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세토오페라단 단장 강화자
제4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에서 ‘삼손과 데릴라’로 대상 수상
“20대에 메조 소프라노로 오페라계에 종사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40년 가까이 활동했는데, 그 결실이 담긴 큰 상을 받아 기쁩니다. 1980년 국내에서 「삼손과 데릴라」에 출연한 이후 활동해 오면서 메조 소프라노의 베스트 롤 중 하나인 이 작품을 꼭 국내 무대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공연을 준비하며 성악가, 연출가, 제작가로서 혼신의 힘을 다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게 하신 하나님께 영광 돌립니다.”
서울경제신문과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조직위원회, (사)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의 공동주최로 12월 6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4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시상식에서 강화자 단장이 이끌고 있는 베세토오페라단의 「삼손과 데릴라」가 대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삼손과 데릴라」는 강화자 단장에 의해 국내에서 15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 지난 해 9월 22일부터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이 오페라는 초호화 캐스팅, 참신한 연출, 수준 높은 무대와 의상 등으로 많은 관객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으며, 특히 민간 오페라로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최고의 무대를 만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사실 강화자 단장에게 「삼손과 데릴라」는 특별한 오페라이다. 대학 시절 학교 대표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삼손과 데릴라」 중 데릴라의 아리아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를 불렀고, 미국 오페라단에서 데릴라 역으로 공연하던 중 국립오페라단의 초청을 받아 서울에 와서 이 무대로 국내에 정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상 수상을 통해 「삼손과 데릴라」가 강화자 단장에게 주는 의미는 더욱 특별해졌으리라 본다.
“이번에 호세 쿠라 씨 등 실력있는 성악가들과 함께 했는데, 제 연출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해서 기뻤습니다(웃음). 또한 호세 쿠라 씨가 제 연출을 응용해서 더 멋있게 연기하는 것을 보며 성악가에게도 연출가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소프라노 제랄디네 쇼베 씨는 제가 연출, 기획 등 혼자서 1인 다역하는 것을 보고는 ‘한국 여성의 강인함, 책임감 등을 느꼈다’고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저를 보며 자신도 장래에 연출가로서의 가능성을 꿈꾸게 되었다고 말해 보람을 느꼈습니다.”
강 단장이 과거 ‘데릴라’ 역으로 사랑 받기 시작했다면, 이번에는 다시금 ‘연출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냄으로써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연출이 강점인 강화자 단장은 삼손이 노예 생활하는 히브리인들을 고무시키는 1막의 첫 장면에서 군중이 무리지어 움직이게 함으로써 단조로움을 피했고, 2막 데릴라의 유명한 아리아인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에서 대부분의 가수가 앉아서 그 노래를 부르는 것과 달리, 의상을 하나씩 벗으며 노래하게 함으로써 관능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3막에서 삼손이 힘을 잃고 장님이 되어 감옥에서 연자방아를 돌리는 장면에서는 과감하게 감옥 세트를 생략하고 커튼과 맷돌만으로 삼손의 깊은 고뇌를 그려냈다. 작품이 좋았다는 평을 받아 기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인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며 말을 이었다.
“전혀 일면식이 없는 외국의 에이전트에서도 이미 한국의 베세토오페라단, 그리고 저를 알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저희와 공연했던 분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 베세토오페라단을 홍보해 준 것이지요. 그 동안 베세토오페라단을 통해서 외국에 한국을 많이 선전한 것, 그리고 문화 교류를 해왔다는 것이 기쁘더라고요. 그래서 생을 마감하는 그 날까지 국내 오페라계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후배 성악가들의 활동에 보탬이 되도록 오페라에 전념해서 오페라가 국민들의 사랑받는 장르가 되도록 힘쓰고 싶습니다. 이번에 대상을 받은 것도 오페라를 위해 계속해서 고생하고 봉사하라는 뜻이겠지요(웃음).”
베이징(Be), 서울(Se), 도쿄(To)의 이니셜로 이름한 베세토오페라단은 그 단체명처럼 중국, 일본과의 국제 문화 교류와 우호증진에 힘쓰고, 나아가 오페라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명성있는 오페라단과 교류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창작 오페라 「백범 김구」 공연에는 처음으로 영상을 도입해 현장감 넘치는 새 연출 장르를 열었으며, 한국 최초의 오페라 「춘향전」과 비제의 「카르멘」등을 무대에 올려 큰 호평을 받아왔다. 한국은 물론 가까운 중국 북경, 일본 도쿄를 잇는 음악의 실크로드를 통하여 아시아의 음악인들, 더 나아가 세계의 예술가들과 함께 하는 민간예술외교의 교량역할을 실천하고자 노력을 하였다. 또한 우리나라 오페라 사상 처음으로 젊은 신인들을 정식 공모하여 인재를 발굴, 육성하고자 마련했던 ‘2003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는 재능 있는 성악가 연출가, 지휘자, 무대 미술가들이 대거 발탁되어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키우는 역사적인 공연이 되었으며, 매년 꾸준히 신인 등용의 계기를 마련함으로 장기적으로 오페라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07년부터 이후 3년 간 인천 세계 오페라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문화예술의 불모지였던 인천을 문화의 도시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이후 독일, 이탈리아, 체코 프라하 등의 오페라극장,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마술피리」, 「아이다」, 「카르멘」, 「토스카」 등 여러 오페라를 제작하고, 제1회, 제2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 참여하여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베세토오페라단은 오는 3월 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카르멘」, 「마술피리」 등 오페라의 명장면을 해설과 함께 하는 갈라 콘서트를 개최하고 11월 2일부터 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 「리골레토」를 공연한다. 물론 그때도 관객들은 강 단장의 연출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강 단장은 작곡가 한정임에게 창작 오페라 「아리랑」의 작곡을 위촉한 상태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창작 오페라가 「춘향전」밖에 없다는 생각에서이다. 아리랑이 지역마다 다르고 매우 포괄적이라 오페라로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과거의 슬픈 아리랑이 아닌 미래 지향적이고 희망적인 작품으로 위촉했다는 강 단장은 작품이 완성되면 부분 시연하며 작품을 계속 보완해 2013년이나 2014년에 정식으로 무대에 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배주영 기자/ 사진·김문기 부장
'월간 음악춘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종합예술학교·충무아트홀 상호 협력 협약(MOU) 체결 / 음악춘추 2012년 1월호 (0) | 2012.01.05 |
---|---|
퍼커셔니스트 김종환 / 음악춘추 2012년 1월호 (0) | 2012.01.05 |
플루티스트 이예린 / 음악춘추 2012년 1월호 (0) | 2012.01.05 |
피아니스트 형수운 / 음악춘추 2012년 1월호 (0) | 2012.01.05 |
바이올리니스트 배은환 / 음악춘추 2012년 1월호 (0) | 2011.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