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작곡가 박준영 / 음악춘추 2018년 5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9. 5. 2. 21:22

춘추초대 / 작곡가 박준영

60년의 발자취를 간직한 창악회

 

국내 창작계에서 가장 장수한 단체, 창악회가 60주년을 맞아 ‘New Beginning’이라는 주제로 5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59, 10일 오후 8시 일신홀, 51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발표회를 개최한다.

작품발표회를 통해 1000여 곡 이상의 창작곡을 초연한 창악회는 1978년부터 작곡콩쿠르를 개최하여, 많은 우수신인 작곡가를 발굴하는 한편,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창작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관객들이 이해하는 음악이 좋은 음악이다.’라고 말하는 창악회 회장, 작곡가 박준영을 만나 창악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창립 60주년을 맞이하여 소감 및 의미를 말씀해주세요.

창악회는 지금보다 열악했던, 58년도에 설립되었습니다. 그동안 창작음악을 위해 무언가를 해온 것만으로도 뿌듯함을 느낍니다.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변화 속에 순수예술이 좁아지고 있는 오늘날, 창악회는 60년간 창작음악계를 이끌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 서양음악이 전해진 100여 년의 역사 속에서 60년의 발자취는 매우 뜻 깊습니다. 예술가의 자유로운 표현의 장으로서, 사회 구성원의 폭넓은 참여의 장으로서, 미래지향적 가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를 배출한 창악회

창악회는 그동안 많은 선배 예술가들의 노력으로 오늘날의 순수예술, 창작음악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958년 창립 이후, 작품 발표회, 작품집 출간, 작곡 콩쿠르, 작곡 캠프 등을 인해 많은 신인 작곡가들에게 예술가의 꿈을 심어주었으며, 국제 교류를 통해 우리나라 창작음악을 외국에 소개하였습니다. 회원들은 대한민국 작곡상, 프랑스문화예술 훈장, 중앙일보 문화상(장려상)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또한, 한국 창작음악계의 발전에 대한 공로가 인정되어 서울특별시 문화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창악회가 추구하는 방향

한 사람이 비전을 만들어 회원들이 따라가는 것은 옛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순수예술은 그 시대의 거울입니다. 작곡가들은 스스로 가치를 창출해야 하며, ‘우리 시대를 잘 반영하는 작품들이 나오는지’, ‘이 곡이 우리 시대를 대변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발전해오고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예술적, 사회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연구할 것입니다. 앞으로 많은 연구와 문화 운동을 통해, 현대음악을 알리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회원과 구성원들의 많은 희생과 헌신이 필요합니다.

 

오늘날, 예술가들이 해야 할 일

60년 전, 순수음악만 있었던 시절, 관객들은 예술 음악을 지금보다 더 좋게 보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음악이 아니더라도 멀티미디어로 문화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심각하게 예술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날의 예술에는 '현대'라는 단어가 붙어있습니다. 음악은 낯설지 않은데, '현대'라는 단어가 붙으면 사람들은 어려워합니다. 현대는 지금 현재 일어나는 일, 미래적인 일을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음악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작곡가들은 현대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200~300년 전에 한 음악은 그 당시를 표현한 음악입니다. 현대 예술가들은 현대를 알고, 내부의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합니다. 요즘 작곡가들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찾지 않고, 선진국의 아름다움을 찾습니다. 우리의 내부의 아름다움을 찾아야 세계와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곡가들은 사명감으로 창작음악을 준비해야 합니다.

 

작곡가들과 작곡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학생들은 작곡할 때,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술은 기능이 아니라 주장입니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주장이 훌륭하면 예술이 됩니다. 우리가 아는 곡들도 주장이 훌륭하여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입니다. 좋은 기술로 작곡하는 것도 좋지만, 곡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신념을 잃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고 싶습니다. 교육현장에 있다 보면, 학생들은 힘든 일을 회피하려 합니다. 나 자신이 발전하고, 개발되고자 한다면, 땀 흘려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 창작예술계에서 제일 부족한 것이 희생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슈베르트는 그 당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무명 작곡가였습니다. 그러나 주옥같은 곡들을 묵묵히 써냈습니다. 학생들은 희생정신과 신념을 갖고 작곡을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음악이란?

연주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관객들이 이해한다면, 그 연주자는 좋은 음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관객들 또한 곡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관에 있는 작품에 대해 알고 싶으면, 사람들은 작품 옆에 있는 설명글을 읽습니다. 이처럼 관객들은 클래식 음악에 대해 공부하여 연주자가 어떠한 이야기를 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와 더불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작음악계에 대한 생각, 바라는 점

작곡가들은 좋은 위치에 가려는 생각만 하고, 남에 대한 배려와 환경을 개선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창작음악계가 힘든 것 같습니다. 작곡은 많은 사람이 듣는 음악을 만드는 것입니다. 음악가들은 이기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서로 배려를 하며, 서로의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관객들 또한 현대음악을 관심 있게 들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

우선 60주년을 맞이하여 발표회를 개최할 것입니다. 58, 9일에 개최된 정기발표회 I, II에서는 새로움이 향하는 방향성’, ‘새로움을 위한 도구라는 주제로 연주할 것이며, 510, 11일에는 독일 앙상블 Ensemble MAM(Manufaktur für Aktuelle Musik)를 초청하여 국제교류연주회 I, II가 열릴 것입니다. 또 창악회는 세미나를 토론식으로 열고 있습니다. 서로 비평하는 분위기와 새로운 작곡가를 발굴하는 것이 창악회의 역할입니다. 또한, 저는 학교에 몸담고 있기에, 학생들이 좋은 작곡가, 좋은 음악인이 될 수 있도록 교육에도 매진하고자 합니다.

 

창악회는 지난 60년간 창작음악계의 발전을 위해 창작곡을 꾸준히 발표하였다. 앞으로 어떠한 현대음악을 발표할지 기대가 된다.

  

작곡가 박준영

현재 창악회 회장인 박준영은 2014년부터 재임하였다. 서울대 음대 작곡과를 거쳐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작곡과를 졸업한 그는 현재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_ 구수진 기자/ 사진_ 김문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