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itone 이 훈
같은 캠퍼스에서 함께 25년을 보낸 이훈은 내게 어떤 사람일까? 한마디로 그는 인간적인 따뜻함과 음악을 풍성히 느끼게 하는 멋쟁이이다. 눈빛은 깊고 체격은 단단하여 마치 밀라노 패션 거리의 신사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의 두터운 남성적인 분위기의 어딘가에는 그리스 여신의 옷자락 같은 섬세함이 곁들어 있는 듯도 하다. 그의 연구실 풍경 또한 재미있다. 널따란 무대 공간 같은 한 켠 에는 검고 빛나는 육중한 피아노가 놓여있고, 책상은 코너에, 바닥은 나무 판으로, 벽에는 그것만큼이나 넓은 거울이 부착되어 있다. 그 안에 서서 노래하면 바로 공연이 되는 셈이다.
이 훈에게 음악은 인위적이거나 도식적인 기교가 아니다. 그것은 삶과 모든 존재 상황이 인간 내면에서 농숙되고 무르익을 대로 익어 밖으로 터지듯 우러나오는 영혼의 소리이다. 사노라면 슬픈 일, 고통스러움, 좌절도 있지만 이들도 크게 보면 기쁨의 구성 요소들이다. 그 때문에 사랑과 이별과 비애를 노래하지만, 그렇게 다른 감정으로 부를 수 있다는 그 자체가 특별한 은총이요,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지면 끝내 “환희” 그것으로 비상한다.
이 훈은 독일 낭만주의의 거장 슈만을 특별히 좋아한다. 이는 스케일이 크고 색으로 말하면 찬란한 블루(Blue)이다. 부드럽고 서정적이지만, 광채가 빛나고 관능적이기까지 하다. 이훈의 목소리가 부드러우면서도 화려하고 강렬한 호소력을 갖는 이유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더하여 열정에 떨리는 듯한 이훈의 음악에는 수많은 사연과 안타까움, 슬픔과 환희가 맞부딪치며 마치 큰 대나무 숲을 뒤흔드는 바람처럼 우리들의 가슴을 휘젓는다. 그의 수백 회에 걸친 무대출연과 50여 편의 거작 오페라의 주연. 15편의 연축과 같은 음악적 공헌은 다 거론할 지면이 없다. 하지만 그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제자들은 국제, 국내의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정상급 음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사실만으로 그의 지난 세월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한다. 요컨대 그의 인생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전 경희대학교 도서관장, 경희대학교 사학과 명예교수 이 석 우
한국 성악계의 귀공자 이훈 교수는 인품이 온화하고, 고결하며 항상 많은 사람에게 덕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훈 교수의 노래 역시 성실하고 침착하며 항상 학구적인 노력이 보이는 값진 것이었습니다. 독일 가곡에는 격조가 높고 한국 가곡에서는 서정성이 깊었습니다. 오페라 무대에서는 정열을 불태우고 한편 오페라 연출을 하며 교실에서는 문하생을 지도하여 걸출하고 국제적인 수준의 제자를 많이 배출하였습니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예술원 음악분과 회장 이 인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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