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초대
소준영 총감독
한국 뮤지컬의 내면적 발전을 위한 생각
한국의 대형 뮤지컬들이 우후죽순처럼 무대에 올라가고 내려온다. 또한 대학로 소극장에서도 꾸준히 창작 뮤지컬들이 무대에 올려 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연시장은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를 거치며 주춤하고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로스트 가든」의 총감독인 소준영 감독을 만나서 그의 이야기와 공연예술에 대한 날카로운 그의 생각을 들을수 있었다.
***공연예술 뮤지컬과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십시오.
저는 작곡을 공부했고 공연예술의 역사가 깊은 서울예술대학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뮤지컬 작품을 만드는데 갖춰야 할 제 자신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뮤지컬을 연출하는데 필요한 각 파트의 경험을 여러 훌륭한 교수님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다는 건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드라마 센터는 여러 면에서 매우 실험적인 극장이라 새로운 경험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학생들의 창의적인 발상은 항상 저를 자극했고 많은 의미에서 그들은 제게 가르침을 준 스승이었습니다.
또한 이 무렵 무대예술전문인 자격검정위원으로 위촉되었던 기간, 그러니까 제도 실행 초기 4~5년(90년대 말~2000년대 초) 동안 전국의 극장 스텝들과 교류하면서 공연계의 인프라가 갖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점은 제가 뮤지컬을 제작하고 연출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연 뮤지컬을 창작하고 공연 활동을 하는 동안 관련된 모든 사람의 생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습니다. 국내 공연 시장의 ‘크기’가 수많은 작품의 경제적인 성공을 모두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어떻게 제가 창작하게 될 뮤지컬로 더 큰 외국 시장으로 다가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외국 시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작품을 영어로 써야 하는 문제, 그리고 연기자들이 영어로 연주하는 문제 등 생각해야 할 점들이 많았습니다.
***자신의 대표작에 대해서 어떻게 기획하고 작곡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2006년 「노트르담 드 파리」라는 프랑스 뮤지컬의 한국 버전 제작 제안을 받았는데 그때 저는 정든 교육 현장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품을 제작하는 인생을 위한 세 단계의 발전 구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수입 작품을 경험해보는 것이었고 그다음은 외국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창작하는 것이었으며, 마지막 단계는 한국의 스토리를 뮤지컬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발전 단계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떻게 외국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가?”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2007-2008년 「노트르담 드 파리」의 전국 투어를 하는 동안 이 공연을 이미 본 관객 중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이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지 문의해오는 것을 보며 저는 처음으로 ‘아이들을 위한 큰 규모의 공연’을 만들고 싶은 욕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방학이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무엇을 할까?”라는 고민을 해보신 분들은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어린아이들이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데려갈 수 있는 곳들이 우리 주변에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노트르담 드 파리」 역시 연령 제한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열려있지 않았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던 제게 투어를 같이 하던 감독님께서 오스카 와일드의 「욕심쟁이 거인」이란 작품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A4 용지로 4페이지에 불과한 이 작품은 첫눈에 제 마음을 사로잡았고, 바로 각색을 하기 시작한 저는 이 작품을 2009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무대디자인 엑스포의 공모작으로 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제안이 채택되고 이 작품은 26개 참가국의 무대 예술가들이 제출한 아이디어 개발을 거치며 긴 항해의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2년에 걸친 각색 과정을 거쳐 제 막내아들이 태어나는 감동 속에서 이 뮤지컬의 첫 곡을 쓰게 되었고 이렇게 한 개의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로스트 가든」이라 명명되었고 2013년 2만 명을 수용하는 상하이의 벤츠 아레나에서 초연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국 뮤지컬이 어떻게 해야 더 발전할 수 있을지 말씀해주십시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뮤지컬은 태생부터 일반 사람들이 오페라에 비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뮤지컬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19세기 유렵의 벌레스크(burlesque)나 오페레테(operette)는 사람들에게 당시 유행하고 있는 이야기나 음악을 쉽게 인용하고 풍자하며 비평하는 과정에서 웃음을 선사하고 재미를 유발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의 마당극의 시도도 비슷한 동기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뮤지컬의 태동기를 살펴보면 “앞으로 국내의 뮤지컬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내 뮤지컬 시장의 크기와 수익구조를 생각하면 작품의 크기가 작아져야 하고 작은 무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작은 수익을 얻는 구조의 뮤지컬들이 성공해야 한국 뮤지컬이 내면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외형적으로는 대형 수입 뮤지컬에 익숙해진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작은 형태의 뮤지컬이 다가가기란 참 힘들다고 봅니다. 그러기에 국내에서 창작되는 작품의 크기가 덩달아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몸집이 커서 수익문제가 해결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해결책은 시장의 규모에 맞는 작품의 규모로 제작이 이뤄지던지 아니면 작품의 규모에 맞는 시장을 개척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클래식을 공부한 음악가들이 어떻게 하면 뮤지컬과 공존, 발전 할 수 있는지 선생님의 생각을 말씀해주십시오.
