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초대
메조소프라노 추희명
깊이 있는 음색과 드라마틱한 감성으로 노래하는 카르멘
***글로리아 오페라단의 카르멘을 성황리에 끝내셨는데요.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일단, 「카르멘」이라는 작품을 갈라콘서트가 아닌 풀 프로덕션으로 공연하게 된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카르멘」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버전으로, 저 스스로에게 감회가 새로운 작품이었습니다. 그동안 카르멘이란 역할 하면 생각나는 진부한 틀에서 벗어나, 제 스스로에게 새로운 동기를 부여해준 공연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페라 「카르멘」은 대사를 노래로 이끌어가는 레치타티브 버전과 말로 하는 대사 버전이 있는데 대사와 노래를 연결시키는 방법에 따라서 오페라 전체의 느낌이 달라집니다. 특히 이번 「카르멘」은 여태까지 우리나라에서 공연했던 대사 버전 중에서도 가장 연극적인 요소가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르멘과 남다른 인연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신 다면요?
2000년도 6월, 세종문화회관의 기획공연 「카르멘」에서 주연을 맡으며 국내 무대에 데뷔했습니다. 당시에 저는 미국에 있었는데,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에서 「카르멘」 오디션 공고를 보고 바로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대학 재학 시절에도 지도 교수님들의 추천으로 콩쿠르에서 카르멘 아리아를 부르기도 했었는데요. 귀국하면서 카르멘 역할을 무조건 내가 해야겠다는 남다른 의지를 가지고 오디션에 임했었습니다. 카르멘으로 데뷔할 때를 돌아보면, 당시에 저와 함께 공연을 하셨던 선생님들이나 선배님들께 감사합니다. 어린나이에 무모하게 도전했던 제가 많이 부족했을 텐데, 그분들께서 잘 이끌어 주셨기 때문에 데뷔를 잘 마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다시 「카르멘」을 하면서 주변의 파트너와 상대배우들이 어느덧 선배와 친구에서 후배로 바뀌어 있음을 보면서 세월의 흐름을 실감했고 제가 더욱더 모범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카르멘을 맡으면서 이전에 했던 카르멘과 어떻게 다르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해 중접을 두었습니다. 이제는 1막부터 4막까지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오페라 전체를 단막 적으로 바라보고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숲을 보면서 나무를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하다 보니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선배로써 후배들과 어떻게 오페라를 이끌어가야 할지에 대한 압박감과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저희끼리는 농담으로 제 별명을 추르멘이라고 부르는데요(웃음). 이것은 저만의 카르멘 색깔이 뚜렷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는 제가 도도하고 건방진 카르멘을 연기 했었는데, 이번에는 뇌쇄적인 카르멘을 연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준비하였습니다. 연습하는 2주 동안, 연습실에 오전 11시에 나와서 밤 10시까지 오로지 연습에만 집중하면서 처음 카르멘을 맡아 연습할 때를 떠올리며 준비했습니다. 이렇게 준비하지 않으면 기존과 똑같은 카르멘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소리와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변화를 주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카르멘」을 준비하면서 프랑스 연출가에게 원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카르멘은 호세를 사랑했지만 둘의 너무나 다른 삶을 알고 있었고, 호세가 카르멘 자신의 집시 생활을 지탱하지 못할 마마보이 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매개체를 통해 질투심을 불러일으켜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카르멘이 죽는 장면도 원작은 스스로가 자살하는 모습을 그린다고 말해주면서 카르멘의 정서에 대해서 다시금 고민하게 해주었습니다. 이번 연출에서 4막이 특히나 마음에 드는데요. 조명으로 새장을 표현하여 카르멘을 가두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제 모습을 직접 보지 못했지만, 당시 카르멘의 심경을 정확하게 표현한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카르멘이 죽는 마지막 장면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하기 위해서 연출자의 지시와 다르게 카르멘을 두 번 찌르는 등, 감정의 고조를 표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번 「카르멘」은 막 하나하나 하기에 급급하기 보다도 전체적인 그림을 차분하게 그리면서 접근하게 된 것이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카르멘이라는 역할에 대한 기회가 많이 주어졌었기 때문에 카르멘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고민 할 수 있었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연습 때 고민했던 소리에 대한 만족을 얻었습니다. 오페라를 이끌어 가려면 정말 숙련된 발성과 정확한 음정에 집중해야하는데 이번 「카르멘」에서는 소리와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이 저에게는 행운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음악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저는 처음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서울예고 피아노과에 재학하면서 성악 반주를 하면서 잠깐씩 부르던 노래를 듣고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성악을 하라고 권유하였습니다. 고민하던 중에, 학교에서 하는 성가합창제에서 노래를 하게 되었고 고3때부터 본격적으로 노래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서울예고에서 양재무 선생님의 권유로 전과를 하게 되었는데 사실 서울예고에서 전과를 하는 것은 정말 드문 케이스입니다. 그 시기가 저의 인생에서는 굉장히 큰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 이였습니다. 지금도 선생님들께 “왜 저보고 성악을 하라고 하셨나요?”라고 물으면 당연히 노래를 할 줄 알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웃음). 어릴 때부터 노래를 꾸준히 한 사람도 많이 있지만, 저는 출발점이 비교적 늦었기 때문에 더욱더 갈망하고 탐구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갈 길이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하고 욕심이 나는 작품과 역할이 많습니다. 아직도 무대에 서면서도 제가 부족함을 느끼면서 많이 배워야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메조소프라노도 소프라노만큼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사실 메조소프라노가 드물기 때문에 저에게 기회가 많이 찾아왔던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의 암네리스, 오펜바흐 오페라 「호프만이야기」의 니클라우스,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케루비노 등 메조소프라노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서울시 오페라단의 오페라 「가면 무도회」의 울리카라는 집시 역할을 했었는데, 굉장히 무거운 역할이었음에도 완전히 노래와 연기에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 역할을 했을 때, 어느 기사에도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글이 실렸었는데요. 정말 노래에만 몰입할 수 있는 강렬한 역할 이였습니다. 또한,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의 암네리스를 연기 했을 때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보통 오페라의 여주인공은 10대 연약한 여자인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강한 역할들을 통해서 저의 소리와 카리스마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되어서 개성 있는 역할들도 앞으로 지속적으로 하고 싶습니다.
