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클라리네티스트 김상윤 / 음악춘추 2012년 7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6. 2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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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네티스트 김상윤
여러 가능성을 꿈꾸며 전진하는 음악의 길

 

일찍이 ‘영재’라는 수식어와 함께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던 클라리네티스트 김상윤. 9년간의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현재 미국에서 전문 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는 그가 올 여름 모국에서의 여러 연주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지난 5월 초 잠시 귀국했다. 그는 지난 6월 세 차례의 신세계 문화홀 연주 투어를 비롯해 바그너협회의 초청으로 일신홀에서 독주회를, 그리고 목포시향과 협연 무대를 가졌으며, 7월 초에는 독일 Cuxhaven, Hannover, Marienburg 등에서 Orchestre Pro Artibus와 모차르트의 협주곡을 연주하고 10월 말 미국에서의 독주회가 예정되어 있는 등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상윤은 인터뷰 도중 “운이 좋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의 프로필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영재로 주목받기 시작해 어느덧 스무 살 중반의 청년이 된 그가 그저 타고난 재능이나 운으로 화려한 이력을 얻은 것이 아니란 사실을 말이다. 아직 젊기에, 그래서 과거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김상윤을 조명해 본다.

솔로, 오케스트라, 여러 가능성을 꿈꾸다


5살 때 피아노로 먼저 음악을 접한 김상윤은 취미로 클라리넷을 배우게 되었고, 그 악기는 어느새 자신의 전공 악기가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바이올린이나 플루트처럼 옆으로 연주하는 악기는 자세에서 불편함을 느껴 클라리넷을 택했고, 다행이 악기와 잘 맞아 계속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김동진 선생을 사사한 김상윤은 이화·경향콩쿠르 1위, CBS 전국 학생 음악 콩쿠르 관악부 최우수상, 난파 콩쿠르 대상 등 국내 유수의 콩쿠르에서 1위로 입상했으며, 예원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2002년 금호 영재콘서트로 데뷔무대를 가진 후, 같은 해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당시 클라리넷 유학지로서의 프랑스에 대한 정보가 없었지만 운이 좋게도 클라리네티스트 미셸 아리뇽을 알게 되어 프랑스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김상윤은 말메종 국립음악원에서 미셸 아리뇽, 그리고 그의 조교인 플로랑 에오를 사사하며 전문연주자과정을 공부했고, 2005년에는 파리국립고등음악원(CNSMDP) 클라리넷 파트 한국인 최초 합격자가 되어 미셸 아리뇽과 파스칼 모라게스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최우수 졸업했다. 


“지금까지 만난 선생님이 모두 좋은 분들이셨지만 플로랑 에오 선생님은 특별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프랑스 사람들은 문화적 자존심이 세서 그런지 콧대가 높더라고요(웃음). 하지만 플로랑 에오 선생님은 음악적인 면 외에도 특히 훌륭한 인품을 지니셨습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대단하셨고,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자기 탓, 잘 된 것은 남의 덕으로 돌리셨지요. 그래서 저도 나중에 커서 제자들에게 그렇게 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프랑스 클라리넷계의 대부이며 파리국립고등음악원의 교수인 미셸 아리뇽이 한 달에 한 번씩 마스터 클래스를 위해 말메종 국립음악원을 방문할 때마다 레슨 받은 그는, 파리고등국립음악원에 진학해서도 일주일에 두 번은 미셸 아리뇽, 한 번은 파리오케스트라의 부수석이며 조교인 파스칼 모라게스와 함께 했다.
“아리뇽 선생님께서는 레슨 때 별 말씀을 안 하시지만, 그 하나하나의 작은 말씀이 큰 배움이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마스터 클래식 형식으로 레슨을 하셔서 매번 모든 제자가 모여 서로의 레슨을 보고 배웠어요. 다른 친구를 보며 자극을 받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도록 하신 것이지요. 당시 선생님 제자가 20명이라 월, 수요일은 하루종일 레슨을 받았기 때문에 금요일에 만나는 파스칼 모라게스 선생님 레슨 때는 고민상담도 하며 조금은 편한 분위기였답니다.”
그는 9년간의 프랑스 유학 기간을 거친 후 미국으로 거처를 옮겨 2010년 9월부터 콜번 음대에서 전문연주자(Artistic Diploma)과정을 밟고 있다. 프랑스에서 솔리스트로서 완벽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나 오케스트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던 그는 오케스트라 활동에 갈증을 느껴 미국으로 온 것이다. 그는 미국 유학을 통해 진로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었다며 말을 이었다.