뮤지컬이 오페라로부터 발전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일부 계시지만 뮤지컬은 오히려 오페라에 반해서 생겼다고 보는 편이 더 맞습니다. 그래서 유럽의 나이 지긋한 연출가 중에는 아직도 뮤지컬 오디션에 성악가가 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경향이 국내 뮤지컬계에도 많이 퍼져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를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장르가 중요하지 않고 그 사람이 얼마나 잘 하는가에 의해 듣는 사람의 감동은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뮤지컬을 만드는 것이 예술 행위라고만 생각할 수 없듯이 뮤지컬에 관계하는 사람들이 다 예술가들은 아닙니다. 이 사람들은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고 다양한 목적을 갖고 작품에 관계하고 있기 때문에 편견이나 오해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뮤지컬계에만 있지 않고 클래식 음악계에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존, 발전하려면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구성원들이 공존하길 원해야하고 발전하길 원해야 합니다. 공존하려면 ‘나’를 내려놔야하고 발전하려면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예술가가 갖춰야할 덕목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예술가는 때로는 자기가 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믿어야 하고 때로는 내가 곡을 쓰는 방향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관객들에게 바라는 점.
관객들은 불특정한 사람들이고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분들께 무엇을 바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뮤지컬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 중에는 예술가들이 분명 존재하고 예술가들은 독창적이길 원하며 이들의 창작 욕구는 곧, 다양성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다양성이 예술의 예술답게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뮤지컬에서 아이돌 스타들을 기용하는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십시오.
뮤지컬에 아이돌 스타들을 기용하는 흐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과 긍정적인 입장으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앞서 말씀드렸듯이, 뮤지컬을 예술 행위라고만 생각할 수 없습니다. 공연을 위해서 많은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에게는 너무 당연히도 사업적으로 성공하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입니다. 투자한 자본에 대한 회수 방안으로 아이돌스타를 기용해야 한다면 그것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연출가에게는 작품 속에서 그 아이돌 스타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쉽지 않은 숙제가 남게 되겠지요.
총감독 소준영
총감독 소준영은 서울예술대학 디지털아트 학부 교수, 문화예술진흥원 무대예술아카데미 교수, 한국 무대 예술인 자격 검정위원회 음향 책임 검정위원, 서울예술대학 학교기업 (주)타이스펜 동랑인터내셔날 대표이사를 역임하였다. 대전 Expo 자원활용관 음악 작곡및 제작, 뮤지컬 ‘고요의 바다’ 작곡 및 각본, 교육부 특성화 사업 ‘서라운드 뮤직’ 책임 연구 교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2007-2008 전국 투어 총감독, 세계무대예술엑스포(WSD 2009 in Seoul) 총감독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뮤지컬 「로스트 가든」 총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_김진실 기자. 사진_김문기 부장.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6년 8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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