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특별대담 - 피아노 교육과 전망 / 음악춘추 2014년 4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4. 5. 2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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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피아노 교육과 전망

 

피아노는 모든 악기들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이며 다재다능한 악기 중의 하나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피아노 교육은 음악 교육에서 가장 기본적인 교육으로 인식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점차 동네 피아노 학원이 감소하고 있는가 하면, 피아노 전공자의 수도 줄어들고 있으며, 전공자들의 진로도 한정적이며 불투명하다. 이에 피아노 인구 감소의 원인을 살펴보고 피아노 교육 방법, 전공자들의 진로 등 피아노 교육의 미래 지향적인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일시: 2014년 3월 17일 11시 30분
장소: 예술의전당 음악당 지하 1층 카페 심포니
진행: 김시형(명지대 음악학부 교수)
패널: 곽진영(『곽샘 피아노』 저자, (사)재능개발연구회 피아노 담당 강사)
 김영숙(가천대 예대 교수)
 김영호(연세대 음대 교수)

 김재은(서울예고 교사)

 

김시형_ 『음악춘추』의 특별대담은 일년 동안 진행될 예정으로, 이번이 그 두 번째 자리입니다. 오늘 저희는 피아노 전공자에게만이 아니라 음악계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피아노 교육과 전망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다뤄볼 것입니다.
가장 먼저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것은, 피아노를 전공하신 선생님들께서도 체감을 하고 계실 텐데, 피아노 전공자만이 아니라 비전공자에 대한 교육의 기회가 줄고 있다는 점입니다. 언론에도 보도되듯, 피아노를 배우는 학생 수가 줄어 동네 피아노 학원 수가 감소하고, 피아노과 정원도 축소되고 있잖아요. 현재 서울예고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계시는 김재은 선생님부터 이러한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피아노 인구 감소 원인
김재은_ 현재 예고에서 근무하고 있다 보니 피아노 전공 지원자 수의 감소를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예원학교 제1회 졸업생인데, 제가 예원학교에 재학하던 당시 음악과 미술 전공생을 모두 합해서 두 반이 있었고, 피아노 전공생이 50퍼센트에 육박하는 56명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또한 제가 서울예고에서 공부하던 시절 피아노 전공생 수도 100명이 넘었는데 매년 그 수가 줄어서 올해부터는 50명을 선발합니다. 2007년부터 따졌을 때 25퍼센트가 감소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한 분들 중 음대 교수님으로 재직 중인 분들도 계시지만, 음대들도 피아노과의 정원을 줄이는 추세이고, 그 이유는 마찬가지로 피아노과에 지원하는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지요.
과거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에는 예술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었지만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딸을 낳으면 피아노를 시키는 문화가 생겼습니다. 당시 부모님 세대에서는 딸이 피아노를 전공하면 시집을 잘 가거나, 풍요로운 삶을 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막상 졸업부터 유학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지만 피아노 전공으로 가질 수 있는 직업이 적은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유럽,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부모님들이 자녀가 피아노를 전공했을 경우 ‘피아니스트가 되어야 성공한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은 극소수이고, 피아노를 전공한 후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적기 때문에 피아노를 전공하는 인구가

자꾸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김시형_ 다른 의견이 있으신가요?

 

곽진영_ 피아노 학원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요즘 학부모들이 교육에 대해 갖고 있는 주제가 예전과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요즘에는 영어 교육이 대세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운 경험이 있는 어머니가 지금의 학부모가 되었는데, 본인이 체르니 30번, 40번까지 배웠어도 현재 그 실력이 남아 있지 않은 거예요. 그런데 지금 영어는 본인 세대가 잘 배우지 못했던 것이고,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면 어느 정도 실력이 느는 것 같으니까 계속 교육시키는 듯합니다.

 

김시형_ 피아노 전공자 감소는 물론 피아노를 취미로 배우는 학생들의 수도 감소했다는 것이지요. 두 분 말씀을 종합해 보자면 우리나라가 문화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을 때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이라면 당연히 피아노를 구입했고, 피아노가 일종의 가구처럼 집안에 있던 시절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사교육에 대한 인식이 변했고, 예술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는 말씀이시네요.