“어려서부터 계속 솔로 위주의 교육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솔로 활동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오케스트라 연주를 잘 해야 솔로도 잘 할 수 있는 것이더라고요. 파리국립음악원 시절에는 제가 1학년일 때 국제 콩쿠르에서 1, 2등 하는 학교 선배들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지금 공부하는 학교에는 오케스트라 주자로 활동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오케스트라 단원 생활을 하며 솔로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오케스트라를 공부하고 싶은 김상윤에게 현재 사사하고 있는 예후다 길라드는 최고의 스승이라 할 수 있다. 스승이 콜번 음대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자 지휘자인 덕분에 그가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할 때마다 더 세밀하게 짚어주고, 신경 써서 지도해 주는 것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미국 유학 초기에 학교 오케스트라를 보며 학생 오케스트라도 수준 높은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사실 저는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는 편인데 오케스트라 연주를 할 때는 너무 떨리고 긴장이 돼요(웃음). 오케스트라는 경험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크 랑슬로 국제 클라리넷 콩쿠르 1위
솔로에서부터 오케스트라까지 클라리네티스트로서 다양한 경험과 배움을 쌓고 있는 그는 지난 3월 3일부터 10일까지 프랑스 루앙(Rouen)에서 열린 자크 랑슬로 국제 클라리넷 콩쿠르(The Jacques Lancelot International Clarinet Competition)에서 1위 수상을 하며 한층 더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는 이미 Leopold bellan music competition, Concours de Picardie, U.F.A.M International competition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 1위, 이탈리아 Marco Fiorindo International Clarinet Competition에서는 3위, 미국 the Arts Instrumental Competition에서 woodwinds 부문 2위, 2011년, Placido Domingo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LA OPERA 클라리넷 수석 오디션에 최연소로 파이널에 진출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프랑스 루앙 출생의 저명한 클라리넷 연주자 자크 랑슬로(1920∼2009)를 기리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이 콩쿠르는 총 59명이 참가, 총 3명의 연주자가 결선에 진출해 루앙 아트 시어터(Theatre des Arts de Rouen)에서 루앙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장 프랑세의 협주곡과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협연했고, 그 결과 김상윤이 우승한 것이다.
“그 동안 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해 보고자 도전한 콩쿠르였습니다. 결선에서 연주한 장 프랑세의 협주곡은 랑슬로 교수님께 헌정된 곡으로, 클라리네티스트에게, 그리고 오케스트라에게도 너무 힘들어서 거의 연주되지 않는 곡이에요. 어려서부터 이 작품을 좋아했고, 파리고등음악원 졸업 연주회 때 피아노와 함께 연주해 본 적이 있으나 오케스트라와는 그 때 처음 맞춰봤는데 생각보다 더 어렵더라고요. 듣기에는 쉽고 재미있지만 조금이라도 연주 중 실수가 있으면 바로 알 수 있는 곡이지요.”


