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김관동
묵묵히 걸어온 음악인생을 돌아보다
1981년 벨기에 국제 성악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전체 대상을 차지한 한 젊은이가 있었다. 이어 그는 프랑스의 파리 국제 성악콩쿠르에서도 한국인 최초로 남자부 1위에 입상했으며, 비엔나 벨베데레 오페라 가수 콩쿠르 2위, 그리고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뮌헨 국제콩쿠르(ARD)에서 동양인 최초로 성악 남자부 수석을 차지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그가 바로 현재 연세대 음대의 교수로 재직 중인 바리톤 김관동이다.
전세계에 한국인으로서의 위상을 널리 떨쳤으며, 일찍이 세계무대에서 활약, 오페라와 독창회 등 여러 무대에서 편안하고 따뜻한 음색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바리톤 김관동이 올해로 환갑을 맞이했다. 그래서 조금은 더 특별한 마음가짐으로 준비한 그의 독창회가 3월 2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개최된다(피아노: 유영욱-연세대 음대 교수). 이번 무대는 그가 가장 사랑하고, 즐겨 불렀던 가곡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베토벤의 「멀리 있는 연인에게 작품98」, 슈베르트의 「그리움」 외 3곡, 드뷔시의 「만돌린」 외 3곡, 슈만의 「봄의 출발 작품45」 외 2곡, 브람스의 「일요일 아침에」 외 4곡이다.
“환갑(還甲)은 태어난 간지(干支)의 해가 다시 돌아오는 의미있는 해이지요. 그래서 이번 독창회를 통해 그 동안의 인생을 돌아보려는 생각은 있지만 내놓고 하기에는 쑥스럽더라고요. 요즘에는 60세가 대수롭지 않은 나이이고, 제 생각은 아직 20대이니까요(웃음). 그래서 독창회에 60세라는 것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그 동안 즐겨 부른 곡과 새로운 곡을 반씩 모아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독일에서 유학하고 주로 활동했기 때문에 이번 독창회의 프로그램을 독일가곡 위주로 구성했지만 그 중 드뷔시의 작품은 30여 년 전 프랑스 파리 국제 성악콩쿠르에서 그를 1위로 만들어줬던 곡이라 뜻깊다. 당시 그 콩쿠르에서는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을 프로그램에 포함시켜야 해서 그는 드뷔시의 작품들을 택했던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프랑스어가 유창하지 않았기 때문에 드뷔시 외 다른 작품을 수준 높은 곡들로 했는데 현지 언론에서는 그의 드뷔시 노래에 더 호평을 했다고.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지요. 그래서 풀렸던 나사도 다시 한 번 조이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독창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욕심이겠지만, 젊었을 때 했던 노래들이라 그런지 다시금 젊은 소리로 만들어 보고 싶고요. 예전에는 테크닉의 완벽을 추구했지만 지금은 좀더 음악적으로 깊어진 맛이 있을 것이고, 나이 든다는 것이 쇠퇴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무르익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꾸준히 음악가로 활동하는 것은 결국 레퍼토리와의 싸움이기도 하다며, 40대 중·후반까지는 계속해서 새로운 레퍼토리들을 쌓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었을 때 많이 저축해 놓은 것을 나중에 다시 해보면 그 맛이 다르다며, 과거에 했던 작품들을 반복하는 것도 의미있다 생각한다고.
“작년 12월에 부산의 한 갤러리에서 「겨울나그네」를 노래했는데, 수십 번 부른 작품인데도 준비하며 ‘여기 이런 게 있었구나’, ‘보석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작품에 몰입해 노래했다면 이제는 한 발짝 멀리서 보는 느낌이기도 했고요. 인생의 경험들이 음악에 쌓인다는 것이 참 재미있네요.”
오페라 및 여러 음악회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바리톤 김관동은 현재 연세대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무악오페라단의 공연예술감독으로 수준있는 오페라 제작에도 힘쓰고 있다. 무악오페라단은 오는 4월 19일부터 2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나비 부인」을 공연한다.
“독일에 계신 은사님이 지금 96세이신데, 예전에 선생님께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말씀드리니 연주를 계속 할 건지 아닌지를 물으셨어요. 그래서 연주도 할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러면 ‘학생을 가르치기 전에 늘 연습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 말씀을 금과옥조같이 여기며 매일같이 연습을 해왔답니다. 학생들도 연습이라는 것이 배운 것을 답습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연습을 통해 곡의 해석이 달라지고, 세상도 새롭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글·배주영 기자 / 사진·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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