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공부하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하는 영화 3-3

언제나 푸른바다~ 2005. 11. 6. 22:46
300x250
68 로리타 Lolita 1962
스탠리 큐브릭 | 153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2.35:1 | 돌비 디지털 모노 | RC 3 | 워너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정교한 원작 소설을 어떻게 화면으로 옮길 것인가? 큐브릭에게 중요한 것은 성적 집착과 가혹한 운명, 그 사이를 유연하게 봉합하는 블랙 유머의 시침질이었다. 지루한 내면 독백이나 번잡스러운 군더더기를 제거한 큐브릭의 연출력은 간결하고도 함축적이다. 로리타에 대한 최초의 매혹은 나른한 서핑 음악과 매니큐어 광택 나는 발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그것이 그토록 유혹적이고도 치명적이기에 냉정한 결말 처리는 더욱 서늘하다. 변신의 마술사인 피터 셀러스(?) 셸리 윈터스와 강박 관념 묘사에 달인인 제임스 메이슨의 연기력도 뛰어나다.

69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 The Man Who Shot Liberty Valence 1962
존 포드 | 123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1.78:1 | 돌비 디지털 5.1 | 파라마운트
존 포드의 후기 웨스턴 중에 한 편만 꼽으라면 사람들은 당연히 <수색자>와 이 영화 사이에서 주저하게 된다. 각각 독특한 마력이 있기 때문. <수색자>가 신경증적인 존 웨인을 통해 미국의 현재의 역사(흑백 갈등)를 표현하고 있다면, 이 영화는 과거 웨스턴의 신화에 대한 향수로 가득한 작품이다. 그래서 <수색자>의 마지막 장면에 눈물을 뿌린 사람들은 이 영화에서는 거의 통곡하게 될지도 모른다. 총잡이 톰(존 웨인)과 변호사 랜스(제임스 스튜어트)의 엇갈린 운명, 신화와 역사의 끊어진 고리는 사라진 웨스턴에 대해 다시 사유하게 만든다.

70 쥴 앤 짐 Jules et Jim 1962
프랑수아 트뤼포 | 101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2.35:1 | 돌비 디지털2.0 | RC 3 | 알토미디어
프랑수아 트뤼포는 감독 데뷔 이전부터 이 작품의 각색에 매달렸다. 앙리 피에르 로셰의 원작 소설이 담고 있는 위태로운 삼각관계와 아름다운 우정에 매료됐던 것. 이성적인 독일인 쥘과 재치 있는 프랑스인 짐, 그리고 그들이 동시에 사랑하는 자유 분방한 여인 카트린을 통해 ‘3’이라는 숫자가 이루는 관계의 본성을 파고든다. 연애와 결혼의 방식, 사랑의 줄다리기에 대한 다양한 태도는 섬세하면서도 탐미적으로 그려진다. 서플먼트에는 2000년에 녹음된 잔 모로와 세르주 투비아나의 음성 코멘트와 원작에 대한 트뤼포의 인터뷰 등이 수록되어 있다.

71 아라비아의 로렌스 Lawrence of Arabia 1962
데이비드 린 | 227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2.20:1 | DD 5.1 | RC 3 | 콜럼비아
1차 대전 기간 중 아랍 전사를 이끌고 터키군에 맞선 영국 장교의 이야기로, 1962년 아카데미 7개 부문을 석권했다. 1989년 완벽하게 복원된 프린트에 기반하고 있어 타이틀 퀄리티도 최상급이다. 2.20:1 비율의 화면은 명촬영감독 프레디 영이 포착한 황홀한 테크니컬러 스펙터클 신을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 선명도, 색감, 윤곽선 처리 등 모든 면에서 흠 잡을 곳이 없으며, 5.1채널로 리마스터링된 음질도 박력과 섬세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새로 수록된 메이킹 다큐, 이 영화의 추종자인 스필버그와의 대화 등 볼 만한 것이 많다.

