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네티스트 김현곤 & 김범
아버지와 아들, 같은 길을 걷다
그의 어린 시절, 집안은 늘 아버지의 클라리넷 연주 소리와 각종 클래식 음악으로 가득했다. 덕분에 그는 초등학생일 때부터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선율을 동요 부르듯이 흥얼거렸고, 음악을 공기처럼 호흡하며 성장한 그 역시 아버지처럼 클라리네티스트가 되었다.
여기서 그는 김범, 아버지는 김현곤 교수이다. 국내 많은 음악가 가정이 있는데, 이 부자(父子) 역시 가족이란 이름 외에도 ‘클라리네티스트’라는 이름으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이런 그들이 6월 9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있을 서울아카데미앙상블 정기 연주회에서 함께 연주한다는 소식이다.
유영재(현재 한세대 교수)의 지휘로 서울아카데미앙상블과 그들이 연주할 작품은 멘델스존의 「Concerto piece in d minor for clarinet, basset horn and Orchestra No. 2 Op.114」으로, 아버지 김현곤이 B♭ 클라리넷을, 그리고 아들 김범이 F조의 바셋혼을 잡는다. 그들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는 클라리넷과 바셋혼이 연주하도록 작곡되었지만, 바셋혼을 개인이 소장하는 일이 드물어 대부분 두 대의 클라리넷 버전으로 연주합니다. 저희는 이번에 마침 바셋혼을 구해 원곡대로 연주하는데, 아직 각자 연습 중이지만 흔히 감상할 수 없는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기회란 생각에 기대됩니다.”(김현곤 교수)
이어 김범은 “아버지와 처음으로 한 무대에 오르는 것이라 긴장되지만, 바셋혼을 연주해 보는 것도 처음이라 부담이 된다”며, “아버지와 아들의 연주, 그리고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무대이기 때문에 음악회에 오시는 분들에게 흥미로운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김범은 첼로를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배웠지만 클라리네티스트인 아버지를 보며 어느덧 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클라리넷이라는 악기의 특성상 어린 나이에 일찍 시작할 수 없기에 김현곤 교수는 아들이 클라리넷 하는 것을 반대하기도 했지만 결국 김범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클라리넷을 배우기 시작해 서울예고 1학년을 마치고 아버지가 유학했던 독일 뮌헨 국립음대에 최연소 입학했다. 그 곳에서 Vordiplom과 Diplom을 취득한 후 듀케인 대학교에서 Artist Diploma(전액 장학금)를, 그리고 다시 뮌헨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하고 귀국 해 올해 초에 귀국 독주회를 가졌다. 현재는 경기필하모닉 부수석으로 활동하는 한편 대진대에 출강하고 있다. 그리고 김현곤 교수는 KBS교향악단 수석주자, 서울대 음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채리티체임버앙상블 대표, 한양대 음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제는 제가 아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아니고 같은 직업 연주자로서 동등하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매우 기쁩니다. 사실 음악가의 길이라는 것이 여러 갈래가 아니라 하나로 통하기에 같은 길을 걸으며 만나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아들에게 어떤 특별한 조언은 안 하려고 합니다. 본인 스스로 노력하고 깨달아서 가야 하는 것이지요. 저 역시 노력해서 그 길을 찾아갔고요. 그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은 본인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김현곤 교수)
옆에서 조용히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던 김범은 “아버지께서 항상 꾸준히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존경스럽고, 본받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현재로서는 오케스트라에 갓 입단해서 적응하는 중이고, 어떻게 개인 연주활동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어렵네요. 하지만 앞으로 실내악 연주도 많이 하고 싶고 매년 독주회도 갖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아버지와도 계속 연주를 해보고 싶어요.”(김범)
김현곤 교수는 현재 대표로 이끌고 있는 채리티체임버앙상블이 연주의 양보다는 질이 우선인 알찬 단체가 되도록 노력을 하고, 마찬가지로 자신의 개인 활동도 많은 횟수보다는 조금 더 계획성 있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연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자신의 교수법을 후학들에게 전수하는 것도 계획 중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채리티체임버앙상블는 9월 22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정기 연주회를, 10월 20일 KT아트홀에서 초청 연주회를 갖고, 김현곤 교수는 11월 27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독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그리고 김현곤 교수와 김범의 연주는 8월 20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있을 서울클라리넷앙상블 연주회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글·배주영 기자 / 사진·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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