한 자세로 음악과 마주하기
“생각보다 많은 청중께서 제 독주회를 찾아주셔서 설레는 마음과 감사함으로 연주에 임했습니다. 음악을 통해 제가 하나님의 통로로 사용되어 많은 이에게 감사, 격려, 위로, 치유를 줄 수 있길 바라며 준비했는데, 큰 어려움 없이 연주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들의 성원, 그리고 기도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보완할 점도 발견해서 기쁩니다.”
피아니스트 손원지의 귀국 독주회가 지난 1월 27일 세종 체임버홀에서 열렸다. 베토벤의 「소나타 제31번 내림가장조 작품110」,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제7번 내림가장조 작품83」, 슈만의 「판타지 다장조 작품17」을 연주한 그는 “이 곡들은 영화, 드라마, 오페라 등 극적인 것을 느낄 수 있는 강렬한 곡들이었다”며, 세 곡에 흐르는 스토리를 생각했단다. 그리고 무대에서 오직 음악, 작품만 드러날 수 있도록 연주에 임했다고.
“피아노 곡에는 가사가 없기 때문에 작품 안을 더욱 살펴봐야 합니다. 작곡가의 의도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두드리고 또 두드리는 것이지요. 작곡가가 드러내려 한 것, 숨기려 한 것 등, 그 비밀을 조금이라도 발견해 청중에게 전하는 것이 연주자의 의무라고 봅니다.”
현재 수원여대에 출강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손원지는 서울예고와 이화여대 음대를 거쳐 도독, 뉘른베르크 국립음대 피아노과(최고점 졸업) 및 동대학 Meister Klasse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친 후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 가곡반주과정을 최고점으로 졸업하였다(사사: 박혜선, 윤금희, Wolfgang Manz, Ulrich Eisenlohr 교수).
한국일보 콩쿠르 2위, 삼익 콩쿠르 특상, 음악춘추 콩쿠르 2위, 성정 난파 콩쿠르 1위, 만하임 음대 콩쿠르 리트 두오 부문 2위 등에 입상한 바 있는 그는 음악춘추 영콘서트, 영아티스트 콘서트, 젊은이의 음악제, 조선일보 신인음악회, 비르투오조 콘서트, 독일 뉘른베르크 Heilig Geist Saal 연주회, 이탈리아 샤르데나 초청 연주회, 만하임에서 Lieder와 Aria의 밤에 출연하는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연주 무대를 통해 폭넓은 연주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예고 시절 사사한 박혜선 선생님은 음악의 기초와 테크닉을 다져주셨고, 인간적으로 좋은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대학교에서 만난 윤금희 선생님은 음악적 가르침뿐만 아니라 음악인으로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알려주신 모델과도 같은 분이십니다. 이번 귀국 독주회를 준비하며 선생님 앞에서 미리 연주해 보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저도 나이가 들수록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달아지더라고요.”
손원지는 유학시절 결혼과 출산이라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경험했으며, 이는 그의 음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피아노 솔리스트로 공부해 온 그는 유학 중 남편인 테너 이성민을 만나 성악에도 관심을 갖고 가곡반주과정을 공부한 것이다.
“가곡반주과정을 공부하며 저의 편협한 시각과 사고가 많이 깨지고 부서졌고, 기다리는 법, 함께 호흡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겸손하게 다가갈 때 음악 안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요. ‘겸손’의 진정한 가치를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결국 음악을 통해 배우는 것은 ‘겸손’이라고 생각한다는 손원지는 다른 성악가들과 하모니를 이루는 과정에서 이야기하고 소통하고 교감하는 그 순간의 시간들이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성악만 아니라 어떤 형태의 음악이든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혼신을 다해, 그리고 마음과 영혼으로 연주하는 음악가가 되길 소망하고 이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귀국 후 저소득층 임산부, 외국인 근로자 임산부를 위한 태교 음악회에서 연주한 적이 있는데, 그분들이 음악을 통해 위로 받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꼈습니다. 저도 외국에서 임산부로 지내보았기 때문에 그분들이 한국에서 얼마나 힘들지 알 수 있었거든요. 앞으로도 이러한 소외계층을 위한 연주회, 찾아가는 음악회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피아니스트 손원지는 4월 15일 영산아트홀에서 있을 윤금희 교수 제자 음악회에 출연할 예정이다.
글·배주영 기자 / 사진·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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