72 알라바마 이야기 To Kill a Mocking Bird 1962
로버트 뮬리건 | 124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1.85:1 | 돌비 디지털 모노 | RC 3 | 콜롬비아
국내에도 베스트셀러였던 하퍼 리의 자전적 소설 <앵무새 죽이기>가 원작이다. 1930년대 공황기의 암울한 시대상과 뿌리 깊은 인종적 편견을 재현한 가족 멜로드라마다. 꿋꿋한 신념과 올곧은 의지를 가진 변호사이자 자상한 아버지 역할을 매력적으로 체현한 그레고리 펙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집 밖을 얼씬거리지 않는 수수께끼의 인물 부 래들리를 연기한 로버트 듀발의 젊은 시절 모습도 감회가 새롭다. 천진한 아이들의 시점을 활용하여 어른들의 심성과 각박한 환경을 비추는 화법은 원작 소설을 모범적으로 각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73 대탈주 The Great Escape 1963
존 스터지스 | 175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2.35:1 | 돌비 디지털 5.1 | RC 3 | 폭스
2차 대전 중의 한 독일 포로 수용소, 철통 같은 경비와 삼엄한 감시로 악명 높았던 이곳에서 악동 기질을 제각각 지닌 연합군 포로들이 수용된다. 이 일단의 전문가들은 신분증 위조와 땅굴 파기, 훔치기 기술 등을 총동원하여 대규모 탈출 작전을 감행한다. 본격적인 탈출 러시에서 전개되는 오토바이와 비행기의 속도전은 대규모 전투와는 다른 위험천만한 흥분과 스릴을 선사한다. 화질은 장대한 스케일을 폭넓게 아우르며 땅굴 장면과 지상 장면을 뚜렷하게 대비시킨다. 실제 포로 수용소 탈출의 뒷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도 볼 수 있다.

74 북경의 55일 55 Days at Peking 1963
니콜라스 레이 | 162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2.35:1 | 돌비디지털 2.0 | RC 3 | 스펙트럼
영화로 그린 역사는 만드는 사람의 입장이 녹아든다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정치적이다. 이 영화 역시 서구의 입장에서 바라본 중국의 근대사. 청조 말기 아편 전쟁의 시작으로 서양 열강의 중국 침탈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민중들은 이른바 '의화단 사건'이라는 반제국주의 무력 운동을 일으킨다. 영화는 바로 이 '의화단 사건'을 소재로 하지만 여기서 그려지는 중국인은 조국을 위해 분연히 떨치고 일어난 이들이 아닌 무자비하고 야만적인 폭력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찰턴 헤스턴과 에바 가드너의 로맨스는 흥미를 자아내니 이것이 할리우드의 무서운 점일 것이다.

75 샤레이드 Charade 1963
스탠리 도넌 | 114분 | 와이드스크린 1.85:1 | 돌비 디지털 모노 | RC 3 | 스펙트럼
박중훈이 출연한 조나단 데미의 <찰리의 진실>의 원작. 남편의 숨겨둔 현금을 찾는 미망인과 그 돈을 빼앗으려는 악당들이 함께 얽히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영화. 범죄 스릴러의 관습을 취하면서도 유쾌한 코미디 감각이 돋보이는 1960년대 코미디의 백미다. 서스펜스와 거듭되는 반전 등 영화의 전반적인 스타일은 누가 봐도 히치콕의 작품과 유사하다. 오드리 헵번과 캐리 그랜트가 펼치는 산뜻한 로맨스와 세련된 유머, 헨리 맨시니의 음악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감독 스탠리 도넌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었다.

76 지상 최대의 작전 The Longest Day 1962
앤드류 마틴 외 | 178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2.35:1 | 돌비 디지털 5.0 | RC3 | 폭스
2차 대전의 운명을 결정지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시네마스코프 화면에 담은 마지막 흑백 전쟁 대작. 대부분 프랑스서 촬영되었으나 영화 속 영국과 독일, 미국 장면을 연출하기 위하여 3명의 감독이 기용됐다. 마치 유럽 지도를 보듯 전황을 전략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은 성공적이어서, 3시간에 가까운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을 주지 않는다. 제작 후 40년이 지난 작품이란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화질이나 5.0채널은 센터가 보강된 스테레오에 가까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전설적 제작자 대릴 자눅이 호스트로 출연한 52분 분량의 다큐 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77 클레오파트라 Cleopatra 1963
조셉 L. 맨키비츠 | 248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2.35:1 | 돌비 디지털 5.1 | RC 3 | 폭스
애초 2백만 달러 규모의 예산으로 기획된 이 영화가 3년의 제작 기간 동안 4천만 달러 이상 투입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덕분에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사 폭스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클레오파트라의 로마 입성 장면은 <벤허>의 원형 경기장 신과 비견될 만큼 압도적이다. DVD는 영화의 화려한 무대와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의상을 잘 살려주지만 오스카 후보에까지 오른 스코어와 사운드 표현은 다소 미흡한 편이다. 3번째 디스크에 118분 분량의 다큐물을 포함하고 있지만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다.

