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작곡가 이승환
작곡의 새로운 젊은 영재 세계로 나아가다
한국의 피아노, 성악, 현악의 영재들이 외국으로 나아가 자신의 분야에서 활약하고 이름을 알리는 일이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그런데 작곡, 관악 등 음악 전 분야에서 한국의 영재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미국의 권위 있는 예술영재 대회인 2015 Young Arts Competition에서 우승을 거머쥔 한국의 한 젊은 작곡가가 우리의 눈길을 끈다. 그의 이름은 이승환이다. 이번에 선정된 그의 곡 현악사중주 1번이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National Young Arts Week의 New World Center에서 연주될 예정이다. 앞으로도 작곡에서 한국 영재들의 활약을 기대하며 젊은 작곡가 이승환의 인터뷰를 이번호의 커버스토리로 만들어 보았다.
2015 Young Arts Competition
2015 Young Arts Competition은 National Young Arts Foundation에서 매년 15∼18세의 예술가 중에서 음악, 문학, 디자인에 재능 있는 다음 세대의 예술가를 뽑아 지원하는 대회입니다. 미국의 11,000명의 청소년 아티스트들이 지원해서 그중에서 극소수만 우승자로 뽑히는 대회입니다. 그래서 미국 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보다 나이 어린 친구들도 있고 저보다 나이가 많은 친구들도 있는데, 그 친구들과 함께 지원을 하였고 그 중에서 뽑혔다는게 저에게는 큰 의미가 있고 영광스러운 자리입니다. 또한 저의 가능성이나 실력을 알아볼 수 있었던 참 좋은 대회였던 것 같습니다. Young Arts Competition의 우승자들 모두 Miami에 초대되어 9일 동안 함께 지내며 마스터클래스와 공연을 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요. 이번 Young Arts Competition을 통해 저와 함께 미래의 클래식 음악계를 이끌어나갈 많은 인재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Young Arts Week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고, 책임감을 갖고 미래의 청중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음악가가 되기 위해 성실히 노력해야겠다고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였습니다.
미국 Young Arts Competition에서 수상한 작품 3개의 디베르티멘토
제목이 현악사중주를 위한 3개의 디베르티멘토(Tre Divertimenti per Quartetto d'archi)입니다. 곡은 총 3악장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이 곡을 쓸 때 저는 고전적인 모습과 현대적인 모습을 결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과 여러 가지 시도를 하였습니다. 가끔은 어릴 적에 들었던 음악이 저도 모르게 저 자신만의 음악으로 나올 때가 있습니다. 1악장에서는 어렸을 때 뉴질랜드에서 보았던 마오리족의 전통춤에 대한 기억이 저도 모르게 음악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2악장에서는 어두운 방안에서 램프 하나 켜고, 할머니께서 저에게 옛날이야기를 해주셨던 기억을 이미지로 표현하였습니다. 그래서 2악장에서는 할머니와 제가 대화하는 모습을 음악에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제목을 3개의 디베르티멘토라고 지었습니다. 말 그대로 재미있는, 흥미로운 그런 뜻입니다. 즐거웠던 어릴 때의 기억을 작곡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이 음악을 들으면서 재미있고 즐거운 상상을 했으면 하는 바람 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방황 했던 시간들이 디베르티멘토를 통해 소화가 된 것 같은 뻥 뚫리게 되는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해서 많이 애착이 가는 것 같습니다.
클라리넷과 현악 4중주를 위한 로망스
이 작품은 제게 의미가 있는 곡입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뒤 2년 동안의 방황 끝에 처음으로 쓰게 된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기나긴 음악적인 방황 끝에 결국 쓰게 된 <로망스>는 결국 한국에서 주로 배웠던 전통적인 조성음악의 어법을 바탕으로 작곡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곡을 통해 저는 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곡에 제목 그대로 사랑의 감정과, 유학 생활에서 느꼈던 외로움, 그리고 힘들었던 감정들을 많이 담을 수 있었습니다. <클라리넷과 현악 4중주를 위한 로망스>와 <현악 4중주를 위한 세 개의 디베르티멘토> 두 곡 모두 오푸스(www.opuscorp.org)에서 출판되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제 음악을 듣고 제가 느꼈던 감정들을 함께 공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클래식 음악에 빠지다
초등학생 시절을 저는 비틀즈, 이글스 등과 같은 그룹들의 팝송을 즐기며 보냈습니다. 그러다 제가 결정적으로 클래식 음악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은 작곡 공부를 시작하게 된 중학교 1학년 때입니다. <샤인>이라는 영화를 통해 저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듣게 되었고, 그 음악의 매력에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여러 작품들을 들어보고, 또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을 접하면서 클래식음악의 매력 속에 서서히 빠져들게 된 것 같습니다. 작곡가들이 곡을 왜 이렇게 쓰게 되었을까 호기심이 일어났습니다. 클래식 음악은 알면 알게 될수록 저를 더욱 빠져들게 만드는 마치 마법 같은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접하게 된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6번은 아직도 저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남아있습니다.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과 삶을 통해 저는 예술이라는 것이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것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들으며 클래식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작곡을 시작하게 된 동기
4살부터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음악, 미술에도 관심이 많았고 운동도 정말 좋아했습니다. 4살 때 부모님과 함께 록밴드 들국화의 콘서트를 보러갔습니다. 저는 기타리스트의 연주에 매료되었고, 공연이 끝난 후 부모님께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4살짜리 아이에겐 기타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셨는지, 부모님은 제가 바이올린을 배울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4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고 제가 7살이 되던 해에는 누나가 피아노를 배우는 모습을 보며 피아노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오로지 모차르트, 바흐만을 연주하던 바이올린과는 다르게 피아노는 많은 장르의 음악을 접하고, 즐길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하루 종일 빌리 조엘, 엘튼 존과 같은 외국 가수들의 음악을 피아노로 연주하며 노래하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음악을 취미로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장래희망이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내 주변에 항상 가까이 있었던 게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니 음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음악에 집중해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선화예술고등학교
선화예술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은 제게 너무나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짧은 시간 이였지만 정말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미래에 음악계를 이끌어나갈 재능 있는 많은 친구들과 함께 지내며 더없이 좋은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선화예술고등학교에 재학하고 있을 때 저는 음악과 극을 결합시키는 형태의 예술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 관심을 바탕으로, 어릴 적 인상 깊게 읽었던 그림책인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단편극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마지막 장면>이라는 제목의 음악극 형태로 10분정도의 곡을 작곡하였습니다. 많은 친구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선화예술고등학교 최고 연주자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소년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고도 더 이상은 줄 것이 없어서 안타까워하는 나무의 헌신적인 사랑과 마침내 그 사랑을 깨닫는 늙은 소년의 이야기를 내용으로 담았습니다.
