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특별대담< 동시대의 클래식 작곡가들의 활동에 대하여 > - 김시형, 이인식 / 음악춘 2015년 12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6. 8. 9. 15:10

2015년 12월호 월간 음악춘추 특별 대담

< 동시대의 클래식 작곡가들의 활동에 대하여 >


일  시: 2015년 11월 12일 오후 5시 

장  소: 예술의전당 지하1층 심포니 카페

진  행: 김시형(명지대 음악학부 교수)

패  널: 이인식(성신여자대학교 작곡과 교수)


주  제:

1. 동시대 작곡가들의 활동의 범위 

2. 동시대 작곡가들의 작품 유통 및 소비를 위한 시장 필요

3. 동시대 작곡가들의 자신만의 정체성 확립

4. 클래식 작곡계를 위한 미래 발전적 제안


김시형_ 작년에는 주제를 가지고 그룹토의를 했다면 올해는 일대일의 대담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일대일 대담의 마지막입니다. 좋은 이야기보다는 경종을 울리자는 취지로 하고 있습니다. 클래식의 문제점이 지면으로 나가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에 관해 말씀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제목은‘동시대의 클래식 작곡가들의 활동에 대하여’입니다. 이인식 선생님께서는 작곡가협회, 창악회, 개인발표회 등 많은 활동을 하시고 계시는데 동시대적작곡가들의 활동범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셨는지 말씀해주세요.


이인식_ 우리나라에서 작곡의 활동은 초기, 대학을 중심으로, 또 학교에 계시는 분들이 구성한 학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여러 국가의 다양한 교육시스템에서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축적한 작곡가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그들 역시 다양한 표현의 스펙트럼이 생겨나고, 또 작곡계보다 더 빠르게 증가한 연주계의 창작 작품에 대한 다양한 수요 역시 늘어나면서, 다양한 작곡가들의 활동이 가능해진 것 같습니다. 그 외 국가나 지방자치관청의 문화지원도 충분치는 않으나 새로운 수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시형_ 한국의 연주자들이 작품을 연주하고 나서 그 작품이 연주 이후에 다시 재연되지 않습니다. 지금 선생님이 말씀하신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작곡가는 결국 연주자들의 입맛에 맞는 작곡가들이라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한 번 물꼬를 튼 사람은 또 그 사람들과 계속 활동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음악계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인식_ 뒤에서도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우리의 이런 작품들을 동시대인들에게 들려줘야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분명 21세기에는 기존과는 다른 연주형태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학교, 학회 중심의 작품경향에 머물러있던 작곡가들이 연주자와 청중의 기호 또는 선호도를 새로운 고려대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매우 큰 변화로, 활기를 잃고 있던 우리 작곡계에 상당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김시형_ 다양성도 있어야 하고요. 하지만 아직까지도 작곡 콩쿠르에 올라가는 곡들을 보더라도 획일화되어 있는데 마치 순수클래식 작곡활동의 범위가 제한 되어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봅니다. 


이인식_ 그간 많은 작곡가들이 대학교수를 중심으로 구성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선배 작곡가, 후배작곡가 또 제자 작곡가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대학에서는 연구자 입장의 작품이 많이 발표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한 대학교수로 구성이 된 학회에서 많이 발표 되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김시형_ 그렇다면 학교중심에서 어느 범위로 움직이는 게 더 좋을 거라고 생각을 하시는지요. 


이인식_ 학교중심의 작곡의 활동범위가 신진작곡가들, 작곡에 새로 진입하는 작곡가들에게 그 어떤 것을 보여주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기들의 작품을 듣는 청중을 확보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유학을 같이 했던 연주자들 아니면 연주자가 있는 지역이 있겠죠. 굳이 서울에서 돌파구를 찾지 않고 지방에서도 돌파구를 찾는 경우도 보여줍니다. 어떻게 보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기간 아카데미즘이 득세를 할 수 있었겠지만, (특히 우리나라처럼 서양예술이 문화적 기반과 불균형적으로 도입되어 교육기관에만 의지해 연명해온 경우에는 더욱이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하는 욕구나 표현 등 예술의 본질을 외면할 수는 없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작곡가 스스로 즐거움, 열정이 생기지 않죠. 


