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관악교육의 현재와 전망
2014년 8월 19일 오전 11시
예술의 전당 지하 심포니카페
사회 / 김시형(명지대 음악학부 교수)
패널 / 이한돈(강원대 명예교수, 지휘자)
고광설(클라리네티스트)
이홍규(충청대 교수, 플루티스트)
김운성(숙명여대 교수, 트롬보니스)
관악교육 인구의 저변 확대와 교육 기회의 확대 필요성
김시형_ 음악춘추는 지난 몇 개월 전부터 음악계의 현 실태를 파악하고자 현장에 계신 분들의 목소리를 직접 빌어 지면에 싣는 대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관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그 분야에서 일하고 계시는 선생님들을 한 자리에 모셨습니다. 지휘와 성악, 피아노, 현악, 작곡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와 다르게 또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우선, 현재 우리나라의 관악교육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을 어떤 것이라고 인식하고 계신지 궁금해집니다. 다른 악기들에 비해 비전공자들이 쉽게 관악을 접하기도 어려운 동시에 피아노처럼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기에도 다소 무리가 있는 듯 보입니다.
이한돈_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관악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관악 전공자라고 해서 다들 본인이 하는 악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이러한 문제는 더 나아가서 음악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다고 느껴지게끔 만들어 버립니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피아노의 경우, 언제 어디서든 배울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이 매우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관악은 정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관악을 배울 수 있는 환경과 더불어 악기를 접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들이 모두 관악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전공하거나 혹은 전공하지 않더라도, 관악이 조화의 능력과 협동정신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음악적 경험을 겪도록 추구한다는 인식을 가지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광설_ 이한돈 교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덧붙이자면, 저는 관악 교육의 저변확대를 위해 처음부터 목표를 크게 가지고 움직이는 것보다는 차분하게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반인들의 관악계에 대한 인식 자체가 아직 너무나 낮기 때문에 이를 좀 더 높일 수 있도록 연주자와 교육자들이 노력하는 길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하루 빨리 체계적인 방안을 만들어서 실행으로 옮기려는 것에만 포커스를 맞춘다면 문제는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어떤 문제이든지 장기적인 시간과 인내심이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저는 관악에 대한 인식의 필요성을 위해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시형_ 두 분의 말씀을 들어보니 관악에 대한 교육이 상당히 불완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나라로,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교육에 힘을 쏟습니다. 초등학생들이 다니는 음악학원만 가더라도 피아노는 기본이며,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를 배우기도 하고, 플루트와 클라리넷 정도까지 배우는 아이들도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관악은 여전히 찾아보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인 것 같은데요. 이런 점도 문제이지만, 관악을 배우고 전공한 사람들조차도 무대에 설 기회에 한계가 있어 다양한 연주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고광설_ 네 맞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이제는 음악학원들에서도 피아노 외의 악기들을 많이 가르칩니다. 현악기에 이어 목관악기를 가르치기 위한 교육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이에 맞추어서 이제는 금관악기까지도 쉽게 가르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많이 만들도록 하자라는 말처럼 어려운 말도 없는 것 같습니다.
김시형_ 그렇다면 관악기들 중 가장 대중적인 플루트의 경우는 어떠한가요? 지금 이러한 이야기들을 들으셨을 때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홍규_ 사실 다른 악기들에 비해 플루트는 상황이 매우 양호한 편입니다. 플루트의 경우 악기를 접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 악보를 보는 방법도 다른 악기들에 비해 쉽기 때문에 학생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다른 관악들에 비하면 자리를 많이 잡은 축에 속하지만,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엔 국내에서 플루트를 배우는 환경도 많이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초등학교의 방과 후 학습을 통해 다른 악기들을 배울 수 있도록 연계를 시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시형_ 방과 후 학습과 연계라,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요. 그렇다면 보통 일반적으로 관악은 어느 연령대에 배우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인가요?