작곡으로 유학
중학교 때 작곡을 시작하게 된 다음 선화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많은 것을 배웠지만 저는 항상 제 자신에게 스스로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좀 더 원하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았고, 그것을 찾기 위해 유학을 선택하게 된 것 같습니다. 유학을 통해 더욱 더 다양한 음악적인 경험을 하고 새로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음악은 보고 듣고 느끼고 그러면서 배울 수 있는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학교를 알아보고 유학을 결심하였습니다.
미국 Interlochen Arts Academy 에 입학하게 된 동기
Interlochen Arts Academy는 제가 어린 시절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멘토 역할을 해주신 피아니스트 최소영 선생님께서 제가 유학을 통해 배우고자하는 것들을 모두 찾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추천 해주신 곳이었습니다. 오스트리아나 독일 등 유럽에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또 미국의 여러 가지 학교들도 알아보았지만 결국엔 최소영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Interlochen Arts Academy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입학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Interlochen에는 음악 뿐만 아니라 미술, 무용, 연극, 영화, 문학 등 다양한 형태의 예술과가 있어서 다방면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작곡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예술을 접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Interlochen은 저에게 예술가로서의 시각을 넓혀준 소중한 장소였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영국의 유서 깊은 교육기관인 길드홀음악연극학교와 영국왕립음악대학(Royal College of music)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했는데 그 까닭
음악을 배우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음악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좋은 음악적인 환경을 갖춘 곳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런던이라는 도시는 London Symphony Orchestra,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등 세계 최정상급의 오케스트라들과 연주단체들이 있는 도시이고 매일 훌륭한 연주자들이 모여서 연주를 하는 곳입니다. 이런 곳에서 음악을 배우면 정말 많은 것을 경험하고 흡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런던을 선택하게 된 것 같습니다. 영국왕립음악대학(Royal College of music)은 Benjamin Britten, Vaughan Williams, Gustav Holst와 같은 어릴 적부터 제가 정말 존경하는 작곡가들과 Colin Davis나 Roger Norrington같은 훌륭한 지휘자들이 공부하던 곳이었습니다. 또한 길드홀음악연극학교(Guildhall School of Music and Drama)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훌륭한 연주자들이 많이 공부하고 있는 학교이고, 선화예술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음악과 극을 결합시키는 형태의 예술에 정말 관심이 많았는데, 그 관심을 더욱 깊게 파헤쳐볼 수 있는 곳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 학교에서도 제 잠재력이나 재능을 감사하게도 알아봐주셔서 장학금을 받고 입학하게 된 것 같습니다.
류재준 작곡가와 만남
류재준 선생님을 만나기 전의 Interlochen 생활에 대해 말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Interlochen에 처음 갔을 때 저는 음악적으로 많은 방황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교육 방식과 너무나 자유롭게 음악을 쓸 수 있는 환경은 오히려 저를 미궁 속으로 빠뜨렸습니다. 그런 탓에 유학을 떠난 뒤 2년 동안 한 곡도 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2년 동안 기본에 충실한 음악을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음악을 많이 접했고,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음악들을 공부했습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Penderecki선생님과 류재준 선생님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고 류재준 선생님의 음악을 인상 깊게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류재준 선생님과 한번 대화해보고 싶다‘ 고 생각하였습니다. 지인을 통해 류재준 선생님의 연락처를 알게 되었고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류재준 선생님은 몇 가지 질문을 하셨고 떨리는 마음에 충분한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류재준 선생님은 만족하지 못하셨는지 다른 선생님을 알아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후 몇 차례 연락이 오가면서 오기가 생겼고, 1년 후 기본에 충실한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서 선생님께 배울 수 있는 자격이 되었을 때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말에 선생님은 한번 만나보자는 말과 함께 제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글_김수현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5년 2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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