김시형_ 선생님은 학회와 학교 중심에 있었던 분이시기도 하지만 요즘 최근의 행보에서는 지극히 개인적으로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고 작품을 쓰고 계십니다. 또 다른 어떠한 음악시장을 개척했다고도 저는 생각합니다. 두 활동범위를 다 경험해보신 결과 장·단점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면 후배작곡가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인식_ 이 답변은 지극히 사적인‘어느 작곡가의 고백’정도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는데요, 작곡가와 그들의 지인만으로 채워진 청중을 보며 회의하기도 했고, 또 연주자와 또는 청중과의 괴리감에 깊은 고민에도 빠져보며, 제 가치관이 요구하는‘이인식의 소리’를 찾으려 노력했고 그런 과정에서 많은 기쁨을 얻은 것 같습니다. 물론 이제는 어느 정도 제 곡을 사랑해주는 팬들도 확보되었지요. 장단점을 논하기보다‘선택’이 수반되어야하는 음악에 대한‘소신 또는 가치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시형_ 저는 학회중심의 작곡발표회보다는 개인적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의 음악회를 보러 다니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클래식 작곡계의 문제는 연주가 끝나고 그 어느 누구도 다시 들을 생각을 안 하고 연주도 다시 재연되지 않습니다. 특히 학회중심의 연주회나 업적 위주의 연주회가 되었을 때 그런 문제가 생깁니다. 클래식에서 작품을 통해 우리가 금전적으로 이익을 따질 순 없겠지만 무언가 얻어지고 다시 재투자가 될 수 있는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인식_ ‘재연’에 관한 문제도 결국 작곡가들이 연주자나 청중과의 소통을 고려한다면, 쉽게 긍정적인 사이클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음악역사는 그 언제도 변함없이 연주자와 청중이 자신들이 원하는 작품을 연주하고 들으며 만들어지고 있으니까요. 현실적인 문제를 거론하자면,‘국가나 지방자치관청의 문화지원’이 초연에만 창작지원을 우선 한다는 사실이 거듭된‘재연’으로 이루어 가야할 우리 창작계의 미래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재연’에 대한 인식이‘이미 만든 작품 재활용하기’정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문제겠죠 .


김시형_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 문화융성의 날이기 때문에 많은 콘서트가 이뤄지고 있지만 일반적인 작품들이 많고 창작품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관계자분들에게 창작품은 안하냐고 물어보면 “여기는 제대로 된 음악회장이 아니고 한국작품을 고르려 해봐도 소비성향에 맞지 않는 작품이 너무 많아서 못한다”고 했습니다. 여러 시장을 어우를 수 있는 작품의 관점을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인식_ 우리 작곡가들이 우리의 정서, 문화를 담은 곡들을 꾸준히 창작하고, 전반적인 문화적 인식도 우리 작곡가들의 창작 작품에 가치를 부여할 만큼 성숙해진다면, 그야말로 생산-유통-소비 형태의 클래식 음악시장이 자리 잡게 되겠지요. 무엇보다 창작-연주가 어떤 형태, 규모의 무대에서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그 결과, 청중과의 교감으로 이어져야겠습니다. 


김시형_ 저도 곡을 써보면 막상 대중들이 좋아하는 곡은 또 다른 느낌을 갖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봤습니다. 우리가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솔직히 저는 유통이 되고 소비가 되려면 콘텐츠가 꽤 많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인식_ 맞습니다. 많은 시기동안 대학 교수 중심의 작곡형태였지만 지금은 우리가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어서 거기에 우리는 생각과 반응을 예민하게 나타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예전의 방법대로 그 날 연주를 하고 청중들만 듣고 마는 형태가 아니라요. 그러기에는 생산자나 유통자의 노고가 많이 들어가고 그 결과는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용이 많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런 점도 생각해본다면 하나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콘텐츠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기존 형태의 음악작품들로 이미 복합적인 자극에 익숙해진 청중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우니까요. 그러나 콘텐츠는 여러 분야가 함께 공동 작업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음악과 음악 외적인 것을 가미해야하니까요. 혼자 하는 작업에 익숙한 작곡가들에게는 어려운 일이죠.  혼자 오롯이 기획하고 음악을 만드는 저의 경우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죠. 그 외 콘텐츠를 만들어도 단발성 공연은 발생한 비용조차 회수하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문제점도 안고 있습니다.   


