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연출가 이범로 / 음악춘추 2012년 4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3. 3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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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이범로
번안 오페라 ‘5월의 왕 노바우’ 연출

 

지난 3월 23일 시작된 제14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번안 오페라 「5월의 왕 노바우」가 4월 13일부터 1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13일 오후 7시 30분, 14일 3시, 7시 30분, 15일 4시).
「5월의 왕 노바우」의 연출을 맡은 이범로(현재 강릉오페라단 예술감독, 한양대 전임강사)는 이 작품에 대한 소개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번 오페라 외에도 연말까지 「리골레토」, 「라 보엠」, 「사랑의 묘약」 등의 연출이 계획되어 있다.


“벤자민 브리튼의 오페라 「앨버트 헤링(Albert Herring)」을 번안한 작품인 「5월의 왕 노바우」는 오페라 중에서는 드물게 한 인물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박수길 선생님께서 번안을 하셨는데, 스토리는 크게 변형시키지 않고 시간과 장소를 1970년대 중후반의 강원도 주문진으로 설정했습니다.”
주인공인 노바우는 홀어머니의 슬하에서 성실히 가게를 운영하며 자란 20대 초반의 청년이다. 그가 살고 있는 동해안 작은 도시에서는 매년 전통적으로 5월의 여왕을 선발하는 5월의 축제를 벌이는데, 5월의 여왕이 될 만한 처녀를 찾지 못한 축제위원회는 대신에 5월의 왕을 선출하기로 한다. 그래서 5월의 왕으로 노바우가 추대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 「앨버트 헤링」이 일부분 발췌되어 공연된 적은 몇 번 있지만 전문 가수들에 의해 전체가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는 이범로는 「5월의 왕 노바우」에 연출가로서 몇 가지 시도를 새롭게 할 예정이다.
“원작이 음악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저는 대사와 음악이 함께 극을 이끌어 가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 활동 영역인 강릉을 알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해서, 오페라의 배경을 그쪽으로 설정했고 사투리도 넣습니다. 오페라에서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이 흔치 않지만 ‘∼드래요’라는 강릉 사투리가 재미있고 구수한 느낌을 주거든요. 그리고 중간에 극을 새로 삽입해 강릉 사투리 보존회원들이 직접 출연해서 사투리로만 극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한국어와 영어는 어순이 다르고 뉘앙스의 차이가 있어 한국 사람이 이해하기 쉽지 않고, 원작인 「앨버트 헤링」의 극중에 스토리가 멈추는 부분이 있는데, 이범로는 이번에 연극적인 연출을 통해 그런 어려움을 보완할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그 동안 오페라 연출을 할 때 가수들에게 동선을 만들어 주고, 그 안에서만 움직이게 했다면 이번에는 배역에 맞는 콘셉트를 정해 대사와 감정 위주로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통적인 방법의 연출을 선호하는 저에게도 일종의 모험이라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시도를 통해 오페라가 관객과 보다 친숙해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덧붙여 그는 “‘오페라’라고 하면 흔히들 대규모 극장에서 화려한 무대와 의상, 오케스트라, 합창이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대형 오페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일부분일 뿐이고 유럽, 미국에서는 소극장 작품도 많이 사랑 받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제14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는 지난 3월 23일 시작되어 「칩과 그의 개 알렉산더, 극장이야기 울엄마 만세」(3월 23일∼25일), 「라이따이한 길월남의 사랑의 묘약」(3월 29일∼4월 1일), 「말즈마우스의 모험, 스타구출작전」(4월 4일∼8일), 「5월의 왕 노바우」(13일∼15일)로 이어진다.


한편, 그가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강릉오페라단은 2010년에 첫 오페라로 「라 보엠」을 무대에 올렸으며, 이후 「사랑의 묘약」, 「굴뚝 청소부 샘」을 공연했다. 지역 문화 예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들은 연 1회의 오페라와 3회의 콘서트를 비롯해 4∼6회의 무료 살롱 콘서트, 가곡 교실, 어린이 영어 오페라 교실도 열고 있다.
“1980년대에는 지방 문화예술이 융성했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의 문화예술이 뒤쳐지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수도권 문화 예술의 뿌리는 지방에 있고, 지방의 문화예술이 발전을 해야 전체가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강릉오페라단의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 곳에 음대가 없고 음악가도 거의 없는데다가 지역의 기업 후원도 여의치 않아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뽕짝만 좋아하시던 분들께서 오페라를 듣기 위해 찾아오시고 감동 받으시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는 오페라를 ‘아주 맛있게 지은 가마솥 쌀밥’에 비유했다. 쌀밥이 처음에는 밋밋한 맛이지만 씹을수록 단맛이 나고 몸에 좋듯, 오페라를 처음 접했을 때 별다른 감흥이 없었더라도 점점 다가갈수록 매력을 느끼게 하는 장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페라를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그저 옆에 두면 자신도 모르게 오페라의 진정한 매력에 물들어 갈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글·배주영 기자/ 사진·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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