어릴 때 동아콩쿠르에서 입상하고 줄리아드 음대를 진학하면서 뭔가 음악적으로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데뷔하여 무대에 서보니 저의 부족한 점을 많이 느끼게 되었고 지금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르멘을 연기하면서도 어느 q부분을 고쳐야 할까, 아직도 기존에 카르멘 틀을 깨지 못한 부분이 많구나 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또한, 공연을 끝내고 나면 이번에 마음을 다해 몰입을 했는지, 다음번에는 어느 부분을 수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꾸준히 고민합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서 후배님들에게 모범이 되어 앞서서 길을 잘 닦아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감사한 것은 저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서 지금까지 같이 활동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모두들 저처럼 무대에 서면서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는데 외롭지 않게 좋은 동료들과 함께 갈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는 만나면 서로에 대해서 코멘트 해주면서 무대에 설 때 교만하지 말자고 항상 이야기하고 연기, 노래, 발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오페라계를 이야기를 나눕니다. 저는 자신의 위치가 어떻든 항상 다름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렇게 서로에게 냉정하고 따뜻하게 이야기 해줄 수 있는 동료들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안양대학교 성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신데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학생들에게 항상 제가 하는 말은 무대 위에 화려한 면만 보지 말고, 그 자리에 서기 위해서 감당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오페라의 아리아 한곡을 부를 때와 달리, 오페라 전체를 감당할 수 있는 실력이 되기까지 음정, 발음 연습이 얼마나 필요했을지 생각해보라고 말하면서, 화려함 뒤에 숨어있는 노력과 고된 공부를 강조합니다. 너무 힘들게 공부한 작품일수록 더 좋아집니다. 또한 학생들이 어려운 과제를 해왔을 때, 칭찬보다는 그 다음에 해야 할 단계를 이야기 합니다. 또한, 음악회를 많이 가서 직접 듣고 볼 것을 강조합니다. 음악회에 직접 가서 음악을 듣고 의상과 무대매너를 보면서 배우고, 스스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를 키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요즘에는 영상이 너무 많이 발달하여 직접 음악을 듣는 것보다는 마이크로 뽑아내는 소리를 듣다보니 엉터리로 공부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아날로그 식으로 공부하라고 학생들에게 이야기 해주는 편입니다. 또한 오페라는 공동의 작품으로 팀워크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합심하는 것을 학생들에게 강조합니다. 저 또한, 오페라를 하면서 후배들과의 팀워크를 위해 많은 시간을 가지면서 좋은 작품을 끌어내도록 노력하는데요. 평소에 사람들이 저에게 주위 사람들이 저에게 너무 권위의식이 없는 거 아니냐고 말을 합니다(웃음).
***선생님의 음악에 큰 영향을 주신 분들이 있으신가요?
피아노과에 있던 저에게 성악과로 전과하라고 제안을 하신 것은 양재무 선생님(서울예고 전임) 이십니다. 그 후, 저의 첫 성악 선생님이 정은숙 선생님(전 세종대 교수, 전 성신여대 석좌교수)이십니다. 이 두 분들이 계셨기에 저의 삶에 큰 변화가 있어났다고 할 수 있겠죠. 지금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정은숙 선생님께서는 제가 작품을 할 때마다 지방까지 다 오셔서 용기를 불어 넣어 주셨습니다. 데뷔작품인 「카르멘」을 공연 할 때는 막이 끝날 때마다 찾아오셔서 노심초사 하시면서 응원해 주셨습니다. 어렸을 때는 무대가 끝나고 나면 선생님께 항상 오늘의 무대가 어땠는지 여쭤보곤 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럴 때마다 칭찬보다는 다음에 더 잘할 것을 말씀하셨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저를 강하게 훈련 시켰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제가 데뷔를 하고나서 같이 작품을 했었던 많은 선후배님들과 동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를 만나느냐가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합니다.
메조소프라노 추희명
메조소프라노 추희명은 서울예고, 이화여대 실기 수석 졸업 후 도미하여 뉴욕?쥴리어드 음대 대학원 졸업하였다. 제33회 동아음악콩쿠르 입상, 제6회 이대웅? 콩쿠르 1위, 조선일보 신인음악회 출연, 뉴욕 푸치니 국제 콩쿠르 입상 등 다수의 콩쿠르에서 수상하였으며, 국립오페라단,서울시 오페라단 외 국내 유수 단체와 오페라, 오라토리오 협연하였다. 현재는 안양대학교 성악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글_김진실 기자. 사진_김문기 부장.
기사의 일부만 수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음악춘추 2016년 7월호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문기의 포토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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