이한돈_ 관악을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 초등학생 때 본인도 모르게 제일 먼저 접하게 되는 악기들 중에 바로 리코더가 있습니다. 관악기는 악기도 비싸고, 불기도 힘들기 때문에 멀리하는 경향이 있지만, 초등학교에서 리코더를 배우면서부터 관악을 일찌감치 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고학년 음악과정으로 가면, 알토 리코더까지 등장하여 음악 시간에 합주를 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요즘 아이들의 관악의 시작은 리코더인 셈이지요. 리코더를 배우는 단계를 지나고 나서야 플루트, 클라리넷 등을 알게 되며 음악 교육이 퍼져나가는 것 같습니다.
김시형_ 이한돈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연령대는 초등학생이 적당한 것 같다는 말씀이신 건가요?
이한돈_ 요즘은 똑똑한 학생들이 많아서 초등학생인데도 실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단계에서 아이들을 잘 키워나가면 관악기를 다루는 능력도 금방 향상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관악을 하는 인구도 자연스레 증가하겠지요. 더불어 앞서 언급되었지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광설_ 저도 최근에 유투브에서 본 영상이 하나 있는데요. 여덟 살짜리 꼬마 아이가 클라리넷으로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는데, 기대 이상으로 연주를 잘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관악에 대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어린 아이들도 충분히 관악을 다루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홍규_ 플루트의 경우에는 그러한 인식이 잡힌 지가 이미 오래 되었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배우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플루트를 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김시형_ 관악기를 일찍부터 배운다는 것에 금관악기까지도 전부 가능하다고 보시는 건가요?
이홍규_ 네, 그렇습니다.
김시형_ 초등학생인 제 딸이 학교에서 오케스트라를 하고 있는데, 다들 현악기에만 관심이 있어서 관악기는 인원이 많이 모자란다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관악의 경우에는 고학년 학생들이 후배들의 공연을 도와주는 식으로 되어 자기들보다 나이가 더 많다고 했었습니다. 선생님들의 말씀으로는 어린아이들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는 것이군요.
이한돈_ 음악을 배우는 것에 있어서 나이보다는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바탕이 되었는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1970년대만 해도 음악을 가르치려는 학부모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부모님 본인들이 어렸을 때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자식들에게 시켜 대리만족을 하기 위해서가 가장 큰 이유였었죠. 내 아이가 음악을 잘하건 못하건 일단 시키고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음악을 처음 배울 때의 동기가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음악을 시켜야 하는 이유나 목표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시키다보니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고광설_ 요즘에는 우리나라가 경제적, 문화적으로 여건들이 좋아졌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자녀의 감수성이나 정서적 함양을 위해서 음악교육을 기본적으로 많이 시키려고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입시와 상관이 없다는 이유로 그 시간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관악이 설 자리는 매우 열악하다고 봐야겠죠.
악기 현황과 교육에 관한 문제
김시형_ 교수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니 관악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관악기의 경우에는 어떻게 구입하여 배울 수 있나요?
고광설_ 시중에 유아용으로 악기들이 많이 개발이 되어 있는 편입니다. 목관 악기의 경우 금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시장이 넓고요. 악기들이 연령대에 맞게 개조가 되어 있어서 구입에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러한 악기들을 직접 만들기보다는 수입을 해서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에서 다소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
이한돈_ 맞습니다. 1970년대에만 해도 개조된 관악기들이 많이 생산됐었습니다. 근방에 있는 일본을 보면, 그 당시 일본정부에서 악기 개발에 1억 엔 가까이를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 1억 엔이면 정말 어마어마한 액수죠. 일본의 야마하가 현재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발판에 이러한 지원이 있었다고 이해하시면 쉬울 겁니다. 일본은 일찍이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등 모든 악기들에 그만큼 투자도 했고, 해외의 유명한 악기들을 전부 가져다 오랜 시간 동안 연구도 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선 상황인 셈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러한 일본을 따라 하려다가 중간에 멈춰버린 것 같은 느낌이고요.
