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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시설 때문에 집값이 올라간다? - 오마이뉴스

언제나 푸른바다~ 2009. 9. 2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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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시행을 앞두고 노인병원과 노인요양시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노인복지전문가 유경 기자와 우리나라의 노인요양시설을 돌아보고 어떤 곳이 있으며 어떤 요건을 갖춰야 입소할 수 있는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자 탐방에 나섰다. 무료시설, 실비시설, 유료시설 등을 골고루 돌아볼 예정이다.<기자 주>

만일 우리 동네에 노인전문요양센터가 들어온다면 집값이 오를까, 내릴까? 마포에 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가 들어설 예정인데 일부 동네주민들이 집값이 떨어진다면서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생각이다. 그렇다면 '노인요양시설'도 쓰레기소각장이나 화장장 같은 혐오시설로 분류가 된다는 건가? 대규모 반대집회가 열리거나 현수막이 내걸렸던 건 아니지만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내가 사는 동네에 '노인요양시설'이 들어온다면 무척이나 반가울 것 같았다. 노인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을 요양시설에 모실 수밖에 없다면 집에서 가까운 시설에 입소하시게 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그렇다면 시설에 들어간 부모님도 자녀들이 가까이 살고 있기 때문에 좀더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봤다.

유경 기자는 "집값이 떨어진 이유가 사실은 없다"며 "내게도, 우리 가정에도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와 닿지 않아서 그렇다, 오히려 요즘처럼 복지욕구가 높아지다 보면 집값이 오르는데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

전국에서 가장 큰 시설... 서민층을 위한 서울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

두 번째로 노인복지전문가 유경 기자와 함께 탐방에 나선 곳은 서울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원장 조항진)이다. '서울시립중랑노인전문요양원'과 명칭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입소자격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곳은 서민층을 위한 '실비 노인전문요양시설'이기 때문이다. '전문'이라는 명칭이 들어갔으니 치매와 중풍을 앓는 노인들을 위한 시설이다.

중랑노인전문요양원은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들을 대상으로 하며 입소비가 무료인 반면에 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는 입소비를 매달 낸다. 일반 사설요양원에 비하면 입소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한달 입소비용이 72만7천원이고 입소보증금은 436만2천원인데 퇴소할 때 돌려받는다. 기저귀나 기타 소모품비는 따로 내야 한다.

때문에 입소자격에 제한이 있는 건 당연. 2007년 기준으로 가구당 1인 평균소득이 100만원 이하여야 한다. 4인가족이라면 가구 소득이 4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입소연령은 65세이상.

현재 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는 온누리복지재단에서 위탁운영 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1인당 50만정도의 예산을 지원하며, 온누리복지재단에서 전체 비용의 8%정도를 부담한다.

조혜진 전문요양팀장은 "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가 서울시에서 가장 큰 노인요양시설로 전국에서 가장 큰 시설"이라고 말했다. 2005년 8월에 개원했으며, 현재 정원은 250명. 남자가 전체 정원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실비인 만큼 입소를 기다리고 있는 대기인원도 상당히 많다. 여자가 80명 정도, 남자가 40명 정도로 신청하고 난 뒤 입소까지는 6개월 정도 기다려야 한단다. 입소자 중 치매노인이 60%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중풍노인이다. 누워만 있는 와상 노인은 층마다 10명 정도.

▲ 요양실. 방 1개에 4명이 입소해 있다.
ⓒ 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

가구당 1인 평균소득 100만원 이하여야 입소자격 주어져

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에는 이외에도 단기보호센터와 주간보호센터, 가정봉사원양성센터가 있다. 단기보호센터는 이름 그대로 단기간 동안 노인들이 입소할 수 있는데 기간이 일년에 90일을 넘길 수 없다. 비용은 한달에 45만원. 같은 시설을 이용하지만 전문요양센터에 비해 비용이 아주 저렴하다. 입소자격은 같다. 주간보호센터는 낮 동안 치매와 중풍 노인들을 맡아주는 곳으로 한달에 20만원이다. 정원은 각각 50명으로 단기보호센터는 현재 38명이 입소 중이며, 주간보호센터는 20명가량 이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입소노인들을 돌보는 인력은 몇이나 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전체 직원은 150명 정도며 100명이 생활지도원인 간병인이다. 사회복지사는 11명, 간호사는 18명으로 간호사의 비율이 다른 곳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케어 인력이 넉넉한 건 아니다. 시설의 특성상 하루도 쉬지 않고 모든 직원들이 3교대로 일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근무 인력이 적다고 할 수 있다.