김시형_ 그러면 결국에는 생산·유통·소비가 되기 위해서는 작곡가들의 정신세계가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선생님께서도 워낙 고민도 많이 하셨지만 이제는 선생님만의 작품 세계로 들어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정체성 확립은 어떻게 얘기 해야 할까요.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이인식_ 오랜 시간 동안에 형성된 것을 우리의 한 마디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학교중심의 연구가적 중심의 배움에서 출발하는 작곡에서 크게 놓친 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다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경험과 개성이 다릅니다. 저의 학창시절이나 유학시절을 생각해보면 배우고 경쟁하려고만 했던 것이 앞섰던 것 같아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40대 중반에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하고자 작품발표회를 해마다 열어오고 있습니다. 자화자찬이 될까 우려스럽지만 올해, 성신여대 작곡가의 졸업연주회는 그 어느 때와 달리 각 학생들의 개성을 살린 작품들로 채워졌습니다. 정말 보람 있고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이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은 학생들에게 내용을 넣는, 즉 콘텐츠로 활용 될 작품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함께 모색 할 것입니다. 


김시형_ 5년 전만해도 졸업연주회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획일화되어 있었고 지도 선생님의 영향으로 가고 있는 연주회였지요. 사회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이 클래식 작곡시장에는 굉장히 넓은 곳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작곡을 공부한 학생들이 이 큰 시장에 가서 전혀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4년 동안 갇혀 있던 교육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체성을 놓치기도 합니다. 물론 학생이니까 방향을 잡고 가르쳐야 하지만 학생들의 개별성이나 정체성, 다양성에 대한 요구를 받아 들였어야 하는데 말이죠.


이인식_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을 선택할 때, 명문대학을 고집하기보다 자신이 쓰고 싶어 하는 스타일의 곡을 함께 쓸 작곡과 교수가 있는 대학에 지원하는, 그런 시대가 올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 무의미한 학벌, 스펙 파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김시형_ 요즘 20대들은 굉장히 개성이 강하고 자기의 의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과 상담을 해보면 저희 선생님이 이렇게 하지 말라고 했어요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이인식_ 예전에는 더 심했고요. 다행인건 요즘 들어서 젊은 작곡가 분들이 자기의 개성적인 연구를 통해서 자기 작품의 색깔을 띠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을 했다면 요즘은 당당하게 활동을 하지요. 게다가 SNS의 영향으로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빠른 정보화의 세상에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작곡과 학생들은 개성적인 작품 활동을 하는 선생님들에게 관심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김시형_ 그러한 변화가 있다면 클래식음악에서도 저작권이라는 시장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인식_ 우리의 권리를 비용 면에서도 찾게 되기까지는,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작곡가가 청중과의 거리를 좁혀야 할 것입니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거리가 좁혀졌다면 자연스레 작곡가들도 청중들의 선호에 맞춰 작품을 쓰게 되겠죠. 그럼 저작권을 거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선생님께서 63개의 디지털앨범을 내셨는데 누구보다 앞서 나가시니, 그 행보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청중들의 시선이 주목되면 드디어 저작권이 그 능력을 발휘하게 되겠습니다. 


김시형_ 음악을 통해 생계와 생존이 이뤄줘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야기를 한다면 정말 작품만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클래식에서 유료관객수가 의미는 없겠지만 유료관객수에 따른 저작권료라던지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많습니다. 그 안에서 나타나는 작품에 따른 분배문제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인식_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어떠한 생태계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작곡을 하는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구조의 생태계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대중음악을 좋아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자기만의 개성이 있는 음악을 찾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것이 꼭 순수클래식음악이 아니더라도요. 하지만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선호가 예측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조금씩은 변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서 예로 들었던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5년, 6년 전부터 자유롭게 곡쓰는 것을 강조해 왔는데 그런 거에 대한 결실을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의 제자들한테는 좋아하는 음악을 쓰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20세기의 음악기법을 가져오던 새로운 어떤 형태의 것을 가져와서 자기들이 좋아하는 음악으로 표현을 하더라고요. 누구나 자신의 소리를 낼 수 있고 이를 사랑하는 청중이 모이는 구조가 구축된다면, 어쩌면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 조차도 자신의 소리를 찾아 자유로운 곡 쓰기가 가능할 때 가능할 것 입니다. 