김시형_ 그렇다면 악기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 조금 상황이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김운성 교수님께서 보시기에 관악계의 저변 확대와 비전공자 간의 연계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김운성_ 관악 중에서도 특히 금관은 가르치는 방법과 배우는 방법이 많이 다릅니다. 꼭 전공자에 한해서가 아니더라도 여러 학술회의를 통해 이를 잘 설명하고 나눠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과거에 미국과 일본은 유럽에 비하여 관악기를 만드는 방법, 연주의 기술적 방법, 예술적 기능 등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편이었지만, 근래에 들어 이 두 나라들은 현재 세계적인 악기 제조국으로 발돋움했으며 훌륭한 연주가들까지 배출해내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방법을 잘 찾았던 덕분이었겠지요. 저는 그 발판이 전문적인 학술회의를 통하여 과학적인 연습방법과 현명한 교육법을 서로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시형_ 관악에 대한 학술회의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신 거군요. 현악기의 경우 연주 단체를 중심으로 학술회의가 이루어지곤 하는데, 관악의 경우는 학술모임이 어떻게 구성되나요?
김운성_ 주로 개인 클래스 위주로 운영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을 벗어나 큰 그림을 놓고 보았을 때, 통일성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관악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합니다.
고광설_ 김운성 교수님의 말씀은 학술회의, 연구를 통해 관악을 가르치는 방법들을 통일시키자는 것인데, 제가 생각해도 이것이 참 중요한 문제라고 보입니다. 우리나라 악기 연주자 개개인의 기량이 매우 뛰어나지만 앙상블을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연주자들마다 주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악기를 부는 소리 자체가 하나가 되지 못하고 색깔이 제각각 달라지다 보니 앙상블이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김시형_ 두 분의 말씀은 관악에 있어 일반적으로 정해진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것이군요. 플루트의 경우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도 더 체계적으로 되어 있나요?
이홍규_ 플루트는 일찍부터 다양한 작업들이 있어 왔습니다. 플루트연주학회, 교육자협회 등 여러 학술모임들이 기존에 이미 많이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연주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플루트는 악기가 저렴한 것부터 비싼 것까지 종류도 다양하게 있어서 접하기가 쉽다는 이점 덕분에 많은 인구를 가질 수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더 먼저 발견하여 해결점을 찾은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김시형_ 플루트는 개인지도와 그룹지도 모두에 용이하기 때문에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편했을 것 같습니다.
이홍규_ 현재 제가 회장으로 있는 플루트교육자협회는 해외의 유명한 연주자들을 1년에 4~6명 가량 초청을 하여 연주도 듣고, 학생들에게는 마스터 클래스를 제공하고, 협회 회원들은 주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작품에 대해 분석도 하고 주법도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김시형_ 그것이 바로 플루트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군요. 클라리넷도 인식이 많이 바뀌어 성장하고 있는 추세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클라리넷을 배우면 색소폰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꽤 생기면서, 특히나 아마추어들에게 붐이 일었던 것 같은데, 이 말이 맞는 것인가요?