 

곽진영_ 현재의 학부모 세대들에게 과거 경험한 피아노 교육이 좋은 교육이 아니었기에 그 소중함을 놓쳤고,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다른 교육 쪽에 관심을 갖고 전환한 것 같습니다.

 

김시형_ 네. 그리고 저는 피아노 교육이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는 초·중·고등학교에서의 음악 교육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전공한 학생들이 교사자격증을 취득해도 일할 수 있는 중·고등학교의 교사 자리가 별로 없으니까요.

 

김영호_ 저는 사실 오늘날의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가난했던 시절, 서양음악을 동경할 때 음악을 하면 자신도 선진화되고, 신분이 상승하는 듯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직업을 가진 여성이 많지 않았기에 피아노를 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고, 나중에 시집도 잘 가는 것에 만족할 수 있었지요. 그 때는 대학의 수가 늘어나던 때라 많은 교수를 필요로 했기에, 당시 피아노를 공부하면 교수직을 얻기가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교수직이 포화상태가 되었고, 실제 연주자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우리나라의 문화 수준이 그렇게 많은 전문 연주자를 감당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고요. 그렇기 때문에 피아노 인구가 줄고 있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인 듯합니다.

 

피아노 교육의 저변 확대
김시형_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저변 확대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재 피아노 페다고지 교육에 힘쓰고 계시는 김영숙 교수님이 말씀해 주시지요.

 

김영숙_ 오늘 이 자리에서 정확한 답을 구하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일단 우리나라 피아노계가 현재 겪는 과정이 서양음악의 본원지인 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서양음악을 제2의 음악으로 도입한 나라는 다 겪은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도 이러한 과정을 확실히 겪었고요. 미국을 유럽과는 다른 색깔로 서양음악을 제도적으로 받아들인 나라라고 본다면, 미국의 음악은 유럽과 다른 색깔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반 음악 교육과 전공자를 위한 특수 교육을 분리해서 실시하고 있지만, 미국도 우리나라와 같은 문제를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영호_ 1970년에는 대학에서 배출한 수많은 피아노 전공자들이 특별히 뛰어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면 자기 생계를 책임지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학에서 배출해 내는 피아노 전공자의 수가 많아져 포화상태가 된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음악 교육이 요즘 영어 교육처럼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즉, 외국에서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음악을 기본적으로 공부하잖아요. 물론 외국 학생들이 기본적인 소양으로 음악을 배운다는 것은 단지 작품을 연주할 수 있는 기술적인 측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듣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좋은 교육, 좋은 사회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음악가, 피아니스트가 되는 교육을 할 것이 아니라 외국과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숙_ 네. 문화예술 정신 세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의 음악을 재발견하는 교육이 이뤄져야겠습니다.

 

김재은_ 맞물려서 저 역시 같은 생각인데, 오늘날 자본주의, 물질 만능주의에 살고 있는 우리의 정신문화를 높이기 위해 ‘1인 1악기’를 실시하자는 것입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잘하는 운동이 있으면 가산점을 받는 것처럼요. 실제로 민사고는 1인 1악기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피아노 학원에서도 가르치는 방법, 인식이 변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어려서 피아노 학원에 가면 처음부터 경쟁을 경험하고, 피아니스트가 된다는 전제 하에 선생님들이 지도하니까 학생들이 금방 질려버려요.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금방 콩쿠르에 나가고, 학부모들은 자녀의 입상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하지요. 외국에서 자신의 전공이 있으면서 정신 문화 계발을 위해 음악은 취미로 간직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변해야 합니다.
그리고 예를 들어 러시아의 경우, 피아노를 처음에는 악보 없이 가르친다고 합니다. 친구와 싸웠을 때의 느낌, 아름다운 나비가 날아가는 소리를 피아노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식이지요. 곽진영 선생님께서 직접 만드신 교재를 보니 반가운데요, 이 교재처럼 삽화를 보고 어린 학생들이 피아노에 거부 반응을 갖지 않고, 피아노가 감정을 표출하는 하나의 장난감처럼 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피아노가 더 이상 겁나는, 경쟁을 통해 싸워 나가야 하는 무기가 아니라 자신의 정서 함양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겠지요. 그리고 이를 위해 기존의 음악가들이 앞장서서 변화시켜 나가야겠고요.