김시형_ 결국에는 가장 가까운 내 주변의 사람들부터 아니면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청중들이 내 음악을 좋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인식_ 저는 음악을 듣고 마음속으로 상상해서 음악이 자연스럽게 귀에 들어온다면 그것도 역시 감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상상의 행위가 된다면 저는 그것은 음악을 듣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김시형_ 항상 저는 작곡가로서 보편성을 추구해야 하나 독창성을 추구해야 하나 항상 고민을 합니다. 지금 선생님의 말씀으로 보면 보편성도 무시 못 한다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이인식_ 네, 그 문제는 모든 작곡가, 아니 모든 예술가의 공통된 고민거리일 것입니다. 그 문제를 칸트의 말을 인용하여 설명해 보겠습니다. 임마뉴엘 칸트는 ‘음악은 무목적성에 의한 합목적성’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니까 무목적성이란 음악을 들었다면 합목적성-내 마음속에 뭔가 그려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음악이 ‘상상하기’가 가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김시형_ 그 층과 부류가 선택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보편성이 생겨야 하는 거죠. 


이인식_ 그렇습니다. ‘상상하기’가 가능한 작곡,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우리 작곡가들이 애쓰고 노력해야 할 방향입니다.


김시형_ 어떤 하나의 목적이 된다는 칸트의 말은 젊은 작곡가들이 한 번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인식_ 물론 음악의 정의는 칸트 외에도 많은 학자들이 언급하였습니다. 심지어 누구나 음악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칸트의 말대로 추상적인 음들이 그 자체로만 존재하기 어렵단 생각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우리의 삶과 또는 인문학적인 어떤 것과 결부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음악으로만 홀로 존재할 수는 없단 말이죠.


김시형_ 결국 책상위의 악보로써의 음악도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 음악일 수는 있겠네요. 


이인식_ 많은 다양성 중에 하나가 될 수 있겠죠. 


김시형_ 음악은 우리가 만든 또 하나의 언어이지만 그 언어를 누군가 소통은 해야 합니다. 우리가 얘기 했던 것을 가지고 미래발전적 제안을 끝으로 대담을 마치려 합니다.


이인식_ 아까 다양성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다양성에 대해 너무 소홀히 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다양성은 좁은 의미의 다양성입니다. 좀 더 다양성을 넓히자는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두 번째는 과감하게 틀을 깨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사실 우리도 과거의 틀이 계속가면 편하고 좋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정말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틀에 제자들 후배들을 보고 오라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그들에게는 불안하겠지만 틀을 깨야 합니다. 도전적으로 나아가봐야 한다고 봅니다. 그들보고 앞장서서 가라는 것 보다는 우리가 먼저 앞장서서 틀을 깨고 그 결과를 후배들이나 제자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기존의 시스템을 놓고 따라오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그래서 당연히 다양할 수밖에 없어 생겨난 ‘다양성’을 인정하고, 추구하자는 제안입니다. 그것도‘세대 간의 갈등’이 이 시대를 일컫는 말이 되었는데 오히려 우리가 후배들, 제자들의 앞에서 ‘다양성’을 인정해주고 용기를 북 돋우는 역할을 해 나가자는 말입니다. 

김시형_ 시스템 속에서의 평가기준보다는 세상을 향한 평가기준을 만들어서 그 틀이 아닌 다방면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씀이시네요. 


이인식_ 마지막으로 드리는 말씀은 작곡가는‘작품’으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음속에 담긴 말들이 음악이 되도록 말입니다. 그 길에 승부를 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작곡가일 겁니다.


김시형_ 음악으로 작품을 써서 이만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또한 제시가 될 것 같습니다.


이인식_ 어떤 방향으로 묵묵히 가다보면, 그 길을 따르는 자가 생겨나지 않을까요. 


김시형_ 오늘 선생님의 말씀을 듣다 보니 우리 작곡가들이 나아갈 길은 다양성에 맞는 작품을 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인 것 같습니다.


이인식_ 누구의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시형_ 세상은 단번에 바뀌지 않습니다. 학생들에게 항상 말을 합니다. 오늘 내일 0.1프로만 바뀌어도 성공이라고요. 이인식 선생님 나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리_김수현기자.  사진_김문기 부장.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5년 12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이인식(성신여자대학교 작곡과 교수), 김시형(명지대 음악학부 교수)




김시형(명지대 음악학부 교수)


인식(성신여자대학교 작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