입소노인이 250명이고 생활지도원이 100명이면 계산상으로는 노인 2.5명당 1인의 간병인이 배정되지만 3교대로 24시간 케어를 하다보면 실제로는 간병인 1인당 10명의 노인을 케어한다. 그것은 간호사도 마찬가지. 3교대이다 보니 18명이지만 실제로 근무하는 인원은 1층당 1명이다. 요양실이 4개층에 걸쳐 있으므로 한층당 1명씩 4명이 근무하는 셈이다. 각 층에서 생활하는 노인이 70명선인 것을 감안하면 간호사 1명이 전부를 케어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보호자들이 가장 불만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케어인원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입소비용을 내는 만큼 보호자들의 요구사항도 많다고 한다. 직원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겠지만 노인을 맡긴 보호자 입장에서는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받기를 원하는 건 당연할 듯.

케어 인력 중에 남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복지사 11명 중 남자는 5명이다. 남자간병인은? 한 명도 없다.

유경 기자의 말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개호보험이 시행되면서 남자 간병 인력이 급증했는데 우리나라는 그 수가 무척 적은 편"이라고 한다. 앞으로 남자 간병인이 좀더 많이 늘어나야 환자의 이동은 물론이고, 남자 환자들의 간병과 수발, 폭력적인 문제행동 등에 대한 대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유경 기자는 덧붙였다.

▲ 거실. 유니트마다 거실이 하나씩 있다. 1개층에 4개의 거실이 있다.
ⓒ 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

80세 이상 노인 50%... 보호자 참여 활발한 편

촉탁의사가 한명 배치되어 있는데 촉탁의는 처방권이 없기 때문에 입소노인이 아플 때에는 보호자에게 연락해서 병원으로 모시고 가게 한다. 응급상황이면 센터에 있는 앰뷸런스를 이용해서 협력병원인 동부시립병원으로 간다. 입소자의 병원진료는 보호자가 판단해야 할 일이며 병원비 또한 보호자의 부담이다.

조혜진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는 가정과 유사한 환경으로 만든 '유니트 케어'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요양시설의 특성상 병원 같은 느낌을 많이 주는데 최대한 가정과 같은 느낌이 들도록 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한다. 물론 관리상에는 전체를 한눈으로 조망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각층에는 식당을 중심으로 4개의 유니트가 배치되어 있는데 각 유니트에는 4~5개의 방이 있고, 유니트마다 거실이 따로 있다. 그곳에서 입소자들은 티브이를 시청하거나 담소를 나눈다. 방은 전부 침대가 비치되어 있으며, 방 하나를 4명이 사용하고 있다. 침대 머리 위에는 개인공간이 있어, 꽃이나 사진 등으로 곱게 꾸며진 곳도 여러 곳 있었다.

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도 각 층마다 출입이 통제된다. 이곳은 카드키를 사용하고 있었다. 아무나 들어가거나 나올 수 없는 것은 입소자들의 특성상 어쩔 수 없겠으나, 노인들이 대규모로 수용되어 있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특히 입소자들이 하루 종일 환자복을 입고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집이라는 느낌이 들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환자복과 관련해 조 팀장은 관리상의 어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단기보호센터에 입소한 노인까지 합하면 300명에 가까운 입소자들의 옷을 일일이 개인별로 식별해서 세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 속옷은 개인별로 표시를 해서 각 층별로 간병인이 따로 세탁을 하지만 환자복은 한꺼번에 처리하고 있다. 피부질환이 있는 입소자의 옷도 개별처리 한다.

▲ 욕실. 욕실용 의자와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다.
ⓒ 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
입소자 중 최고령자의 나이는 100세 여자노인이라고 한다. 전체 입소자중에 80세 이상의 노인이 거의 50% 가까이 된다. 평균연령은 74세. 고령 노인인구가 점차로 늘어나고 있다는 실감이 났다. 80세 이상의 노인이라면 아무리 건강하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손길이 필요할 수밖에 없을 터. 취재를 하면서 지금처럼 노인인구가 빠르게 늘어난다면 앞으로는 65세가 아니라 70세 혹은 그 이상이 되어야 노인으로 인정하고 그에 따른 수혜를 받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곳에서도 다른 노인요양시설과 마찬가지로 입소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미술, 음악, 원예 치료를 하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의지는 약한 편이라고 한다. 한달에 한번씩 생일잔치를 하고, 일년에 두 번 정도 나들이를 하며, 추석이나 설날 때는 행사를 한다. 특히 무료시설과는 달리 유료시설이기 때문에 보호자들의 참여가 활발한 편이고, 보호자들도 자주 찾아오는 편이라는 게 조 팀장의 설명이다.

노인전문요양시설은 한번 들어오면 병이 악화되어 병원으로 옮겨가거나 사망해야만 퇴소한다. 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는 실비부담이므로 3개월간 입소비를 내지 못하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입소비를 내지 못해 강제퇴소를 당한 경우는 없단다.

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는 도심에서 가깝지, 최신식 시설이 완비되어 있지, 입소비 저렴하지, 나무랄 데가 거의 없었다. 중풍과 치매로 고생하는 부모님을 이런 시설에서 보살핌을 받게 할 수 있다면 운이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건강하던 건강하지 않던 노인들이 가족들과 함께 여생을 보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런 여건이 아니라면 차선책으로 요양시설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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