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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진건읍 사릉(용정리)의 여름하늘의 노을 1 / 2014년 7월 31일~8월 1일

언제나 푸른바다~ 2014. 8. 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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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진건읍 사릉(용정리)의 여름하늘의 노을 1

 

1.

어려서 부터

나는 늘

해질 녁이 좋았다

분꽃과 달맞이 꽃이

오므렸던 꿈들을

바람 속에 펄쳐 내는

쓸쓸하고도 황홀한 저녁

나의 꿈도

바람에 흔들리며

꽃 피기를 기다렸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눈물이 핑 도는

이별의 슬픔을

아이는 처음으로 배웠다.

2.

헤어질 때면

"잘있어, 응" 하던 그대의 말을

오늘은 둥근 해가 떠나며

내게 전하네

새들도 쉬러 가고

사람들은 일 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겸허한 시간

욕심을 버리고 지는 해를 바라보면

문득 아름다운 오늘의 삶

눈물 나도록 힘든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견디고 싶은 마음이

고마움이 앞서네

누구라도 용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래야 내일의 밝은 해를 밝게 볼 수 있다고

지는 해는 넌즈 시 일러주며 작별인사를 하네

3.

비바람을 견뎌내고

튼튼히 선 한그루 나무처럼

오늘이란 땅 위에 선 사람도

어쩔 수 없이 슬픔을 견뎌내야

조금씩 철이 드나 보다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겸허하고

터무니 없는 오해도 받고

자신의 모습에 실망도 하면서

어둠의 시간을 보낸 후에야

가엽지 않은 웃음을 웃을 수 있고

다른 이를 이해하는 일도

좀더 깊이 있게 할 수 있나 보다

4.

찬물로 세수하고

수도원 안 정원의 사철나무와 함께

파랗게 피어나는 겨울 아침

흰 눈 속의 동백꽃은

자주 찾는 동박 새 처럼

호랑가시나무 열매를

즐겨 먹는다는 붉은 새처럼

나도 이제는

붉은 꽃, 붉은 열매에

피 흘리는 사람에 사로잡힌

한 마리 가슴 붉은 새인지도 몰라

겨울에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기쁨

시들지 않는 노래로

훨훨 날아 다니는 겨울새 인지도 몰라

5.

귀에는 아프나

새길수록 진실인 말

가시 돋 혀 있어도

향기를 숨긴

어느 아픈 말들이

문득 고운 열매로

나를 먹여주는 양식이 됨을

고맙게 깨닫는 긴긴 겨울 밤

좋은 말도 아껴쓰는 지혜를

칭찬을 두려워 하는 지혜를

신께 청하며 촛불을 켜는 겨울 밤

아침의 눈부신 말을 준비하는

벅찬 기쁨으로 나는

자면서도 깨어 있네

6.

흰 눈 내리는 날

밤새 깨어 있던

겨울나무 한 그루

창을 열고 들어와

내게 말하네

맑게 살려면

가끔은 울어야 하지만

외롭다는 말은

함부로 내 밷지 말라고

사랑하는 일에도

자주 마음이 닫히고

꽁해지는 나에게

나보다 나이 많은 나무가

또 말 하네

하늘을 보려면 마음을 넓혀야지

별을 보려면 희망도 높혀 야지

이름없는 슬픔의 병으로

퉁퉁 부어 있는 나에게

어느새 연인이 된 나무는

자기도 춥고 아프면서

나를 위로 하네

흰 눈 속에

내 죄를 묻고

모든 것을 용서해 주겠다고

나와 나무는 또 말하네

참을성이 너무 많아

나를 주늑 들게 하는

겨울나무 한그루

-이 해인-

 

사진_김문기(김문기의 포토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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