 

김시형_ 현재 피아노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과도기로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에 동의하시는군요. 새로운 교재가 개발되고 교육방법이 형성되면 이 시장이 조금씩 넓어지지 않겠냐는 희망적인 생각을 갖고 계시는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그러면 직접 교재를 개발하신 곽 선생님께서는 어떤 목표를 갖고 접근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곽진영_ 저는 어린시절의 음악 교육이 가치 있기 때문에 꼭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반인들의 인식에는 피아노 학원은 잘못 가르치고, 개인 레슨은 조금 낫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피아노 학원에서 배워서 실력을 망쳤다”는 말을 하는데, 일부 피아노 학원들이 방음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시끄럽고, 음악을 음악답게 가르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요. 그리고 아이들의 습득 능력이 정말 뛰어나기 때문에 피아노를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은데, 피아노 학원의 경우 아직 글을 배우지 못한 아이가 오면 계이름 같은 것을 글로 쓸 수가 없으니 나중에 다시 오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요.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렸을 때 음악을 배우면 나중에 본인이 음악가가 되지 않더라도 음악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들었을 때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샌드위치’에 비유해 형식을 설명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샌드위치의 아래 빵은 A, 햄은 B, 치즈는 C, 위에 빵은 A’, 그리고 빵에 뿌려진 검은 깨는 코다라고 알려준 후 다양한 형식에 대입해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처음에 나왔던 빵(A)이 또 나오면(A’) 곡이 끝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음악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감상할 수도 있으며, 어떻게 그 곡이 끝날지 관심을 가질 수 있지요.
김재은 선생님께서 러시아에서는 처음에 악보 없이 피아노를 배운다고 하셨는데, 제가 만든 교재도 그렇습니다. 이 교재에서는 CD가 중요해요. 어렸을 때 익힌 사투리가 평생 가는 것, 그리고 영어를 배울 때 CD를 들으며 공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아이들은 어릴 때 들은 것을 스폰지처럼 흡수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교재와 CD를 통해 피아노를 처음 배울 때부터 음정, 리듬, 강약 등을 모두 들으며 배우도록 했습니다. 저희 세대가 배웠던 것과 다른, 오히려 거꾸로 된 책을 만든 것이지요. 피아노 선생님들 중 가장 나쁜 선생님은 학생이 새로운 곡을 배울 때 무작정 치게 하는 선생님이고, 조금 좋은 선생님은 왼손과 오른손을 따로 치게 하는 선생님, 그리고 가장 좋은 선생님은 먼저 들려주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동안 현장에서 많은 학생을 지도했고, 예전에 20명에 가까운 제자들이 금호 영재로 선발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도한 학생들 중 피아노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좌뇌와 우뇌가 골고루 발달한 성공적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저의 이 메소드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교재를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저의 메소드로 지도하고 있는 학원을 대전에서 운영 중이고요.
그런데 출판사 사장님께서 이 책을 보시더니 좋은 교재인 것은 확실하지만, 기존의 피아노 선생님들이 지금까지 해온 익숙한 교재, 방법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려고 하지 새로운 것을 공부하려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사실 피아노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요. 다들 교육자가 아닌 연주자가 되는 법을 배웠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올바른 피아노 지도를 위해서는 교사 교육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저의 레슨 방법을 배우기 원하는 분들이 있다면 지도해 왔습니다.

 

김영호_ 국내 상위권에 속하는 음대를 졸업했다 해도 학생시절 연주자가 되는 훈련만 중점적으로 받았기 때문에 학원을 개원해도 어린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무리가 있지요.

 

김시형_ 곽진영 선생님께서는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며 실질적으로 경험하신 것을 교재로 만들어 내셨고 교육도 하고 계시는데, 과거와 다른 방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피아노 학원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인 듯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다녔던 피아노 학원을 떠올리면 공장같았는데 말이지요(웃음).
제 아이들은 ‘피아노 에그(egg)’라는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이는 뮤직인큐베이터 연구소, 서울문화재단이 함께 하는 곳입니다. 기존의 피아노 학원과는 다른 교육을 하고 있고, 어린 학생들이 단지 피아노만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자작곡을 연주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학원의 재미있는 점은 음악 전공자인 학부모들의 자녀들이 많이 수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어렸을 때 음악을 배워본 전공자들이 자신들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지도하는 그 학원의 교육 방법이 좋다는 생각에 택한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김영숙_ 그 곳은 저희 학교 출신들이 운영 중인 곳인데, 그 학원을 아는 분을 이 자리에서 뵈니 놀랍네요. 그 학원이 지금처럼 자리잡기까지 몇 년간 무척 고생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요즘에는 서울과 지방이 아니라 서울 안에서도 동네에 따라 피아노 교육의 편차가 큽니다. 아직도 기존의

