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 플루티스트 박지은
끝없는 도전으로 활발한 연주 활동
국내 교향악단 중에서 서울시향만큼 많은 연주 스케줄을 소화하는 오케스트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향 단원 중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개인 활동을 하는 연주자가 드물지만, 플루티스트 박지은은 솔로와 앙상블 등의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2009년 말 ‘야마하 플루트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다른 플루티스트들과 짧은 인터뷰로 만났던 그녀에 대해 기자는 그저 ‘서울시향의 수석이며, 그 외 연주 활동도 많이 하고, 미모까지 겸비한 플루티스트’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만난 그녀는 자신을 담금질했던 시간들, 그리고 남모르게 겪었던 고충도 털어놓으며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케스트라 활동에 개인 활동까지 하는 게 물론 힘들긴 하지만, 사실 저는 음악적으로 큰 자유로움이 주어지는 솔로를 많이 좋아한답니다. 오케스트라 연주와 독주는 각기 다른 것들이 요구되는데, 솔로 활동을 할 때는 아무래도 저 자신일 수 있는 반면, 오케스트라에서는 큰 책임감과 여러 가지 음악적 센스가 요구됩니다. 퍼즐에 비유하자면, 오케스트라에서 저는 여러 퍼즐 중 한 조각이고, 독주에서의 저는 다양한 모양의 퍼즐이 될 수 있지요.”
그녀는 최근 여수 엑스포 개막식 공연 무대에 오르기도 했으며, 6월 23일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을 페레티 & 로방 파이프 오르간 듀오 콘서트에서 하피스트 곽정과도 협연했고, 하반기에는 일본에서의 연주를 비롯해 중국에서 리사이틀과 마스터 클래스를 가질 계획이다.
예원학교 재학 중 도미하여 줄리어드 예비학교, 맨해튼 음대 학사, 예일대 음악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고 2003년 귀국한 박지은은 충남교향악단의 수석으로 입단하는 동시에 KBS 서울 신인 음악 콩쿠르 관악부문에서 우승하며 국내 음악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05년 서울시향의 음악감독으로 정명훈 선생이 선임되고, 단원 오디션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 그녀의 부모님이 먼저 그녀에게 오디션을 권했다.
“당시만해도 오케스트라 활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이나 계획보다는, 다시 유럽으로 공부하러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서울시향의 오디션을 별 기대 없이 치렀어요. 사실 유학을 가고 싶었던 이유가 플루트를 더 공부하기보다는 음악적으로 영감을 주는 선생님을 만나고 싶은 것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명훈 선생님처럼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박지은은 처음에 서울시향의 활동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느꼈으나 홀로 서기를 하며 배운 점이 많았다고 한다. 대선배인 중견 연주자들과 한 무대에서 연주하고, 사람들이 그녀에게 갖는 기대치가 높아져 마음 고생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음악적인 면에서도 정명훈 선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플루티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중압감도 느끼던 그녀였다. 그래서 박지은은 오직 실력을 향상으로 인정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유학시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고, 어느새 더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그녀에게 2005년으로 돌아가면 다시 서울시향에 입단할 것이냐고 질문하자, 주저 없이 “그럼요”라고 대답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혹독한 시간이었지만 음악가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성숙해 질 수 시간이었던 것이다.
“플루트 레퍼토리가 많긴 하지만 말러, 브루크너 등의 작품은 오케스트라가 아니고서는 경험할 수 없지요. 서울시향의 시리즈 연주회를 통해 베토벤, 브람스, 브루크너, 말러 등 훌륭한 작곡가의 작품을 접하고 좋은 뮤지션과 한 무대에 서며, 투어 연주도 하는 등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녀는 교향악 작품에 나오는 플루트 솔로 중에서도 말러의 「교향곡 제9번 1악장」, 그리고 라벨의 발레 모음곡 「다프니스와 클로에」를 가장 좋아한단다.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경우, 2007년 7월 서울시향 특별 공연인 샤를르 뒤투아 초청연주회에서 솔로 파트를 연주해 지휘자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글·배주영 기자 / 사진·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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