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안신영
프랑스 소나타로 관객과 소통
“독주회에서도 관객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렸었어요. 저의 독주회에 오신 관객들과 저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음악으로 함께 했다는 의미가 생기고, 특히 음악은 ‘여행’같은 마법의 힘을 지닌 듯하다고요. 음악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해서 과거의 프랑스로 갈 수 있는 것이지요. 예전에 가졌던 독주회가 공부한 것을 발표하고 테크닉에 치중하는 무대였다면, 이제는 좀 더 관객과의 소통에 힘쓰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바로크합주단 단원으로 활발히 연주하며 서울예고, 성신여대, 서울바로크아카데미에 출강하고 있는 안신영이 지난 7월 2일 오후 8시 리사이틀홀에서 독주회를 가졌다. 피아니스트 장미경(현재 한세대 반주과 겸임교수, 서울대, 경원대, 단국대, 경희대 출강)의 협연으로 르클레어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라장조 작품9 제3번」, 라벨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사장조 작품77」, 프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 나타 가장조」를 연주했다.
‘프랑스 소나타의 밤’이라는 부제로 독주회를 갖고 일주일이 지난 후 인터뷰로 만난 안신영은 차분하고 생생하게 후기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주제에 어울리는 레퍼토리를 정하고 간단하게 설명을 곁들인 렉처로 진행했는데, 학구적이기보다는 대중적이고, 쉽고 재미있게 전 달하고자 노력했다며 말을 이었다.
“우선 르클레어는 바로크 시대의 흔치 않은 프랑스 작곡가라 택했고, 이어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인들에게는 새로운 음악인 미국의 재즈가 가미된 라벨의 소나타를 연주했습니다. 라벨은 미식가에 애연가였고, 키는 150센티미터에 불과했다고 해요. 그리고 벨기에 출신이었으나 프랑스로 귀화한 프랑크는 오르가니스트로 유명했고 대학 교수이기도 했지만, 작품들은 그가 타계한 후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연주한 소나타는 그가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자신처럼 프랑스로 귀화한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이자이의 결혼 선물로 작곡한 것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어렵게 공부해서 연주했는데, 유진 이자이는 결혼식에서 초견으로 연주했다는 일화를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웃음)”
그리고 앙코르 곡으로 프랑스 가극의 대표 작곡가인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을 연주한 그녀는 이번 독주회를 통해 프랑스의 바로크, 후기 낭만, 인상주의, 그리고 가극까지 공부할 수 있었기에 자신에게도 유익한 무대였다고 전했다. 인터뷰에서도 작곡가와 작품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곁들이며 이야기하는 그녀를 보니 그 날 무대가 어땠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안신영은 대화 내내 “클래식 음악이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제 주변분들 중에서도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지레 겁부터 먹는 분이 계신데, 클래식 음악은 정말 어렵지 않아요. 그래서 청중께서 작품과 작곡가에 대해 알고 음악을 감상하시면 훨씬 재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독주회를 렉처로 진행해 오고 있는 것이고요. 연주하는 입장에서는 무대에서 이야기를 하면 연주의 흐름이 끊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작품에 대해 소개한 후 연주를 하다 보면 청중께서 제 설명을 잘 이해하셨다는 느낌을 받기도 해 보람도 있습니다.”
그녀는 지난 해부터 네 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앙상블 원(One)’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들의 무대 역시 주제를 갖고 렉처로 진행해 호응을 얻고 있다. ‘앙상블 원’은 올해 가을에 있을 정기 연주회에서 ‘모스틀리 모차르트’라는 부제로 모차르트의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안신영은 또한 하트하트재단에서 운영하는 국내 최고 발달장애 청소년 오케스트라인 하트하트오케스트라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유학시절이었던 2005년 아름다운 재단 샌프란시스코 지부가 새로 생길 당시 장애아들을 지도한 경험이 있는 그녀는 귀국 후에도 봉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기억에 남는 연주라기보다는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기억이 하나 있어요. 유학 당시 뉴욕의 한 공립 초등학교에서 2학년 학생들에게 악기에 대해 설명하는 수업을 한 적이 있는데, 수업이 끝나자 한 학생이 열심히 박수를 치더라고요. 당시 그 반의 담임선생님은 정신지체아인 그 아이가 박수치는 것을 처음 봤다며 놀라워했고요. 그런 것을 보며 클래식 음악의 힘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그 날을 잊지 않고 봉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 아이들을 보면서도 음악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현재 부천시향 객원 수석, 서울바로크합주단 멤버, 앙상블 원, 독주 활동 등으로 종횡무진 무대를 누비고 있는 그녀는 모든 연주 활동이 각각의 맛이 있어 즐겁다며, 앞으로 더욱 대중과 친해지는 무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 한마디 말로 그 날 인터뷰 내용을 쉽게 정리했다. “클래식 음악, 어렵지 않아요. 좋아요.(웃음)"
글_배주영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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