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초대
(재)KBS교향악단 사장 박인건
더욱 발전할 KBS교향악단의 미래를 기대하다
지난 해 11월 (재)KBS교향악단 박인건 사장의 집무실을 방문했을 때 사장실의 유리 벽면에는 2012년 11월 30일에 개최된 ‘KBS교향악단 재단법인 출범 기념 특별 연주회’의 포스터뿐이었다. 하지만 1년 만에 다시 방문한 사장실에는 그 동안의 연주회 포스터가 보기 좋게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특히 가장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포스터는 지난 9월 27일 제673회 정기 연주회로, 이는 최근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마에스트로 요엘 레비의 지휘로 재단법인 출범 1주년을 기념한 것이었다. 지난 해 3월부터 11월 30일 재단법인 출범 기념 특별 연주회 전까지 파행으로 공연을 못했던 아픔이 있었기에 그들이 다시 쌓아 올린 연주회의 흔적들, 그리고 KBS교향악단과 함께 할 요엘 레비 음악감독의 존재가 반가웠다.
2012년 8월부터 재단법인 KBS교향악단의 초대 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인건 사장은 그 동안 교향악단 정상화와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이하 음악감독) 선임에 주력해 1년 만에 이루어냈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여전히 분주하다.
요엘 레비 음악감독 선임
“재단법인으로 출발해 지난 1년간 저희가 가졌던 미션은 교향악단 정상화와 상임 지휘자를 모시는 일이었는데 다 이룬 셈이죠. 요엘 레비 음악감독을 선임한 것에 대해 단원들도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고, 요엘 레비 음악감독 스스로도 상당한 의지를 갖고 KBS교향악단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계십니다.”
KBS교향악단은 지난 1월부터 단원 대표 2명을 포함한 7명의 위원으로 상임지휘자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상임지휘자 영입 작업에 착수, 최종 후보를 알렉산데르 라흐바리, 케이스 바컬스, 요엘 레비, 이렇게 3명으로 압축했다. 그리고 지휘자 후보자들과 각각의 연주회를 가진 후 장, 단점을 파악하고, 청중의 반응과 전문가의 의견, 단원들의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후보들을 검증한 후 지난 7월 23일 요엘 레비를 음악감독으로 최종 확정했다.
요엘 레비 감독은 KBS교향악단을 1997년, 1998년, 1999년, 2013년 5월에 지휘한 경험이 있다. 1950년생인 요엘 레비는 루마니아 출신이며, 유태계 지휘자의 전통을 잇고 있는 거장이다. 전설적인 지휘자 키릴 콘드라신(Kiril Kondrashin, 1914∼1981)의 제자로, 세계 최고 권위의 브장송 국제 젊은 지휘자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해 음악계에 정식 데뷔한 이후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보스턴 심포니,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등 미국 메이저 악단과 호흡을 맞췄으며,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전임지휘자(1978∼1984)와 애틀랜타 심포니 음악감독(1988∼2000)으로 명성을 쌓았다. 2000년도에 들어와서는 유럽을 무대로 활동을 넓혀 브뤼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일 드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로 맹활약을 펼쳤으며, 유럽과 미국 일대 정상급 오케스트라와의 지휘 일정이 이어지고 있다.
요엘 레비 감독은 2014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2년 동안 정기 연주회와 특별 연주회 등 연간 20회를 지휘할 예정이며, 음악감독으로서 연주 및 연습계획 수립과 아티스트 초청, 프로그램 곡목 선정 등 공연기획 전반에 대한 주요 권한과 단원 연주 기량 평가. 신규 단원 선발 등 인사권도 가지게 된다.
그는 지난 9월 27일 제673회 정기 연주회를 음악감독 지명자 자격으로 지휘했으며, 연주회 후에는 신규 단원 선발 2차 실기 전형의 심사를 맡기도 했다.
