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바이올리니스트 최윤정 / 음악춘추 2012년 3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2. 28. 23:43

 

바이올리니스트 최윤정
아름다움의 뿌리를 찾아서

 

바이올리니스트 최윤정이 쉔부른 클래식 매니지먼트사의 후원으로 3월 26일 체코 스메타나홀에서 모라비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Yibing Chu)와 협연 무대를 갖는다.
이번 무대에서 그가 선보일 곡은 부드럽고 낭만적인 정서와 균형이 잡힌 형식의 아름다움이 차분하게 조화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 작품64」이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선율의 아름다움을 화성에 맞추어 리드미컬하게 풀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전 악장이 아타카로 연주되고, 악장 중간에 카덴차가 나오는, 당시로서는 새로운 요소를 선보인 곡입니다. 후대의 시벨리우스나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에도 큰 영향을 주었고요. 이러한 혁신적인 고전의 형식 위에 유려하게 흐르는 낭만적인 멜로디를 최대한 아름답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최윤정은 선화예고, 연세대를 졸업하고 메네스 음대에서 석사학위, 메릴랜드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박사과정 재학 중 원전연주에도 관심을 기울여 바로크와 모던 바이올린으로 함께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초기 바로크 음악부터 고전, 낭만, 20세기 음악까지 고증된 연주법을 적용해 폭넓은 음악적 발전을 이루어 가고 있다.


같은 책이라도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그 책을 읽었을 때,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또다른 가치가 눈에 들어오듯, 최윤정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며 20여 년 전 읽었던 책을 꺼내 드는 듯한 새로운 기분이라며 미소지었다.


이어 많은 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원전 연주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 그는, “원전 연주라는 것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연주법으로 책 속에 기록으로만 남아 있었지요. 그런데 1970년대에 다시금 이 연주법들이 재현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유럽과 북미를 주도하고 있는 정격연주(Historically Informed Performance)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변화해 온 곡들의 뿌리를 알아내고 그것을 문헌에 의해 고증한 뒤 연주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붐이 일고 있고요.”라며 계속해서 멘델스존을 그 예로 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당시까지도(1820년 슈포어가 턱받침을 만들기 전) 바이올린은 턱받침, 어깨받침이 없었고 활의 휘어진 각도도 현재와 달랐습니다. 이러한 악기들로 당시까지는 궁전에서만 연주가 이루어졌기에 큰 볼륨과 기교가 필요없었지만 베토벤 시절 무렵, 귀족들에게 종속되었던  연주자들이 퍼블릭 콘서트를 통해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따라서 표를 많이 팔기 위해 큰 홀을 찾게 되었고, 큰 홀에서 연주하기 위해서는 악기의 소리를 키워야만 했지요. 이것은 곧 악기가 개량되는 원인이 되었으며, 이러한 악기의 변화는 테크닉의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이 하이포지션과 빠른 음들이 나오는 기교를 더하게 된 것도 턱받침 사용 후 자유로워진 왼손 테크닉이 바탕이 된 것이지요. 이렇게 음악의 맥을 알고 최대한 시대에 가깝게 연주하는 것이 바로 원전 연주입니다.”


그가 이렇듯 원전 연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음악 공부를 할 때 연주의 해석에 관한 근본적인 궁금증이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어느 부분을 바흐식으로, 드뷔시식으로 크거나 작게 연주해야 한다면 “왜 이렇게?”라는 생각이 항상 뒤따라왔다고 한다.


“작곡가들이 그 이전의 기법을 자신에게 맞게 변화시켜 적용하였듯이, 연주자 또한 이전의 연주법을 이해한 후 발전시킨다면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만의 색채를 좀 더 빨리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페다고지에도 관심을 기울여 초보자를 위한 DVD를 번역하기도 한 그는 콘서트 월드, MBC 문화방송, 메릴랜드 주립대 조교, 유태인 음악학교 강사 등을 역임하였다.


“남들보다 늦은 중학교 때 바이올린 전공을 결정하고 나니 열심히 해도 테크닉적인 한계가 따라왔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기초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고, 책도 많이 보게 되었지요. 그러다 보니 어린 시절의 학습이 얼마나 중요한 토양이 되는지를 느꼈고, 또한 장차 우리나라의 음악계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린 음악도들을 위한 다양한 각도의 체계적인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또 이러한 과정 덕분에 학생들을 가르칠 때 더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게 되었고요.”


최윤정은 현재 숙명여대, 숙명여대 페다고지 대학원, 연세대 대학원, 총신대, 선화예고에 출강하며 최고의 연주자들이 모인 코리아나 쳄버뮤직 소사이어티와 원전 연주로 유명한 앙상블 ‘라퐁뗀’의 멤버로 활동하며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모든 시대의 음악을 그 시대상황에 비추어 옳은 해석으로 연주해 보고 싶다는 바이올리니스트 최윤정. 그의 해석으로 더욱 깊어진 멘델스존 음악이 기대되어진다.


글·박진하 기자 / 사진·김문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