78 로마 제국의 멸망 The Fall of the Roman Empire 1964
앤소니 만 | 180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2.35:1 | 돌비디지틀 2.0 | RC 3 | 스펙트럼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가. 역사에 길이 남을 거대 제국을 건설했던 로마, 하지만 절정에 이르면 남은 것은 하강이다. 제목 그대로 유럽에서 아프리카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했던 로마 제국이 기우는 순간을 담은 이 영화는 요즘에는 상상조차 힘든 경지의 스케일을 선보인다(그 시절엔 CG도 없었음을 잊지 마시라). 리들리 스콧의 <글래디에이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유명하다. 로마의 앞날을 근심하며 독살당하는 비운의 선황제로 알렉 기네스가 출연해 예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DVD의 화질이나 사운드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79 하드 데이스 나이트 A Hard Day’s Night 1964
리처드 레스터 | 92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1.66:1 | 돌비 디지털 5.1 | RC3 | 스펙트럼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마저 사로잡았던 밴드, 비틀스의 영국 시절을 마무리 짓는 기록영화다. 전설적인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신호탄 같은 이 영화는 팬들의 아우성을 피해 줄행랑치는 네 멤버의 익살스러운 해프닝과 무대 뒤의 자유 분방한 언행을 적절히 포착한다. 핸드 헬드 카메라와 슬로모션, 삽입 화면 등을 과감하게 이용한 것. 그 결과 일련의 아이돌 음악 스타 영화와는 다른 본격적인 뮤지션 다큐멘터리로 완성됐다. 타이틀 곡 이외에도 ‘All My Loving’ ‘Can't Buy Me Love’ 등을 들을 수 있으며, 수많은 인터뷰들이 수록된 보너스 디스크로 비틀스 마니아를 매료시킨다.

80 황야의 무법자 Per un pugno di dollari 1964
세르지오 레오네 | 100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2.35:1 | 돌비 디지털 모노 | RC 3 | 스펙트럼
스파게티 웨스턴의 창시자, 세르지오 레오네의 ‘무법자 3부작’ 중 첫번째 작품. 백스터와 로호 형제의 세력 다툼으로 무법 천지가 된 시골 마을에 이름 없는 총잡이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공개 당시에는 싸구려 모방 서부 영화라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와이드스크린에 펼쳐지는 황홀한 총격전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카리스마를 거부할 사람은 거의 없을 듯. 두 개의 디스크에 100분짜리 오리지널 버전과 4분가량의 잔인한 장면을 삭제한 얼터너티브 버전을 수록했다. 화질과 음질 모두 상급으로, 안방에서 스파게티 웨스턴의 매력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81 닥터 지바고 Doctor Zhivago 1965
데이비드 린 | 201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2.35:1 | 돌비 디지털 5.1 | RC 3 | 워너
대작 영화의 대명사 데이비드 린은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끝내자마자 러시아의 대설원으로 달려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방대한 원작 소설 <닥터 지바고>를 영화화했다. 군중과 혁명의 현장, 하얀 설원을 달리는 비극적인 연인, 가슴을 울리는 사랑의 테마곡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의 대부분은 러시아가 아닌 스페인의 마드리드에 대규모 세트를 지어 촬영한 것이다. 총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DVD는 새롭게 리마스터링된 화질과 사운드는 물론 개봉 3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제작 다큐멘터리, 마드리드 촬영현장 등 흥미로운 서플먼트로 가득하다.

82 대경주 The Great Race 1965
블레이크 에드워즈 | 160분 | 와이드스크린 1.85: 1 | 돌비 디지털 5.1 | RC3 | 워너
1908년 자동차 산업 진흥을 위해 모험가 레슬리와 악당 페이트 교수가 벌이는 뉴욕-파리간 뒤죽박죽 자동차 대경주 이야기. <80일간의 세계 일주>의 또다른 버전인 이 영화는 무성 영화 감독을 지낸 할아버지를 둔 블레이크 에드워즈가 무성 영화에 바치는 오마주이다. 나탈리 우드나 토니 커티스 같은 스타들이 코믹하게 등장하며, 만화와도 같은 기발한 발명품도 다양하게 선보여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하였다. 뮤지컬 같은 화려한 색감의 영상을 잘 담았으며 DD5.1채널 역시 자연스럽게 리마스터링되었다. 15분 분량의 비하인드 신 다큐를 수록하고 있다.

