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강형규
‘음악은 인간의 성품에서 기인한다’
15년 동안 유럽전역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바리톤 강형규가 3월 2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바리톤 카를로 강의 초대’라는 부제로 귀국독창회를 갖는다.
슈만, 차이코프스키, 슈트라우스의 예술가곡과 베르디의 아리아를 선보일 이번 무대는 세계를 무대로 한 눈부신 활약으로 각종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아 온 그의 예술세계를 집중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해 3월, 모교인 경희대 성악과 교수로 임용되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내왔던 이탈리아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을 결정한 강형규는 연주활동에 대한 아쉬움도, 자유로운 유럽생활에 대한 그리움도 아직 남아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제가 91학번이니 딱 20년 만인데요. 20년의 시간이 무색할 만큼 학교는 그대로인데 저의 위치만 바뀌어 있네요(웃음). 세계를 다니며 너무나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웠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계속 받아들이기만 하다 보니 제 안에 들인 것들이 고여서 썩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죠. 이제 제가 배운 것들을 학생들에게 흘려 보내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 아래 모교에 몸담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라며 모든 것은 삶의 흐름이기에 아쉬움보다는 감사함이 더 크다고.
그 동안 Vincenzo Bellini 콩쿠르 2위, Mario Basiola 콩쿠르 1위, Maria Callas 콩쿠르 우승 Placido Domingo 2위, Bilbao 1위 등의 수상경력과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일 트로바토레」, 「리골레토」, 「가면무도회」 등의 오페라에서 주역으로 출연하는 등 수많은 활동경력을 가진 베테랑 성악가인 강형규는 학교에서는 학생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각종 스포츠와 게임, 심지어 플레이스테이션방(플스방)까지 함께 하며 무던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은 초보 교수였다.
이어 그의 교육철학에 대한 질문에, 강형규는 방 한 쪽에 자리잡은 칠판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칠판에는 ‘모든 행위는 인간의 성품에서 기인한 것이고, 성품은 생각에서 기인한다’는 글귀가 쓰여있었다.
“다른 악기보다 특히 사람의 목소리에는 본인의 성품이 드러납니다. 또한 그런 성품은 본인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죠. 이러한 생각과 성품에 훈련과 연습을 더하여 비로소 음악, 즉 행위가 완성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음악을 가르치기 보다 음악의 바탕이 되는 성품과 생각을 먼저 올바르게 잡아주고자 합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은사인 이훈 선생의 교수법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는 그는 이훈 선생이 항상 강조했던 ‘음악은 나눔이다’라는 말을 실천하기 위해 젊은 성악가 정호윤·심인성·임채준·손혜수·김문과 앙상블 ‘더 드림’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더 드림’은 저희가 가지고 있는 예술세계에 더하여 함께 만들어 일구어 낸 새로운 것을 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 ‘더 드린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해 8월, ‘더 드림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호주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그들은 두 번째 시리즈로 마련된 강형규의 귀국독창회에 이어 계속해서 연주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2011년, 많은 것이 바뀌어 정신없는 와중에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옳다는 확신보다 열정으로 임했다는 강형규는 20년 후에도 여전히 배울 것이 많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2012년에는 오페라, 독창회 등 자기 개발에도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덧붙여 박순복 교수를 필두로 하여 새롭게 변화될 경희대 성악과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클래식을 전공하는 많은 학생들이 진로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을 안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고민 속에서 한 번쯤은 오로지 자신의 전공에 모든 것을 쏟아보기를 권고합니다. 이런 시간을 거쳐야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자연스럽게 길이 보이게 되죠. 남들의 조언에 따라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기 보다 스스로 그 결정권을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글·박진하 기자 / 사진·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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