수개월에 걸친 상임지휘자 영입 과정에서 있었던 비화가 있었는지 묻자, 박인건 사장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외국의 유명 오케스트라의 경우 단원들의 투표로 지휘자를 선정하기도 하는데, 이는 오케스트라가 오랜 시간에 거쳐 성숙한 단계일 때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저희로서는 전적으로 단원들이 지휘자를 선정하게 할 수도, 그렇다고 단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지휘자를 선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단원들에게 지휘자 선정과 관련해 투표권을 주진 않았지만 단원들 의견을 비공식적으로 전달받았고, 지휘자 후보 세 명 중에서 요엘 레비를 감독으로 지지하는 단원이 70프로 이상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것이 요엘 레비를 음악감독으로 선정하는데 하나의 참고 사항은 됐지만 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단원들, 음악계, 그리고 언론들로부터 좋은 지휘자를 모셨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박인건 사장은 지난 제673회 정기 연주회 전에 가진 요엘 레비 감독의 기자회견에서도 역시나 관심을 모았던 단원 오디션에 대해서는 “신입 단원 오디션을 제외하고, 1등부터 실력 순으로 줄 세우는 식의 오디션을 안 한다는 것일 뿐 단원의 음악적인 부분에 대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감독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요엘 레비 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 단원들 내에서 오디션을 하는 것은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라고 말했으며, “단원이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굳이 오디션을 통해 알 필요가 없다. 리허설을 하다 보면 개개인의 기량을 다 알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요엘 레비 음악감독이 KBS교향악단의 지휘자 제안을 승낙한 이유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고, 뭔가 특별한 것을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라고 말했다.
“레비 감독님이 KBS교향악단을 ‘가능성이 있는 오케스트라’라고 보고 계시고, 지금보다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세요. 그리고 저희 단원들이 요엘 레비 감독님을 선호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레비 감독님은 ‘좋은 귀’를 가지셨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휘자가 단원들을 리드할 수 있는 가장 주요한 테크닉이기도 하지요. 감독님께서 온유하고 신사적인 성격이지만 음악적으로는 철저한 입장이기에 여러 가지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박인건 사장은 성급한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요엘 레비 음악감독이 KBS교향악단을 이끄는 동안 CD를 만들어서 교향악단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작업을 진행해야겠다는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단법인화, 그 후 1년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지 1년여 시간이 지난 지금, 교향악단 정상화와 상임지휘자 선정이라는 큰 산을 넘었다. 그리고 올해 목표로 세운 공연 횟수인 85회를 넘어서 93회의 공연을 가졌으며, 수익 면에서의 목표 역시 달성하게 될 것이다.
KBS교향악단은 과거 예술의전당에서 1회, KBS홀에서 1회, 이렇게 서울에서 총 2번의 공연을 진행했었다. 이 경우 관객들은 예술의전당 공연을 선호하지만 티켓 판매율이 높지 않았고, 다시 말해 서울에서 두 번의 연주를 하기에는 관객 동원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올해부터 서울에서 한 번의 연주회를 갖고, 다른 한 번은 경기도권으로 움직였다. 물론 과거에도 KBS교향악단이 지방 공연을 종종 가졌지만 올해에는 경기도권에서 적극적으로 연주회를 가진 것이다. 그래서 성남, 고양, 수원, 오산, 안산, 의정부, 하남 등에서 연주함으로써 KBS교향악단을 알리고 지방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기도 했으며, 더불어 수입도 높였다.
금년의 이러한 가시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하여 내년에도 역시 경기 지역 연주를 이어나갈 것으로, 현재 확정된 곳은 안양, 오산, 하남, 용인, 수원, 고양, 성남이며, 멀게는 부산, 대구에도 갈 계획이며, 세 곳 정도 더 추가될 예정이다. 그들의 내년 공연 횟수 목표는 95회 이상이다.
박인건 사장은 “이러한 성과는 바쁜 일정과 여러 환경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계속 이어나가고, 서로 돕고 돕는 과정에서 목표를 달성한 것이라 단원들, 사무국 직원들에게 사장으로서 고맙다”는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단원들의 마음의 상처가 모두 치유된 것은 아닙니다. 소통과 믿음에 대해서 완벽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 남아 있는 상태이지요. 아직 두 건의 소송인 함신익 전임 지휘자와 단원들 간, 그리고 일부 단원 간의 소송이 진행 중인데, 서로 배려하며 빨리 해결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글_배주영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3년 11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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