83 사운드 오브 뮤직 The Sound of Music 1965
로버트 와이즈 | 175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2.20:1 | 돌비 디지털 5.1 | RC 3 | 폭스
<사운드 오브 뮤직>은 1965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승자였다. <닥터 지바고>와 함께 1965년 아카데미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사이 좋게 5개의 오스카를 나눠 가졌지만 작품상과 감독상을 차지한 것. 감독의 연출도 좋았지만 리처드 로저스와 오스카 해머슈타인의 잊을 수 없는 음악, 줄리 앤드류스의 놀라운 가창력은 이 영화를 역사상 가장 성공한 뮤지컬로 만들었다. 아름다운 풍광과 풍성한 색감, 5.1채널에 담긴 음악의 하모니는 탄성을 자아낼 만하다. 한글이 지원되지 않지만 영화와 관련된 모든 것을 보여주는 87분 분량의 다큐물이 수록되어 있다.

84 남과 여 Un homme et une femme 1966
클로드 를르슈 | 102분 | 풀스크린 1.33: 1 | 돌비 디지털 2.0 | RC3 | 워너
30대의 미망인 안(아누크 에메)과 카레이서 장 루이(장 루이 트랭티냥)는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다. 하지만 안은 남편의 교통사고를, 장 루이는 아내의 자살을 경험했기 때문에 서로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제작비가 부족해 흑백과 컬러를 뒤섞어 촬영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이 영화의 독창적인 영상 미학으로 평가받았다. 1966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이듬해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 모두를 수상하기도 했다. 모노 트랙임에도 불구하고 프랜시스 레이의 유명한 영화 음악은 더없이 감미롭다. 감독과 주연 배우의 코멘터리, 제작 후일담 다큐도 흥미롭다.

85 언제나 마음은 태양 To Sir, with Love 1966
제임스 클레벨 | 105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1.85:1 | 돌비 디지털 2.0 | RC 3 | 콜롬비아
선생님, 우리들의 선생님! 우울한 학창 생활에 희망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려줬던 이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만이 아니다. 어린 시절, 스승의 날이면 TV에서 보고 또 봤던 이 영화의 마크 선생은 이 분야의 원조 교사. 게다가 그는 흑인이라는 핸디캡까지 안고 있었다. 지적인 배우 시드니 포이티어는 이 영화로 할리우드에서 주연을 맡은 최초의 흑인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반항기 가득했던 아이들과 선생이 점점 동화되어 가는 과정은 언제나 그렇듯 흥미롭다. 마지막 졸업 파티 장면에서 당시 최고 인기 가수 룰루가 부른 주제가 'To sir, with love'로도 널리 기억되는 영화.

86 석양의 무법자 Good, Bad and the Ugly 1966
세르지오 레오네 | 161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2.35: 1 | 돌비 디지털 1.0 | RC 3 | 폭스
무법자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서부극의 새로운 '반영웅'으로 등극시킨 B급 웨스턴의 걸작. 남북 전쟁기의 미국을 배경으로 세 명의 악당 주인공들이 현상금을 강탈하기 위해 벌이는 총격전과 사기 행각을 그렸다. 정통 서부극이 종말을 고한 시기, 마카로니 웨스턴이라 불린 변종 서부극의 정점에 서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하드보일드한 액션도 좋지만 뱁새눈이라 불리는 리 반 클리프의 뾰족한 턱에 담긴 기묘한 매력은 거의 잊기 힘들 정도. 엔니오 모리코네의 경쾌한 음악 또한 좋다. 서플먼트에 담긴 삭제 장면도 놓치지 말 것.

87 더티 더즌 The Dirty Dozen 1967
로버트 알드리치 | 150분 | 풀스크린 1.33:1 | 돌비 디지털 2.0 | RC 3 | 워너
외부로부터 단절된 공간에서 분투하는 아웃사이더들의 심리적 궤적을 그려내는 데 탁월했던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의 전쟁 영화 대표작. 2차 대전 말엽 독일군에 맞서 그들의 기지로 잠입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소집된 12명의 죄수들을 그리고 있다. 살인과 절도와 강간으로 얼룩진 너절한 존재들을 아군에 포진시키고 독일군을 상대적으로 일사불란한 집단으로 묘사함으로써 정상성과 비정상성의 경계를 무장 해제한다.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팀워크를 맞추었다는 점도 백미. 고전 전쟁 영화 제작의 악전고투를 엿볼 수 있는 제작 다큐멘터리도 만족스럽다.

