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뮤지션
바리톤 박수길
클라리넷, 첼로와 함께 하는 ‘겨울 나그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널리 사랑 받는 연가곡답게 세계적인 성악가들의 명반을 통해, 그리고 국내에서의 전곡 연주 무대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1972년 첫 독창회에서 이 작품을 노래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원어로 네 번, 우리말로 번역해 세 번 선보였던 박수길 선생이 다시 한 번 이 작품으로 무대에 선다. 하지만 2월 1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의 무대는 그 어느 때와는 또 다르다. 아니, 한국에서는 처음 만나보는 「겨울 나그네」일 것이다.
“제가 대학교 2학년이었던 1962년, 제1회 서울국제음악제전을 위해 독일의 유명한 독일 가곡 연주자인 게하르트 피쉬라는 분이 내한하여 서울시민회관에서 「겨울 나그네」로 독창회를 했었어요. 이분은 피셔 디스카우가 데뷔하기 전인 1930년대에 독일 가곡의 대표적인 성악가였는데, 당시 저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60세의 성악가가 젊은이의 시련과 인생의 고뇌를 담담하게 노래하던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나도 저 나이에 「겨울 나그네」를 노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지요.”
선생은 이미 「겨울 나그네」로 수 차례의 독창회를 가졌지만 70세가 넘어서도 독창회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이번에 과감히 도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혼자 24곡을 전곡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악기와 함께 하는 무대를 생각한 끝에 클라리넷, 첼로를 택했다. 그래서 첫 곡은 노래, 둘째 곡은 첼로, 셋째 곡은 노래, 넷째 곡은 클라리넷, 이런 식으로 연주를 들려줄 예정이다(피아노: 조영방, 클라리넷: 김동진, 첼로: 채희철). 그리고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박수길 선생이 과거 우리말로 번역해서 노래했던 가사를 자막으로 보여줄 계획이다.
앞서 말했듯이 박수길 선생이 처음 「겨울 나그네」를 무대에서 노래한 것은 1972년 명동의 국립극장에서 가진 첫 독창회에서였다. 그리고 1990년대 말 음악춘추사의 기획으로 슈베르트의 연가곡 3개가 공연되었는데, 그때 최승태 선생이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전곡, 김관동 선생이 「백조의 노래」 전곡, 그리고 박수길 선생이 「겨울 나그네」 전곡을 피아니스트 신수정 선생과 함께 선보였다. 그리고 TV 방송에서 이 작품을 두 차례 노래한 기억도 있다. 이는 이번 전단에 사용된 삽화와도 관련이 있다.
“1980년대 초, TBC(동양방송)에서 「겨울 나그네」 전곡을 방송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대 음대 출신의 이문태 PD가 계획한 것으로, 당시 저와 메조 소프라노 황화자 선생이 반씩 노래를 했고, 옆에서는 신동헌 화백이 노래에 어울리는 삽화를 바로 그렸어요. 그리고 TBC가 KBS에 통폐합된 후에 한 번 더 방송되었는데, 그 때는 소프라노 김은경 선생과 함께 했고, 신동헌 화백의 동생인 신동우 화백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 때 삽화 하나를 제게 주어서 보관하고 있었는데, 이는 네 번째 곡인 ‘언가슴’의 그림입니다. 이 그림이 나랑 좀 비슷해 보이나요?(웃음)”
박수길 선생은 대학 시절 은사이며, 국내에 독일 가곡의 소개에 앞장섰던 조상현 선생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독일 가곡을 접했고, 특히 슈베르트의 가곡을 가장 좋아해 즐겨 노래했다. 하지만 졸업 후 독일 가곡을 부를 무대가 없었기에 자연히 오페라 활동으로 음악생활을 이어왔지만 마음 한 켠에는 늘 독일 가곡에 대한 열망이 있어 틈틈이 독일 가곡으로 독창회를 가져왔던 선생이다. 그리고 오페라 출연이 줄어든 1990년대 중반부터는 총 6회에 걸쳐 슈베르트 가곡 시리즈를 포함해 독일 가곡 100곡을 우리말로 번역해서 우리 정서로 노래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과 더불어 오랜 세월 예울음악무대의 대표로 소극장오페라 운동, 성악 캠프 등 성악계의 발전을 위해 부단히 힘쓴 선생은 작년부터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그 동안 출석해 온 한국바그너협회의 회장을 맡게 되어 여전히 바쁜 한 해를 보낼 예정이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전곡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첼로, 클라리넷이 함께 하는 이색적인 무대라는 것이 이번 박수길 선생의 독창회에 특별함을 더한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수십 년간 이 작품을 가까이 해 온 박수길이 관객들에게 전할 음악적 해석과 연륜이 아닐까 싶다.
글_배주영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4년 2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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