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초대
테너 신동원
대중의 가슴을 울리는 드라마틱 테너
한국을 대표하는 신이 내린 목소리, 폭발적인 가창력의 소유자, 최고의 드라마틱 테너. 바로 트럼펫과 같이 파워풀하고 화려한 음색의 소유자인 테너 신동원을 지칭하는 이야기다.
그는 서울대 음대 성악과를 거쳐 미국 인디애나 음대와 필라델피아 음악 아카데미를 졸업했고, 일찍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 리치아 알바네제-푸치니 콩쿠르, 카루소 콩쿠르, 쟈르쟈리 콩쿠르, 팜비치 오페라 콩쿠르 등 유수 국제 콩쿠르에서의 수상을 비롯하여 오페라 ‘아이다’에서 라다메스역으로 영국 코벤트 가든의 로얄 오페라 하우스에 화려하게 데뷔해 같은 역으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극장, 독일의 베를린 국립극장, 미국의 샌프란시스코극장, 필라델피아 오페라극장, 핀란드의 사볼리나 축제에서 공연하였다. 특히 미국의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에서 지휘자 Carlo Rizzi와 함께 공연하여 호평을 받은 바 있는 그는 현재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3월 22일 영산아트홀에서의 독창회를 성황리에 마치고 연이어 서울시오페라단의 「아이다」에서 주역을 맡아 연습에 한창인 테너 신동원을 만나기 위해 봄비가 내리는 날 오후,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화제의 오페라라는 것을 증명하듯 들어서는 계단과 벽면에 있는 포스터를 통해 쉽게 그가 출연하는 오페라 「아이다」에 관한 공연 정보를 알 수 있었다.
“미국에서 귀국하고 곧바로 독창회를 하게 되어서 시차적응 때문에 준비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잘 마쳤습니다. 프로그램은 테너들이 좋아하는 아리아 위주로 하면서 제 목소리에 어울리는 곡으로 선정하였고요. 그리고 바로 이어서 오페라 「아이다」와 같이 좋은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감사하고 기쁜 마음입니다.”
어릴 때부터 노래를 좋아하는 소년이었던 신동원은 박인수와 이동원이 부른 가곡 「향수」를 접하면서 노래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그의 노래를 들은 주변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배워볼 것을 권유해 고등학교 때 무작정 서울대 음대에 있던 박인수 교수를 찾아가 노래를 가르쳐 달라 했었다고 한다.
“박인수 선생님을 만나 뵙기 위해 음대에 있는 선생님 방을 찾아가니 너무 늦은 시간이라 퇴근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성악과 사무실에 있던 한 대학원생이 그런 저를 보며 웃으면서 교수님은 안 계시고 대신 테스트는 한 번 해주겠다 하여 제 노래를 들려드렸고, 제 목소리가 아주 좋다는 평을 해주셔서 용기를 얻어 부모님을 설득해 노래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뭘 믿고 무작정 선생님을 찾아갔는지 모르겠네요(웃음).”
박인수 교수는 음악뿐 아니라 인생의 전반적인 가르침을 주는 멘토이며, 음악가로서 걸어가야 할 길과 목표를 제시해 줌은 물론 인생의 대선배로서 조언을 많이 해준다고 말하는 신동원은 덧붙여“제가 박인수 선생님을 만난 것은 음악을 하면서 큰 축복이자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가르침을 주신 말씀 중 무대에 서기 전 주문처럼 외우는 것이 있는데요. 그것은 ‘나의 연주를 보러 온 청중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연주를 하자’입니다. 이 말을 제가 마음에 담고 무대에 임하는 이유는 저의 연주를 보러 온 청중의 마음을 터치할 수 있는, 감동을 줄 수 있는 연주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가, 성악가로서의 이 즐거운 의무감은 제가 마땅히 감당해야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였다.
그 동안 국내외에서 가졌던 많은 공연들 중 오페라 「투란도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특히 「공주는 잠 못 이루고」와 같은 아리아는 테너라면 누구나 욕심을 내는 곡이라 감정에 충분히 젖어서 불렀을 때 관중의 환호나 박수소리 또한 남다르다고.
그렇다면 그에게 「투란도트」에 관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지 질문을 하자, 연신 미소를 지며 “친척 중 한 분이 시카고에서 결혼을 하게 되어 그것을 도와주며 축가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때 제 매니저로부터 ‘호주 오페라단의 오페라 「투란도트」 개막일이 내일인데 갑작스레 배역 테너가 아파 노래를 할 수 없으니 그 역을 대신하기 위해 네가 호주로 가야 한다’는 연락이 왔어요. 하지만 저는 그 때 결혼식을 챙기는 중이었기 때문에 갑자기 호주로 떠나기가 힘든 상황이었고, 매니저에게 갈 수 없는 제 상황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날 밤 11시쯤 ‘신동원! 꼭 네가 와야 한다’는 연락이 와서 호주로 떠났습니다. 사실 갑작스레 섭외된 저 때문에 연출가도 걱정과 긴장을 많이 하였는데, 의외로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재밌었던 기억은 연출자가 ‘동원만 빼고 다 틀렸다’고 했고, 사람들도 신기해 했습니다. 후에 저를 그 때 왜 필요로 했는지 지휘자 패트릭 서머스 선생님께 물으니 전에 제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었고, 그 기억이 오래 남아 꼭 제가 와줬으면 했다더라고요.”라며 당시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가끔 귀국해서 무대에 서보면 서양문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국내 음악가들의 실력과 음악적인 환경이 많이 발전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하는 그는 국내외 현장에서 부딪치며 익혔던 것들이 차츰 드러나면서 노련미가 생기는 것 같고, 과거 박인수 선생이 조언한 예술가로서 가야 할 방향이 조금씩 이해가 되고 있다고 말하였다.
“학생 때 나름 콩쿠르에도 많이 참가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박인수 선생님께서 ‘노래를 할 때 울리는 꽹과리는 되지 마라’라고 하셨습니다. 꽹과리처럼 소리만 좋고 감동이 없는 노래를 하지 말라는 말씀이었죠. 항상 의미 없는 멜로디는 부르지 말고, 소리도 중요하지만 감성을 터치하면서 음악이 잘 전달될 수 있는 노래를 하라고 하셨는데, 학생 때는 그 뜻을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어떤 음악을 해야 하는지 생각이 깊어지면서 이제서야 선생님의 말씀이 이해되더라고요. 그 때의 저처럼 노래를 공부하는 다른 분들도 아마 경험이 많지 않아서 못 느끼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노래로 방향을 잡아 연구한다면 우리나라에는 잠재된 훌륭한 인재들이 많기 때문에 훌륭한 음악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_이은정 기자 / 사진_김문기 부장
-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3년 5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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