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초대
작곡가 이건용
무르익은 감성으로 창출하는 예술 세계
독일의 시인 사무엘 울만은 시 〈청춘(Youth)〉에서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어간다”고 노래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건용 선생은 ‘청춘’과도 같았다. 오는 2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교수 직을 내려놓는 그이지만, 현재 서울시오페라단의 단장 겸 세종문화회관 서양음악 총괄감독으로서,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명으로서 여전히 젊은이와 같은 청춘의 때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건용 선생은 작곡가로서 지난 2012년 하반기를 매우 분주하게 보냈다. 9월 26일에는 ‘농(弄) 프로젝트-작곡가의 초상’에서 그의 최근작(2007년 이후)이 연주되었고, 자신의 음악 스타일에 대해 직접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11월 2일과 3일에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로 그의 국악관현악 작품 6편이 무대에 올랐다. 이는 근 30년에 걸친 노작(勞作)으로, 그가 국악기를 위해 쓴 첫 작품은 아니지만 그 날 연주된 곡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인 「태주로부터의 전주곡」은 1980년대 초반에 작곡되었고, 가장 최근 작품은 2007년에 작곡한 「가을을 위한 도드리」였다.
“내 작품을 연대기 순으로 열거해 본 기회라 매우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실 나는 서양음악 작곡가이지만 국악기 작품을 위촉받아 쓰다 보니 국악관현악곡이 많아졌어요. 나를 서양음악 작곡가로 취급하지 않고 국악 쪽에서 자신들의 프로그램으로 택해준 것에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 연주회에서도 이런 말을 했는데, 사실 내가 국악을 얼마나 잘 알아서 작곡을 했겠어요. 그래서 「태주로부터의 전주곡」이 초연될 당시 연주자들이 고통스러워했고, 더 고통스러웠던 작품은 1973년 「분향」이지요(웃음). 작곡가인 나와 연주자들이 시행착오를 같이 겪으면 탄생한 작품들이기에, ‘반은 내 곡이지만 반은 연주자인 여러분의 곡이다. 새로운 것을 해보려는 의욕이 결국 이런 곡들을 만들어 냈기에, 지금 돌이켜 보면 내 성장, 변모에는 여러분도 같이 있다.’라고 말했어요.”
이어 11월 8일에는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이 위촉한 그의 「대금 협주곡 ‘풀’」이 초연되었고, 12월 14일과 15일에는 어린이 합창 오페라 「왕자와 크리스마스」가 공연되었다.
그 사이 활동으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11월 17일부터 26일까지 서울시오페라단에서 선보인 ‘모차르트 오페라 시즌’이다. 이는 국내 최초로 모차르트의 대표 오페라 「돈 조반니」, 「코지 판 투테」, 「마술피리」 세 작품을 하루에 한 작품씩 번갈아 가며 공연해, 작품별로 각 4회, 총 12회 진행한 것으로,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모차르트 공연의 프로그램북을 들며 “이건 내 작품은 아니지만”이라고 운을 떼며 소개하는 이건용 선생의 얼굴에는 자신의 작품 활동에 대해 이야기할 때보다도 더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모차르트 오페라 시즌’이 히트를 친 거 같아요(웃음). 세 오페라 중 하나만 본 사람이 더 많지만, 다 본 사람도 꽤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는 관객 역시 모차르트의 이 오페라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어 선생은 “이 오디션에 169명의 성악가가 왔으며, 공연에서는 합창단을 제외하고도 등장인물만 50명에 이르는 대형 기획이 가능한 우리나라 성악계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생은 세종문화회관 서양음악 총괄예술감독으로서 관여하고 있는 서울시합창단,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 서울소년소녀합창단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은 교육기능으로, 아이들이 활동 비용을 내거나, 연주료를 받지 않고 그저 즐겁게 노래하며 음악 경험을 쌓는 곳입니다. 정확한 음정, 깨끗한 음색 등 잘 훈련된 단체라 외국에서 공연해도 손색없는 좋은 합창단이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활동하면 될 것이라 봅니다.”
하지만 선생은 서울유스오케스트라의 경우 현재 단장이 공석인데, 이 오케스트라는 대학생만 활동해 대학을 졸업하면 계속 단원이 바뀌기 때문에 연주 기량이 확 늘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기능으로 운영하기에는 대학생이다 보니 각자가 속한 학교 오케스트라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교육적 기능과 연주 기능 사이에서 갈피를 잡아야 하는 유스오케스트라는 큰 방향으로 생각해 볼 때 단장 임명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며, 소수의 운영위원회 체제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요즘 대학생들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고 있으므로 연령 제한도 상향 조정할 계획이며, 오케스트라는 세계적인 지휘자와 함께 연주하는 경험이 중요하므로 그러한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 줄 수 있는지 방법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서울시합창단은 토론회를 가져 보니 단원들이 그 동안 갈등이 많은 듯했지만 최근 김명엽 지휘자가 새로 오며 상당히 안정되었다며, 지난 모차르트 오페라 시즌도 서울시합창단이 적극적으로 도와준 덕분에 두 시립 단체가 이상적으로 결합된 상태에서 연주할 수 있었고 말했다.
글_ 배주영 기자 / 사진_ 김문기 부장
-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3년 1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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