88 세브린느 Belle de jour 1967
루이스 브뉘엘 | 102분 | ? 애너모픽 1.66:1 | 돌비 디지털 2.0 | RC 1 | 브에나비스타
낮에 피는 꽃, 세브린느는 밤에는 정숙한 아내로, 낮에는 'Belle de jour'라는 애칭의 창녀로 이중 생활을 한다. 그저 모든 것이 무료하기 때문. 하지만 이중 생활과 가학, 피가학의 성적 판타지가 거듭되는 동안 세브린느는 점점 쾌락의 늪으로 빠져 들어간다. 남편이 세브린느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채찍으로 내리치는 환상에 젖는 충격적인 첫 장면부터 감독은 중산층 부인의 정숙한 일상 뒤에 숨은 성적 욕망과 판타지, 그리고 부르주아 계급의 위선을 풍자한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중산층 여성의 성적 순례와 폭로는 카트린 브레야의 <로망스>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89 졸업 The Graduate 1967
마이크 니콜스 | 106분 | 와이드스크린 2.35:1 | 돌비 디지털 2.0 | RC 3 | 비트윈
<졸업>은 1960년대 후반, 미국 사회를 오염시키고 있던 부르주아적인 삶과 그 찌꺼기에 불과한 공허한 섹스, 치명적인 유혹에 찌든 영혼의 상처를 그려낸다. 주인공 벤자민의 강렬한 사랑의 충동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 결혼식이 진행되던 교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리는 극적 도발에서 거의 정점에 달한다. 점프 컷나 들고 찍기와 같은 기법은 프랑스 누벨바그의 영향력을 증거하고 있으며, 과도한 줌 렌즈의 사용과 하염없이 흘러나오는 사이먼&가펑클의 노래는 시청각적인 충격을 더해준다. 국내 출시본에는 메이킹 필름이 수록되어 있지 않다.

90 맨발로 공원을 Barefoot in the Park 1967
진 세익스 | 106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1.78:1 | 돌비 디지털 모노 | RC 3 | 파라마운트
극작가 닐 사이먼이 자신의 원작을 직접 각색한 작품.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의 아파트에 새살림을 꾸린 신참 변호사가 아내와 성격 차이로 티격태격하는 이야기다. 불 같은 정열에서 출발해 극단적인 갈등을 거쳐 결국 서로의 사랑을 재확인하는 ‘연애의 3단계’가 초스피드로 전개된다. 남녀 관계의 본질을 진지하게 파고드는 인간 탐구 드라마지만, 제한된 공간에서의 통통 튀는 대사는 이 영화를 유쾌한 코미디로 만든다. 제인 폰다와 로버트 레드포드의 풋풋한 로맨스를 보는 것도 뜻밖의 즐거움이다.

91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and Juliet 1968
프랑코 제피렐리 | 시간? | 풀스크린 1.33 : 1 | 돌비 디지털 2.0 | RC
셰익스피어의 이 비극적인 고전은 시대를 초월해 수없이 많은 영화로 재탄생됐다. 그러나 프랑코 제피렐리의 이 작품만큼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는 작품은 거의 없다. 스토리나 그 해석의 측면에서 새로울 것이 없으며, 영화적으로 높이 평가할 걸작인지는 의문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바로 캐스팅. 레너드 파이팅과 올리비아 핫세는 청춘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공들여 선택한 세팅과 의상, 니노 로타의 로맨틱한 음악도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다. 원본 필름의 문제 때문인지 화질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지만, 음질은 깨끗하다.

92 바바렐라 Barbarella 1968
로제 바딤 | 98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2.35:1 | 돌비 디지털 모노 | RC 3 | 파라마운트
제인 폰다는 지적인 이미지로 유명하지만 소시적 그녀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텅 빈 역할도 곧잘 맡았다. 'US' 지에서 '가장 섹시한 영화'로 선정된 <바바렐라> 역시 마찬가지. 무중력 상태에서 두둥실 떠다니며 우주복을 벗는 유명한 오프닝 이후 그녀는 수없이 많은 옷을 갈아입고 계속해서 쓰러지며 끊임없이 섹스를 한다. 젊은 과학자 ‘듀란듀란’을 찾아 지구를 구하라는 명령을 받은 우주 여성의 이야기로, 프랑스만화 ‘코믹 스트립’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DVD에서 온갖 잡티가 난무하더라고 너무 노하지는 마시길. 젊은 날의 제인 폰다만으로도 모든 것이 용서되니 말이다.

