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음악춘추

피아니스트 박미정 & 첼리스트 배기정 / 음악춘추 2012년 5월호

언제나 푸른바다~ 2012. 5. 3. 15:59

 

 

피아니스트 박미정 & 첼리스트 배기정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회 시리즈

 

첼로는 하이든과 모차르트 시대에 점차 독주악기로서의 존재를 인정받았지만 하이든은 두 곡 정도의 첼로 협주곡만 썼으며, 모차르트는 첼로를 독주 악기로 덧붙여 쓴 미완성의 협주 교향곡 이외에는 첼로 협주곡이나 첼로 소나타를 작곡하지 않았다. 첼로 소나타는 베토벤에 이르러 음악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나 그는 첼로 협주곡은 작곡하지 않았으며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3중 협주곡만 남겼다.

 

베토벤이 첼로와 피아노를 위해 남긴 작품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무대가 올 봄과 가을에 마련된다. 523일과 1026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에서 개최되는 피아니스트 박미정과 첼리스트 배기정의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회 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첼로 소나타 5곡 전곡을 비롯해 모차르트와 헨델의 작품을 주제로 하여 작곡한 3곡의 변주곡을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피아니스트 박미정은 현재 동덕여대 피아노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첼리스트 배기정은 현재 서경대 겸임교수, 세종대, 연세대를 출강하는 한편, 현대음악 앙상블 에클라(Eclat), 서울시티쳄버 오케스트라, 고음악 전문 연주단체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 단원으로 꾸준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근래에 피아니스트 박미정은 네 번에 걸친 '실내악 스펙트럼'을 기획했는데, 그 중 마지막 무대에서 첼리스트 배기정과 베토벤의 피아노 트리오 다단조 작품1, 3을 연주한 것을 계기로 이번 음악회에서 다시금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은아와 함께 베토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전곡을 4회에 걸쳐 연주한 바 있는 박미정은 피아니스트로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물론이거니와 바이올린 소나타와 첼로 소나타도 섭렵함으로써 한층 깊어진 베토벤에 대한 견해를 들려주었다.

"베토벤이 다른 악기를 위해 남긴 소나타를 공부하며 오히려 피아노 소나타를 더 잘 이해하게 된 듯합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작품은 대부분 창작 초기나 초기에서 중기로 가는 과도기에 작곡되었지만 피아노 소나타는 초기에서 후기까지 꾸준히 작곡되어 그의 인생이 보이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첼로 소나타는 초기, 중기, 후기로 분산되어 작곡되어 예술적인 면에서는 더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베토벤의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소나타를 모두 연주해 보니 그의 내적인 이야기가 어떻게 되는지 혼자 상상해 보게 되네요."(피아니스트 박미정)

 

또한 첼로 소나타 제1번과 제2번은 베토벤이 청력을 상실하기 시작할 즈음 작곡되었고, 3번부터 제5번은 청력 상실에 적응된 시기에 작곡되었다고 설명한 박미정은, 그렇기에 제1번과 제2번은 오히려 더 연주하기 어려운 느낌이고, 나머지 세 곡은 작곡가가 듣지 못하지만 상상으로 작곡하는 것이 무르익은 상태라 더욱 호소력이 있는 듯하다고 소개했다.

덧붙여 박미정은 개인적인 견해로, 모차르트가 바이올린 소나타를 남겨서 베토벤이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할 때 어떤 모델이 되었지만 모차르트가 남긴 첼로 소나타는 없기 때문에 베토벤이 모차르트의 작품으로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을 작곡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베토벤, 그리고 그의 첼로 소나타를 가장 좋아해 언젠가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를 통해 의미 있는 무대를 만들어 보고 싶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베토벤 시리즈를 해오신 박미정 선생님께서 먼저 제안을 해주셔서 흔쾌히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박 선생님 말씀처럼 첼로 소나타가 초기, 중기, 후기로 고르게 분포되어 쓰였기 때문에 각 곡의 앙상블이 어떻게 짜여있고, 첼로와 피아노가 서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을 배우는 과정이 매우 즐겁습니다."(첼리스트 배기정)

유학 후 귀국한 지 6년이 되어 간다는 배기정은 이번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를 통해 바쁘게 연주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다시금 학생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며, 베토벤의 작품은 자신을 경건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청중께서 저희의 연주를 즐기실 수 있을 정도로 잘 준비된 상태로 무대에 서고, 경건해진다는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연주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즐거운 일을 하면 1시간이 1분처럼 지나가듯, 저희 무대가 청중에게 '언제 끝나지?'가 아니라 '벌써 끝났네'라고 느껴지는 연주가 되길 바랍니다."(첼리스트 배기정)

". 저는 요즘 사양길이라는 클래식 음악의 운명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는데, '열린 음악회'의 경우는 청중의 수준으로 내려가 즐겁게 해주려는 의도가 큰 반면, 어떤 음악회는 전공자만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무대도 있지요. 하지만 저는 청중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동시에 교육적이기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낍니다. 예전에 박완서 씨의 아주 오래된 농담서문에서 '재미와 뼈대가 함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글귀를 읽었는데, 저도 마찬가지로 피아니스트로서 그런 무대를 만든다면 보람되겠단 생각입니다."(피아니스트 박미정)

 

배주영 기자/ 사진김문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