피아노 학원 스타일로 운영해도 잘되는 곳이 있다고는 해요. 이는 사실 학부모들의 교육 수준과도 연관이 있고요.

 

김시형_ 앞으로의 피아노 교육은 특수 교육에서 보편 인재 양성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대학에서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지요.

 

김재은_ 맞습니다. 피아노 전공자의 숫자는 줄어들지만 예술 교육의 저변은 더 확대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적인 인식도 필요하지요. 교육부가 2017학년도 수능부터 한국사를 수능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 것처럼 말이지요. 체육은 이미 고등학교에서 수업 단위 수 조정이 대폭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 음악은 여전히 필수가 아닌 선택이고, 먼 훗날 중·고등학교를 묶어 권역별로 방과후 교사가 지도하게 될 조짐도 있습니다. 음악가들도 아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음악 수업이 필수여야 한다는 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입니다. 

 

김시형_ 네. 사담이지만 저는 대입학력고사 세대인데, 예체능계 시험에 음악이론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즉, 그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음악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김재은 선생님 말씀처럼 음악가들도 음악 교육 정책에 깊이 관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곽진영_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 철학자들은 음악을 중요시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세종대왕이 음악을 담당하는 관습도감이라는 관청을 설치한 후 박연에게 아악을 정리하게 하셨죠. 그리고 악기를 개량하고 악보도 정비했고요. 그만큼 음악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고, 그 중에서도 피아노 교육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발란스브레인 센터’라는 곳도 있는데, 우뇌가 발달한 사람은 좌뇌를, 좌뇌가 발달한 사람은 우뇌가 발달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굳이 그런 곳에 가지 않더라도 피아노는 양 손을 모두 쓰는 악기이기 때문에 피아노를 치면 좌뇌와 우뇌를 골고루 발달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악기들을 배우기 전에 피아노를 먼저 배우는 것도 큰 도움이 되고요. 현악 선생님들도 피아노를 익히고 현악기를 배우러 온 학생들은 음정을 다 알고 오기 때문에 지도하기 좋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김재은_ 저는 1990년대에 서울예고에서 근무하다가 미국에서 유학한 후 다시 복직했는데, 유학 시절 인상깊었던 교육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이는 뉴욕 주립대 근처에 뉴욕시에서 운영하는 카운티 뮤직 센터입니다. 그 센터 수강생들은 자신의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된 레슨비를 내고, 지역 대학의 교수, 대학원생에게 수업을 받습니다.
서울시에서 무상 급식을 실시해 음악에 대한 예산이 많이 줄었어요. 무상 급식이 필요하긴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의 자녀에게까지 무상 급식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구립, 시립 문화센터를 만들고, 수강생에게 소득에 따라서 레슨비를 받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선택적 복지’로 접근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프랑스의 경우에는 월, 화, 목, 금요일만 학교에 가고 수요일에는 공립 예술학교인 콘서바토리 같은 곳에 별도로 등록해서 음악, 미술 등 자신이 원하는 예술 분야를 배운다고 합니다. 그렇게 예술을 접한 프랑스 국민과 한국 국민들의 삶은 문화예술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겠지요.
그리고 저는 서울시 교육청의 영재 교육에도 참여해 봤는데, 이는 서울시 교육청에서 수업료를 지불하고 학생들은 무료로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교육도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끝났는데, 음악은 잠깐 배운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런 단발성 교육은 문제가 있습니다.


 

정리_배주영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4년 4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진행: 김시형(명지대 음악학부 교수)

 김영호(연세대 음대 교수)

  김영숙(가천대 예대 교수)

 김재은(서울예고 교사)

 곽진영(『곽샘 피아노』 저자, (사)재능개발연구회 피아노 담당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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