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트럼피터 박기범 / 음악춘추 2012년 7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7. 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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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피터 박기범
클래식 음악 저변확대 위한 다리 역할

 

“여수 엑스포 개최에 맞춰 건립된 예울마루의 여러 개관 기념 음악회 중에서도 첫 음악회의 협연자로 무대에 서서 뜻 깊었습니다. 홀의 구조나 어쿠스틱도 만족스러웠고, 건축물과 자연이 하나가 되도록 설계된 친환경적인 연주회장에서 연주했다는 것에도 자부심을 느꼈고요.”
지난 6월 9일 GS칼텍스 예울마루 개관 기념으로 개최된 한·중 연합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트럼피터 박기범이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내림마장조 3악장」으로 무대에 섰다.
덧붙여 그는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은 당시 새롭게 발명된 트럼펫을 위해 작곡된 것인데, 사실 트럼펫 레퍼토리에는 하이든 같은 메이저 작곡가의 작품이 많지 않기 때문에 트럼펫 연주자에게는 특별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7월 4일 양주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도 이 곡을 협연할 계획이며, 그 밖의 활동으로는 가을에 춘천에서 현악앙상블과 함께 하는 독주회를 구상해 트럼펫과 현악 4중주를 위한 작품, 생상의 트럼펫과 피아노 6중주를 위한 작품 등을 연주하고, 내년 1월 30일에는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박기범은 서울대 음대, 매네스 음대 대학원을 거쳐 뉴욕 주립대(스토니 브룩)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동아콩쿠르 1위, 제주 국제 관악 콩쿠르 입상을 비롯해 금호 영아티스트 콘서트 오디션에 합격하여 각광을 받았다. 코리안 심포니,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 강남 심포니, 부천 필 등 국내 다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 외 여러 국제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도 했다. KBS 교향악단, 부천 필, 천안시향, 성남시향, 인천시향, 경기 필의 객원 수석 및 객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서울 바로크 합주단의 단원이자 춘천교대 음악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주활동만 할 때는 교육 분야가 생소했지만 3년 전부터 춘천교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많은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음악 전공자가 아닌 넓은 범위의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어떤 것이 좋은 교육 방법인지 고민하며 부분적으로 참여해 보니 흥미롭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사명감이 생기더라고요.”
박기범은 “과거 유럽의 음악교육이 미국으로 전해지기 전에 페스탈로치의 음악교육이 적용되었는데, 페스탈로치의 음악교육 철학인 ‘소리 자체로 음악을 먼저 접한 후 수식을 배워야 한다’는 말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저 역시 학생들에게 소리를 통해 음악의 특징을 느끼고 음악의 즐거움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낄 것을 강조합니다. 소리에 대한 즐거움을 통해 음악 고유의 예술성을 깨닫게 하는 것이 목표인 것이지요.”
그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 아이들이 단순히 북을 치면 소리가 난다는 사실에 재미를 느끼는 수준에서 음악 교육이 그치고 마는데, 나아가 선율의 흐름이 아름답다, 서로 다른 음정, 리듬이 합쳐져 생기는 앙상블이 좋다라는 식으로 예술성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음악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학교에서의 음악교육은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는 것에서 끝나고, 평가는 서면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음악을 전공하지 않는 일반 학생들이 점점 더 클래식 음악에 거리감을 갖는 듯하다며 걱정했다.
그래서 그는 아동 오케스트라 교육 사업인 ‘신나는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겸 지휘자로도 활동하며 자신의 생각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한국형 엘시스테마를 꿈꾸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기획했으며, 소외계층 아동을 위한 오케스트라 교육 사업인 ‘꿈의 오케스트라’는 현재 국내 20개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는데, 박기범은 그 중 가장 먼저 시작된 춘천의 ‘신나는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2010년 10월 말 창단되어 현재 55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신나는 오케스트라’는 단원인 학생들에게 악기를 대여해 주고, 시향 단원과 강사들이 무상으로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씩 오케스트라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 폭력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예술교육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요즘 ‘신나는 오케스트라’로 아이들을 지도하는 일에 매우 큰 보람을 느낍니다. 사실 이 오케스트라를 맡은 이유 중 하나는 이렇습니다. 현재 제가 교대에서 대학생을 지도하지만 졸업 후 교사가 된 그 학생들은 결국 초등학생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초등학생을 알아야만 교대의 학생들을 잘 지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지요.”
그는 교대의 교수로 재직하면서부터 순수 음악활동에서 나아가 폭넓은 사고를 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순수 예술의 본질은 지키지만 그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고 싶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청중이 스스로 클래식 연주회장을 찾아오도록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연주자들이 앞장서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말을 남겼다.

 

글·배주영 기자 / 사진·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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