고광설_ 네, 맞습니다. 색소폰의 경우도 전문적으로 교육이 필요한 악기입니다. 색소폰이 매스컴에 자주 노출이 되면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을 보면, 다양한 관악기들을 방송매체를 통해 소개하는 교육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클라리넷도 마찬가지로 교육에 문제가 많습니다. 각자 자기 스타일대로 가르치다 보니 교육이 엉터리가 되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악기의 전달, 공급 단계까지는 원활한데 교육에서 문제가 많이 생긴다는 걸 현장에서 느끼고 있고요. 이는 굉장히 위험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김시형_ 교육에 대한 문제점이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한돈 교수님께서는 지휘를 전공하셨는데, 지휘나 오보에, 바순 등 몇몇 악기들은 처음 시작했던 전공을 끝까지 안고 가는 경우가 많아서 그 시작이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한돈_ 사람들도 제각각 성격이 다르듯이 악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타고난 성격과 악기가 갖고 있는 성격이 결합되어 하나의 사람이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아이들도 악기를 배우려고 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소리에 끌리기 마련입니다. 강제적으로 악기를 강요하기보다는 본인이 좋아하는 소리가 나는 악기를 접할 수 있도록 하여 호기심을 갖게 하고, 직접 악기를 고를 수 있도록 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악기 박물관 같은 것을 만들어서 대중성을 갖추는 것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동안 이러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악기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갖기 어려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직접 보고 만지는 것이 어린이들에게 가장 큰 경험이라는 점을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김운성_ 바순처럼 악기가 고가인 경우 아이들은 구경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주로 플루트, 트럼펫처럼 보급형 모델이 존재하는 저렴한 악기들에 눈이 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지요. 또한 악기의 가격과 더불어 배우는 것 자체도 비싸고 어렵습니다. 여기에 심지어 부모가 시켜서 억지로 악기를 하게 된 경우라면, 아이가 음악을 할 동기를 잃어버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한돈 교수님의 말씀대로 본인이 진심으로 그 악기를 좋아해서 배우는 것이라면 그 과정에서 겪는 힘든 일들조차도 모두 행복으로 생각하며 열심히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시형_ 트롬본의 경우는 어떠한가요?
김운성_ 트롬본의 가격은 그 정도로 비싸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인 상황에 속합니다. 그런데 요즘 금관악기의 또 다른 문제는 여학생들이 진학을 목적으로 배우다 보니 여성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잘하는 여학생들도 많지만 이들이 모두 진정으로 음악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수능 성적으로는 소위 일류 대학을 갈 수가 없기 때문에 뒤늦게 악기를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동기유발이 중요한 문제인데, 사람들이 이를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광설_ 말씀하신 대로 여학생들이 관악을 전공하는 추세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학생들은 전문적인 연주자로 성장하며 직업을 가지려는 것에 비해, 여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다가도 결혼을 한 이후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부분 음악을 놓아버리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습니다.
김시형_ 좋은 연주자들이 될 원석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상 빛을 발하기도 전에 사라지는 것이군요. 작곡가의 입장에서도 연주자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김운성_ 여학생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이유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음악계의 치열한 경쟁도 한몫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학생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이 매우 부족한 것 같습니다. 교육적 측면과 연관 짓자면, 학생이 열심히 노력하여 대학에 진학은 했는데, 그들의 재능을 더욱 발전시키고 유도해줄 수 있는 교육방법을 비롯한 총체적인 우리나라의 음악교육이 올바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론적이고 합리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연습을 하도록 하며 검증된 정확한 방법으로 가르쳐야 하는데, 그러한 정보가 미처 누적되지 못한 상태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김시형_ 제가 작곡가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특히 관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이론수업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연주는 굉장히 잘하고 개인적으로 테크닉도 높은 데 비해 이론이 아주 약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이한돈_ 김시형 교수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저는 이것을 입시 관악은 있지만 일반 관악은 없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대학에 들어오기 위한 곡만 연습하고 나면 그 이후에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 막막해진다는 것입니다. 제가 진심으로 주장하고 싶은 것은, 실기에는 반드시 이론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원리로 어떻게 소리를 냈으며, 마무리를 어떻게 했느냐가 중요한 것인데, 이에 대한 중요성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런 동기 부여 없이 악기를 배우고, 음악에 대한 진실을 모른 채 연주를 하는 학생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고광설_ 맞습니다. 저는 김운성 교수님의 말씀에 덧붙이고 싶습니다. 제가 금관 5중주를 지도하면서 텅잉에 대해 여러 가지 주법을 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멤버들이 모두 배운 방법도 다르고, 각자의 스타일을 굽히지 않아서 매우 난감했었습니다. 앙상블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입니다. 관악이라는 것이 몸을 울려서 연주를 하다 보니, 유독 개인차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연주자들이 자기주장을 잘 굽히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연주를 하는 방법에 있어 통일된 매뉴얼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진전이 없는 것이지요. 이렇게 놓고 보면 사실 학생들보다도 지도자의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됩니다.
