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테너 김재형 / 음악춘추 2012년 7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7. 1.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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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김재형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교육 실천

 

몇 년 전부터 한국의 테너들이 세계 오페라 무대를 점령하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고 있다. 그 가운데 2010년 성악가의 꿈의 무대라 불리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 주역으로 입성하며, 한류의 중심에 우뚝 선 테너 김재형은 ‘영웅적이면서 서정적인 테너’, ‘완벽한 비르투오조’라는 언론의 호평과 함께 성공적인 메트로폴리탄 데뷔무대를 마쳤으며, 현재까지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실 메트로폴리탄의 섭외 전화를 받았을 당시 교통 사고가 크게 나서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전화를 받고 흥분해서 벌떡 일어날 정도였지요(웃음). 처음 무대 리허설을 위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 올랐을 때는 그저 ‘크다 너무 크다’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부담감을 이기고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칠 수 있었음에 감사할 뿐이지요.”
하지만 그 또한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었다. 유럽의 첫 데뷔무대에서 서양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던 것이다.
“저의 유럽 데뷔무대는 이탈리아의 토리노 왕립극장에서 공연한 「나비부인」의 핑커톤 역이었습니다. 무사히 무대를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공연 후 언론의 혹평이 쏟아졌지요. 나비부인은 유럽 사람, 핑커톤은 동양 사람으로 캐스팅한 것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이었어요. 충격이었지요”
이 후 새롭게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독일로 떠난 그는 뮌헨 콩쿠르에 입상하며 다시 한 번 유럽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작은 무대의 주목받지 않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실력을 쌓아나간 그는 결국 몇 년 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테너로 자리잡았다.


한국 테너가 유럽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경쟁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망설임 없이 “실력이지요.”라고 대답한 그는 이어 ‘눈치’를 또 하나의 강점으로 꼽았다.
“한국 사람들은 성실하고 눈치가 빨라요. 하나를 이야기해도 거기에 대한 응용력이 좋기 때문에 한국인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제는 모든 서양의 극장들이 예전처럼 풍채 있는 모습만을 바라지 않는다는 시대적 상황도 뒷받침되어 주고 있고요.”
한편, 지난 3월부터 경희대 교수로 임용된 그는 아직 독일에서의 계약이 남아 있어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며, “후학을 양성하겠다는 생각은 이전부터 늘 가지고 있었왔습니다. 제가 이제껏 보고 배운 노하우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르쳐 주는 것이 경제적이고, 학생들에게도 많은 이득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교수 직을 병행하게 되었지요.”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학생들과 친해지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는지 묻자, “바쁜 연주 일정으로 학생들과 함께 못하는 시간이 많은데, 그래서 웬만하면 한국에 있을 때는 제자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도 선배보다 제가 더 좋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웃음).”라며 미소를 짓는 그는 행복한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선생님을 믿고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김재형은 자신의 학생들에게도 “나를 믿고 따르면 너희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보다 빨리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너희의 믿음이 없으면 10년이 걸릴 지, 20년이 걸릴 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하며 강한 믿음을 심어주고 있다.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조금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면 그들이 제 나이가 되었을 때는 저보다 더 좋은 경력을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저를 믿고 따라와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난 6월 17일 ‘김정원과 친구들’ 무대에 선 그는 “아직 국내에서 계획된 연주는 없지만 이번 무대와 같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무대가 있다면 언제든지 무대에 오를 생각입니다.”라며, 기회가 된다면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자선 연주회에도 참여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글·박진하 기자 / 사진·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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