콩쿠르 기간 동안 파리의 친구 집에 머물며 기차로 1시간 50분이 소요되는 루앙을 오갔던 그는 콩쿠르 기간이 빡빡해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그 결선 무대는 그에게 잊지 못할 최고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현재 학교에 매니지먼트가 있어서 무대 매너 등에 대해서도 훈련을 받으며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웃는 것도 중요하다고 배웠는데, 사실 제가 원래 웃음이 별로 없는 편이에요. 하지만 결선 무대에서는 신기하게도 웃음이 절로 나왔어요. 이렇게 좋은 오케스트라와 멋진 연주회장에서 연주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쁘고, 기분이 좋아서 그랬나 봐요(웃음).”
그는 자크 랑슬로 국제 클라리넷 콩쿠르 우승으로 8,000유로(한화 약 1,2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음반녹음 및 프랑스와 독일에서의 연주 기회를 부상으로 받았다.

앞으로의 활동이 더 기대되는 젊은 연주자
앞서 말했듯이 지금까지 좋은 은사들을 만난 것에 감사하고 행운이라 생각하고 있는 그는, 롤모델로 주저 없이 김동진 선생을 꼽았다.
“한국에서는 저의 유일한 스승님이신데, 얼마 전에 선생님의 연주하시는 모습을 보며 그 연세에도 그렇게 훌륭한 연주를 하실 수 있다는 것에 존경스러웠습니다. 건강하신 모습, 그리고 연륜이 묻어나는 깊이 있는 연주도 좋았거든요. 그만큼 자기 관리를 잘 하셨다는 뜻이니까 멋있으시지요. 저 역시 나이 들어서도 그런 연주자로 남고 싶습니다.”


그에게 있어 클라리넷은 여느 목관 악기보다도 여리고 감성적인 부분을 표현할 수 있으며 소리, 음역의 폭이 넓어 매력적인 악기이다. 그리고 이러한 악기의 매력을 보다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것 역시 그의 바람이다.
“여전히 클래식 음악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이 계신 것 같은데, 저는 청중과 가까운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연주회에서 악장 사이에 박수치는 분을 보며 클래식 음악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연주가 정말 좋았다고 생각하면 박수를 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관객들이 클래식 음악은 무조건 진지하고 숨소리조차 내면 안 된다는 부담감은 내려놓으시고 편하게 연주회장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저도 어떤 무대이든지 의미 있는 프로그램으로 청중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클라리네티스트 김상윤은 금호라이징스타 독주회, 채재일 & 김상윤 클라리넷 콘서트, 코리안 심포니 객원연주, 대관령 국제음악제 객원연주, KT와 함께 하는 토요일 오후의 실내악 연주, 파리 신포니에타 수석객원연주, 예술의전당 가족 음악회 협연을 비롯해, 콜번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의 일원으로 Robert Levin, Ebene quartet, Sir Neville Marriner 등 저명한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에 서고 있다.
또한 2009년 용인시민 장학회로부터 연구 활동비 지원 대상자로 선발된바 있으며, 2011년 ‘권혁주 & 김상윤 21세기 코리아 라이징 스타와 함께’라는 제목으로 신세계 문화홀 3회 공연을 했고, 예술의전당 가족음악축제의 라이징스타 & 유스오케스트라 명협주곡 시리즈에서 협연하기도 했다. 2008년 금호 라이징스타로 선정된 그는 ‘예원·예고를 빛낸 인물’로 수상했으며, 93.1 FM KBS 라디오 ‘한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게 될 21세기 젊은 음악가’로 KBS음악실에 소개되기도 했다.


IRCAM(프랑스 현대음악 앙상블) 일원으로 Salon Vinteuil에서 현대음악을 연주했으며, Michelin 홀, cite universite, cite de la musique에서의 실내악 연주를 비롯해 Theatre des Arts, Rouen, Eglise de Saint Andre de l'Eure, Theatre de l'Eclat, Pont-Audemer 등지에서 Opera de Rouen Haute-Normandie 오케스트라와 장 프랑세의 협주곡과 모차르트의 협주곡을 협연한 그는 Le Grenier de la Mothe, Bailleul Neuville에서 리사이틀을 갖는 등 유럽과 미국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글·배주영 기자 / 사진·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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