김시형_ 관악은 자신이 연주하는 몸 안에서 나오는 호흡으로 연주가 되는데, 호흡량이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군요.
김운성_ 현악의 경우, 기존에 연구된 서적도 많고, 누적된 노하우라든지 매뉴얼과 여러 방안들이 있는 덕분에 다른 악기들보다도 훨씬 높은 레벨에 있습니다. 관악도 분야별로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요.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무엇보다도 검증된 방안이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것을 가지고 교육을 하면 문제가 발생할 일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시형_ 그렇군요. 오늘 이러한 대화를 통해 앞으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지도교안 같은 것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광설_ 맞습니다. 우리나라는 좋은 앙상블이 많이 생기기만을 바랄 뿐, 어떻게 그런 앙상블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마치 월드컵 축구경기를 보면서 이기기만을 바라고 어떤 방안으로 헤쳐 나갈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김운성_ 또한 관악 연주자들이 스스로 너무 자기 소리에만 심취하고, 다른 사람의 소리에는 귀담아 듣지 않는 솔로음악 중심의 사회적 환경도 문제일 것입니다.
앙상블 연주자로서 특성화된 교육 필요
이한돈_ 교수님들의 말씀을 듣다 보니, 우리나라의 관악교육에 개인 레슨과 앙상블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장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관악에 대한 교육이 한쪽으로만 치우쳤다고 하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개인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서양음악은 화성음악입니다.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이루어지면서 음정이나 음감들을 앙상블을 통해 배우는 것이고요. 그래서 개인 레슨과 앙상블 교육 모두가 동등하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시형_ 플루트는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의 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나요?
이홍규_ 저희 협회의 경우, 주관하고 있는 콩쿠르가 있는데, 그 안에서 개인분야, 앙상블 분야로 세분화가 되어 있습니다. 다른 콩쿠르들도 마찬가지로 이미 분야가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플루트는 다양하게 배우고 설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많습니다.
고광설_ 학교 커리큘럼을 보면 개인 레슨 시간과 앙상블 시간이 악기별로 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저는 커리큘럼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 학교가 과연 몇이나 있는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교육 문제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이 바로 커리큘럼의 개선인 것 같습니다. 개선이 어렵다면 이행이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기반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빨리 졸업을 하기 위해 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김시형_ 금관의 경우는 어떠한가요?
김운성_ 우리나라의 금관 앙상블 수업을 보면 자신의 소리와 상대방 연주자의 소리를 모두 듣고 이를 서로 융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사실상 시간적으로 제한이 있기 때문에 원활하게 이루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외부에서 보았을 때 앙상블 수업이 있다라는 정도일 뿐,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앙상블 수업도 길어야 두세 시간에 불과하고, 그 과목을 신청한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20명이 넘어가니,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힘든 상황인 거죠. 효과적으로 지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터무니없이 모자라는 것입니다.
김시형_ 학교의 커리큘럼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또다시 느끼게 됩니다.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면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에서 멀어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운성_ 대학교와는 달리, 고등학교에서 앙상블 지도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사치라고 생각합니다. 네다섯 명이 함께 모여야 연주를 할 수 있는 것인데, 학생들이 그것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그 시기의 학생들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보다 솔로로서 콩쿠르에서 우승하거나 입시곡을 익히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앙상블을 유도하려면 입시곡의 수준을 굉장히 낮춰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입시곡들을 보면 외국인들이 깜짝 놀라한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그만큼 입시곡 자체가 너무 어렵고 학생들로 하여금 테크닉에 스트레스를 받게 만든다는 것이지요.
고광설_ 저는 기성 연주자가 하는 작품을 어린 나이에 시켜서 단기간에 최고의 경지에 오르도록 만들려는 우리나라의 성향 때문에 그러한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악기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갑자기 소나타나 콘체르토를 시키는 꼴입니다.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질이 앙상블을 원하지 않고, 솔로로 주목받고 연주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리_김주형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4년 9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사회 / 김시형(명지대 음악학부 교수)
이한돈(강원대 명예교수,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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