93 악마의 씨 Rosemary’s Baby 1968
로만 폴란스키 | 137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1.85:1 | 돌비 디지털 모노 | RC 3 | 파라마운트
폴란드 출신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미국으로 건너가 처음으로 만든 영화로 오컬트 영화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 뉴욕에 사는 젊은 부부와 악마의 씨를 탄생시키려는 사탄 숭배자의 필사적인 싸움이 영화의 골격이다. 부부로 분한 미아 패로와 감독으로도 유명한 존 카사베츠의 연기가 일품인 영화다. 폴란스키는 신비스런 힘과 악마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믿음의 문제를 제기한다. 제작진 인터뷰 클립과 제작 과정 다큐가 수록돼 있다. <악마의 씨>는 이후 세기말적이고 초자연적인 공포영화로 그 계보를 이어갔다.

94 혹성탈출 Planet of the Apes 1968
프랭클린 J. 샤프너 | 112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2.35:1 | 돌비 디지털 5.1 | RC3 | 폭스
<콰이강의 다리>의 원작을 쓰기도 했던 피에르 부울의 SF 소설 <원숭이의 행성>을 영화화한 작품. 이후 4편의 후속편이 나왔으며 팀 버튼이 2001년 리메이크하기도 했지만 오리지널의 명성을 넘어서진 못하였다.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보다 먼저 유인원들의 탁월한 분장을 보여준 존 챔버스는 아카데미 명예상을 수상한다. 해변가 엔딩 장면에서 보여지는 반 이상 부서진 자유의 여신상은 이 영화를 최고의 반전(反轉) SF영화이자 반전(反戰) 영화로 만들어버린다. 특별한 서플먼트는 없지만 5.1사운드의 제리 골드스미스의 스코어나 화질은 만족스럽다.

95 화니 걸 Funny Girl 1968
윌리엄 와일러 | 155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2.35:1 | 돌비 디지털 5.0 | RC 3 | 콜럼비아
1930년대 뮤지컬 스타였던 화니 브라이스의 일대기를 다룬 브로드웨이 원작이 토대가 됐다.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한 윌리엄 와일러는 평단의 극찬을 받았지만, 사실 이 작품을 통해 영화계에 데뷔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더 기억에 남는다. 영화는 화니의 불행한 결혼 생활에도 초점을 맞춰 뮤지컬영화답지 않게 어른스럽고 진지한 드라마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 최근 콜럼비아가 복원한 필름을 소스로 하고 있어 화질과 음질은 준수한 편이며 당시 영화 홍보용으로 제작된 메이킹 필름과 노래 장면을 모아둔 '송 하이라이트'가 볼 만하다.

96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1969
조지 로이 힐 | 110분 |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2.35:1 | 돌비 디지털 2.0 | RC 3 | 폭스
1969년 미국, 할리우드를 포함해 도처가 어수선했던 시절. 최고의 흥행 영화는 서부의 신화가 종말을 고하던 20세기 초 미국을 휩쓸었던 무법자들의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모험담이었다. 액션과 로맨스와 어드벤처, 코미디를 서부극의 그릇 속에 놓고 버무려 멋진 주제곡의 양념을 뿌린 식단도 맛깔스러웠다. 무엇보다 당시 '젊은 피'가 넘치는 배우였던 레드포드-뉴먼 콤비의 개성과 우정은 향후 30년 동안 관객들의 지갑을 열게 했던 '버디 영화'의 신천지를 개척했다. 스페셜 에디션답게 1994년에 제작된 인터뷰 클립과 제작 다큐멘터리 등 준수한 부록들을 깔아놓았다.

97 안드레이 루블료프 Andrei Rublyov 1969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 185분 | 와이드스크린 2.35:1 | 돌비 디지털 5.1 | 스펙트럼
지난해 프랑스와 미국에서는 안드레이 타프코프스키의 성대한 '회
출처 : 필름2.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