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음대 작곡가 김규동 교수
명지대 음악학부 교수를 거쳐 올해(2012년) 모교인 서울대 작곡과로 새로 부임하게 된 김규동 교수. 그는 제21회 대한민국 작곡상 수상 등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국내외 여러 음악회에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곡가이다.
봄이 한창이던 5월(2012년), 다소 긴장된 마음으로 찾은 그의 연구실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직접 내린 커피와 함께 따뜻한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곧 그의 책상 위에 놓인 아기자기한 소품들에 시선을 빼앗긴 채 자연스레 취미 얘기가 오갔다. “원래 꾸미는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내 공간, 혼자 있을만한 곳들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요. 색깔 배열 같은 것도 너무 좋아하고요. 비싼 건 아니지만 작업이 끝날 때마다 하나씩 가져다 놓곤 하죠.” 이 외에도 독서와 영화감상, 그리고 커피(핸드드립, 로스팅)를 자신의 취미로 언급한 그는 분명 다양한 세대와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그의 학창시절이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배웠던 피아노 보다는 중학교 때 처음 접한 컴퓨터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처음 말로만 듣던 컴퓨터가 들어왔을 때, 친구들과 아마추어 컴퓨터 클럽을 만들어서 공부도 하고 전시도 하곤 했어요. 그 땐 프로그래머가 꿈이라고 떠들고 다녔죠.”
그랬던 그가 음악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로는 기타와 바흐를 꼽았다. “기타는 정말 스스로가 좋아서 시작했거든요. 멋모르고 코드 몇 개로 가스펠 송도 쓰고, 축제에 자작곡도 들고 나가고, 그러다 우연히 제 곡이 라디오에 방송되기도 했죠. 비슷한 시기에 바흐의 음악을 접했는데, 당시엔 바흐가 어떤 사람인 지도 모르고 그 곡들을 좋아했어요. 이런 음악도 참 괜찮은 거구나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둘이 균형을 잡아 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또 이 시기에 프로그레시브부터 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 장르를 접한 것이 큰 보탬이 되었다고한다.
이제 입장이 바뀌어 요즘 아이들(그는 “제자”나 “학생” 보다 정감 어린 “아이들”이라는 표현을 더 좋아한다고 밝혔다.)의 수업 준비로 분주한 그는 즐거움이 묻어나는 바쁨과 동시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나름대로 강의 준비를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새삼스럽게 어느새 제가 옛날 책들을 다시 보고 있더라고요. 생각지 못한 질문에 긴장하기도 하고. 하지만 ‘피드백’을 받는다는 건 서로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학생들이 젊음으로서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것, 그리고 자신이 선생으로서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을 서로 교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에게 있어 교육은 창작활동과 분리될 수 없는 상호작용으로 보였다.
많은 것이 변한 지금도 학창시절만큼은 과거와 다를 바 없다는 그는 자신이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으로 ‘스케치’를 강조했다. “쉽게 말하면 계획을 짜는 건데, 학생들에게 기록을 많이 부탁해요. 갑자기 막연하게 곡에 들어가면 많이 힘드니까.
평소에 감정의 부스러기나 좋은 아이디어들을 틈틈이 글로 기록해두면 시간이 지나 다듬어지고 숙성이 되거든요. 작곡은 그걸바탕으로 단순히 끝말잇기가 아니라 퍼즐 맞추기처럼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그는 교수의 입장에서 자칫 학생들에게 고정관념을 심어주게 되는 것을 염려했다. “어쩔 수 없이 책으로 가르치지만 역사적으로 규범이 뒤집힌 사례들이 많잖아요. 생각의 틀을 막지 않기 위해서 ‘일반적으로’라는 얘기를 계속 강조하죠. 언제나 가능성을 염두에 두라는 거예요.” 더불어 학생들에게 스스로의 “알 수 없음”에 대해 손가락질 하기보다는 관용 또는 묵인하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비단 음악에만 한정되는 얘기가 아니었다. 그가 학생들에게 심고자 하는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열린사고였다. 그래서 일까, 스스로도 전자음악에서 국악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해온 그는 최근 자신의 상황을 “침잠(沈潛)”으로 표현했다. “사실 그 동안의 시도에서 한계를 많이 느꼈고, 무엇보다 제 스스로가 만족을 못 했어요. 이게 아닌데, 하는. 그래서 요즘 길을 잃었다는 얘기를 자주 해요. 캄캄한 방에 촛불 하나 켜든 느낌이랄 까요. 하지만 이런 시기가 한 번쯤 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겉으로 드러나진 않더라도 속으로 상호작용은 계속되는 거니까 곧 제 길을 찾아 나서게 되겠죠.” 그에게 있어 ‘침잠’은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는 기회인 동시에 열린 가능성을 품은 시기였다.
이러한 자신의 길에 대한 고민에도 불구하고 그가 특별히 애착을 갖는 작품으로는 《그 섬의 느티나무》와 《아버지의 노래》(2002)를 꼽았다. “《그 섬의 느티나무》는 지도교수님의 회갑을 기념해서 준비했던 건데, 위촉 받은 시와 선생님 작품에서 빌린 세 마디로 했던 작업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작업 자체가 의미를 가지다 보니까 굉장히 애착이 갔죠.” 《아버지의 노래》는 돌아가 신 그의 부친에 대한 추억이 담긴 작품으로 평소 부친이 흥얼거리던 선율을 이용해 작곡된 실내악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피드백’을 주는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는 작곡가 김규동. 그와 함께한 짧은 시간을 통해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스스로의 방향에 대한 분명한 소신을 엿볼 수 있었다. 작곡가로서, 그리고 이제 서울대 교수로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 그의 활동을 기대해본다.
인터뷰,정리. 박성우 (작곡과 이론전공)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소식지 10호 기사
사진. 김문기
서울대 음대 작곡가 김규동 교수
서울대 음대 작곡가 김규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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