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뮤지션
피아니스트 윤영조
‘소나타를 사색(思索)하며…’
“사실 소나타라는 형식 자체가 재미있다고는 할 수 없지요. 많은 이들이 소나타의 형식이 주는 중압감에 눌려서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힘들어했고, 저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형식을 탈피한, 좀 더 진보된 낭만 음악,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을 선호했고, 청중도 그런 쪽으로 많이 흘러 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식이 딱딱한 곡보다는 감정적,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사람들이 더 젖어든 것이지요. 그래서 최근 몇 년간 ‘형식이란 것이 무엇일까?’, ‘과연 형식은 중압감만 주고, 음악을 표현하는 데 있어 거추장스러운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고, 결국 ‘그렇지 않다, 형식이 아름다운 틀을 만든다’는 답을 얻었습니다.”
열정적이고 곡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감각적인 선율로 주목 받는 윤영조의 피아노 독주회가 ‘소나타를 사색(思索)하며…’라는 부제로 12월 1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무대에서 그가 선보일 작품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31번 내림가장조 작품110」, 바흐-부조니의 「샤콘느 라단조」,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가장조 D. 959」이다.
사실 몇 년간 윤영조의 독주 무대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백석대학교 문화예술학부 피아노과, 백석콘서바토리 교학팀장으로 재직하며 2004년 개원한 백석콘서바토리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힘을 쏟은 것이다. 하지만 학교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기 때문에 이제 그는 교육 행정가에서 교육자, 연주자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9년 만에 독주회를 갖는 만큼 더욱 뜻깊은 프로그램과 해석으로 청중과 마주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는 이번 독주회의 부제를 ‘소나타를 사색(思索)하며…’라고 지은 이유에 대해 다시금 말을 이었다.
“이번에 제가 연주할 베토벤, 슈베르트의 소나타는 형식적으로 봤을 때 틀에 박힌 소나타들이지만 다른 소나타에 비해 자유스러움을 접목시켰달까요? 소나타지만 화려함의 극치, 낭만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선곡했는데, 이 작품들은 서로 비슷한 점, 그리고 다른 점도 많습니다.”
그리고 독주회 중간에 바흐-부조니의 「샤콘느」가 자리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이는 매우 유명한 작품인데, 앞서 말했듯이 소나타가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바흐의 「샤콘느」를 부조니가 발전시켰다는 공통점에서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파워풀 곡이기도 해서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두 소나타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이라 할 수 있다고.
대개의 음악회들이 화려하게 끝맺는 것과 달리 윤영조의 이번 무대는 음악회 중간에서 화려함의 정점을 찍고 슈베르트의 작품으로 사색, 정리함으로써 여운이 남는 엔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독주회가 열리는 12월은 늦가을을 지나 초겨울에 접어드는 시기, 즉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앞둔 때이기에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계절에 어울리는 분위기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청중이 마음의 여유를 찾고, 연주자인 자신과 함께 공유하며 느끼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_배주영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3년 11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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