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강해근
고음악 활성화에 조력자 역할
자신을 음악가이기보다 음악교육자라 칭하며, 그것이 자신의 천직이라 말하는 첼리스트 강해근 선생. 지난 2월, 34년간 봉직해 온 한양대 음대를 정년 퇴임한 선생은 한결 여유로운 발걸음과 온화한 미소로 기자를 맞이했다.
34년 동안 학교가 발전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즐거웠고, 이렇게 무사히 정년을 맞아 그저 감사한 마음이라며,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참으로 어울립니다. 일에 대한 아쉬움은 없지만 정든 직장, 동료 교수, 학생들과의 이별은 서로가 이미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쉽지 않더군요.”라고 학교를 떠나온 소감을 이야기하는 선생은, 정년퇴임을 앞둔 마지막 10년 동안 한양대 음악연구소 소장으로, 이어 학장직을 맡아 매일 긴장되고 바쁘게 보내야 했기에 지금의 여유로운 생활을 조금 더 즐기고자 한다고.
“사람의 일생이 혼자서 가는 길이 아니더군요. 공부하는 과정, 교수가 되어 보직을 맡고, 여러가지 일을 해오는 동안 많은 분들에게 신세를 져왔지요. 지금은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그러한 분들을 만나 감사함을 표하고, 함께 식사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자를 길러 실력 있는 음악인을 음악계에 배출하는 것이 교육자의 소임이기에 제자들이 맡은 바 자리에서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는 선생에게 그 동안 제자들에게 어떠한 가르침을 전수해 왔는지 물었다.
“어떠한 분야의 예술이건 예술가는 창의적이어야 합니다. 표현하는 기술을 향상시키고 그러한 기술을 통해 자신의 창의력을 발현시키는 예술가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생각으로 제자들을 가르쳤습니다. 또한 모든 것에 가장 기본이 되는 인간적인 완성에도 소홀하지 않도록 노력해 왔고요.”
선생은 제자 양성과 더불어 한양대 음악연구소의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대학 가운데 최초로 설립된 한양대 음악연구소는 초창기 현대음악 분야 발전에 큰 활약을 해온 반면, 2002년 강해근 선생이 소장으로 임명된 후에는 고음악 분야 발전에 주력하며 음악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1970년대 초반, 유럽에서 고음악이 활성화되어 가던 시기에 독일에서 유학 중이었던 선생은 그 과정을 유심히 지켜볼 수 있었다며, “이후 유럽에서 고음악이 성행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계속해서 부진한 모습이었습니다. 연구소 소장이 된 후 다른 연구소와는 차별화된 일을 하고 싶었고, 많은 고민 끝에 고음악을 활성화시키는 데에 이바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에게도 큰 모험이었는데, 지금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한양대 음악연구소가 대외활동을 활발히 하는 연구소로 정평이 나있고,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모습에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앞으로 한양대 음대가 어떻게 발전하였으면 하는지를 묻자, 강해근 선생은 한양대는 실용학풍의 학교이기에 그간 좋은 연주자를 많이 배출하고,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학교와 차별화된 실용적인 교과과정이 계속해서 유지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의 위상이 높아지고 좋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가장 기본은 훌륭한 교육자를 확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선생은 “지금까지 우리 학교가 단기간에 압축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 또한 실력 있는 교수를 임용하는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는 저의 바람일 뿐만 아니라 모든 선생님들이 동의하고 의식하고 있는 부분이기에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들이 잘 유지되고 발전되기를 바랍니다.”라는 애정 어린 조언을 전하였다.
앞으로 고음악이 활성화되는데 보탬이 되는 일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는 선생은 마지막으로 “이제는 외국에서 오랜 시간 공부하고 돌아온 젊은 연주자들도 많아졌고, 그만큼 실력 있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니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서는 조금 물러날 생각입니다. 물론 30년 이상을 교육자로 지내왔기에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떤 생각이 들지는 모르겠습니다(웃음). 지금으로써는 그 동안 진행해 왔던 바흐 페스티벌에 관련한 일이나, 고음악 연구에 도움이 되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에 충실하고자 합니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글.박진하 기자/ 사진.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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