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초대
테너 정학수
정년 퇴임을 기념하는 무대 마련
음악가로서 수많은 오페라의 주역으로 출연하여 다양한 색채의 음성과 수준 높은 연기를 대중들에게 선보였을 뿐 아니라 단국대 음대 학장, 이탈리아가곡연구회 회장 직을 역임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면서 제자들은 물론 후배 교수들에게도 훌륭한 본보기가 되어 온 테너 정학수의 정년 퇴임 기념음악회가 11월 21일 오후 7시 30분 영산아트홀에서 열린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제자들에 대한 사랑으로 헌신해 온 테너 정학수의 이번 정년 퇴임 기념음악회는 그 동안의 행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제자들과 후배 교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연주함으로써 그 의미만큼이나 아름다운 감동의 무대를 선사할 것으로 보여진다.
소프라노 백유진, 소프라노 차소용, 소프라노 정꽃님, 소프라노 김문희, 테너 이영화, 테너 이동현, 테너 류승욱, 바리톤 윤영덕, 베이스 이요훈, 피아니스트 권한숙이 출연하며, 프로그램은 도니제티의 「나는 집을 짓고 싶어요」, 모차르트의 오페라 「코지 판 투테」 중 ‘말해야 하는데 차마 못해’, 칠레아의 오페라 「아를르의 여인」 중 ‘훼데리코의 탄식’,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파리를 떠납시다, 오 내사랑’, 오페라 「운명의 힘」 중 ‘오! 천사의 품안에 있는 그대여’, 도니제티의 오페라 「라 파보리타」 중 ‘상냥한 영혼이여!’, 푸치니의 오페라 「마농 레스코」 중 ‘일찍이 본 적이 없는 여인’, 오페라 「라보엠」 중 ‘안녕, 달콤한 아침이여’, 소로자발의 오페라 「항구의 선술집」 중 ‘그럴 리가 없어요’ 등이다.
오랜 시간 동안 제자들 곁을 굳건히 지켜온 테너 정학수를 만나 그의 음악 인생 이야기를 듣기 위해 단국대를 찾았다.
과감한 도전이 때로는 기회로…
“고등학교 때 콩쿠르에서 입상한 것을 계기로 성악도의 길을 걷게 되었고, 서울대 음대에 입학해 안형일 선생님의 문하생으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저의 음악 인생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1학년 2학기 무렵, 서울대 음대 오페라 「카르멘」의 주역으로 뽑혀 생애 첫 데뷔 무대를 가졌고, 최연소 주역이라는 영광스러운 수식어를 얻으면서 곧바로 군에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대 후 친구들과 회포를 푸는 자리에서 국립합창단의 오디션 정보를 접해 저 또한 응시하고 싶다 말하니 이미 접수가 끝나 곧 오디션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이에 상관없이 오디션 장을 찾았고, 모든 순서가 마칠 때까지 기다린 끝에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 청하여 결과와 상관없이 심사위원 분들 앞에서 마음껏 노래를 불렀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아무리 간절하게 참가를 원해도 그것이 이미 접수가 끝난, 또 당장 며칠 뒤에 오디션이라면 그 의지를 바로 내려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 정학수는 결과에 상관없이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 합창단 오디션에 응시하고픈 마음에 접수도 하지 않은 경연장에서 오랜 대기 끝에 즉흥적으로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의 아리아를 선보였고, 생각지도 못하게 국립합창단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4년간 단원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합창단원으로서의 생활을 이어가던 중 어느 날, 단국대의 신인철, 김달성 교수가 그가 있는 국립극장까지 찾아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역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해와 정학수를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당시 학생의 신분이었던 제게 모든 조건을 맞춰 주었을 정도로 파격적인 제의였기에 많은 고민을 하였고, 결국 단국대로의 편입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일화가 하나 있는데, 사실 그 전날 서울대에 복학 신청을 하기 위해 접수처로 향했고, 마침 접수시간이 지나 아쉽지만 다음날에 신청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고 집으로 돌아갔지요. 그런데 다음 날 단국대 교수님들께서 저를 찾아오셨고, 복학을 보류한 후 결국 편입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처음에는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전적으로 제 선택을 존중해 주셨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나의 스승, 나의 노래
스스로 편입의 길을 선택한 후 단국대 창단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무사히 마친 정학수는 이 날 공연의 회식 자리에서 평생의 스승과 인연이 시작되었다.
공연이 끝난 후 당시 총장이었던 장충식 이사장은 출연진 모두를 대동해 회식자리를 가졌고, 그 자리에서 “정학수 군은 졸업 후 내가 바로 이탈리아로 유학을 보내겠다”고 말했단다. 그런 장 이사장의 선포에 정작 정학수 본인은 믿어지지가 않았고, 그렇게 장충식 이사장과의 평생 스승과 제자로서의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스승의 대한 감사함이 절절히 묻어 났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사제지간의 세월이 어언 39년이 흘렀다는 그는, “그렇게 대학을 졸업한 후 로마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고, 이어서 베르디 콘서바토리에서 페란도 페라리 교수님을 사사하면서 많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 때 장충식 이사장님께서 저를 만나기 위해 직접 비행기에 오르셨고, “이제 유학을 마치게 되었으니, 학교에 나와 봉사하는 것이 어떻겠나”라고 권유하셔서 바로 귀국 길에 올랐습니다. 그렇게 1982년 단국대에 교수로 임용되어 현재까지 이 곳에서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을 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장충식 이사장은 인생 다방면의 스승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정학수는 “장 이사장님은 저를 단국대로 스카우트한 후 유학 때부터 지금까지 어버이처럼 뒷바라지해 주시고 이끌어 주시면서 제 모든 공연을 관람하셨을 만큼 제자를 아끼는 마음이 지극 정성이었던 분”이라고 덧붙여 스승을 소개하였다.
“장충식 이사장님께서는 무엇보다 음악 그 자체를 좋아하십니다. 아마추어 연주자로서 5개의 악기 연주가 가능하시고, 요즘에는 성악 공부에 심취해 계시지요. 그런데 이번 저의 정년 퇴임 기념연주에서 축하하는 의미로 찬조 출연을 해주시겠다고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제 인생에 모든 것을 인도해 주신 스승님께서 직접 축하의 의미로 함께 해주신 다니 그것보다 영광스러운 무대는 없을 것 같아요.”
글_이은정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3년 11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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